(편의상 반말투입니다.... 예전 글 좀 고쳐 쓴 것이라...)




논어를 읽다 보면 '위령공'편에 발췌할 만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이런 고사가 있다.

子曰,

“直哉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君子哉蘧伯玉!

邦有道, 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


해석 : 공자가 말하기를


"사어는 참 정직한 재목이로다!
나라에 정도가 밝을 때에는 마치 화살과도 같이 충정으로 직위를 받들어 곧게 직무에 임하고,
나라에 정도가 없어 혼란하면 마치 화살과도 같아서 바른 말로서 간(諫)하는구나! (*주1)

거백옥은 실로 군자로다!(*주2)
나라에 정도가 밝으면 관직에 임하여 백성을 편안케 하고,
나라에 정도가 없어 혼란하면 스스로 물러나 재능을 감추는구나!"




사어(史魚)는 위나라의 대부로서 현명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이름높았다.

그의 강직함은 '시간(屍諫)'이라는 고사가 있을 정도로 이름났다고 한다.


(*주1: 원문을 굳이 뒤져 실어 놓은 것에서 보듯, 이 이야기를 담은 논어의

위령공편 15-7의 본문에는 '간(諫)'이라는 글자가 없다. (중국어로 된 주해에는 글자가 있지만...)

'간'이라는 것은 목숨걸고 바른말을 고한다는 의미가 있어서 후세 사람들이 일부러 붙였다고 한다.)


이 '시간'이라는 고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나라의 임금 영공(靈公)이 재상이 될 재목을 대부들에게 구하였다.

이에 사어가 영공에게 군자로 이름난 거백옥(蘧伯玉)을 천거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영공은 미자하(彌子瑕)라는 인물을 등용하였는데 이 인물은 능력이나 됨됨이가

거백옥보다는 확연히 못한 인물이라 전한다.


(*주2: 논어 중 헌문(憲問)편에 보면, 거백옥은 심지어 그의 집 몸종까지도 됨됨이가 바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다.

생전의 공자가 당대의 살아 있는 인물에게 군자라고 칭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음을 감안해볼 때

거백옥의 능력과 됨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사어는 명백히 더 뛰어난 재목인 거백옥을 수차례 천거하였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공은 계속 미자하를 중용하였다.

이윽고 세월이 흘러 사어가 병이 들어 임종을 맞게 되었을 때, 그는 아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임금의 옳지 못한 처사를 보고도 바로잡지 못한 채 죽게 되었으니,

이는 신하된 도리를 다하지 못하였음에 나에게 예를 차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죽은 뒤에 내 시체를 창문 밑에 버려두어라."

이에 사어의 아들은 유언을 받들어 그의 빈소를 창문 밑에 차렸다.


한 나라의 대부가 운명하였으므로 임금인 영공 또한 친히 사어의 빈소에 문상을 왔다.

그런데 예를 다하고 강직하기로 소문난 사어의 빈소는 동창 밑에 벌러덩 내버려져 있는 것이었다.

이 기이한 행색에 영공이 질색팔색을 하고 자초지종을 묻자, 상주인 아들이 그제사 임종 직전에

사어가 남긴 유언을 그대로 전하였다.

이에 영공이 깨달은 바가 커서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거백옥을 중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후세 사람들이 "사어는 죽어서까지 올곧게 간(諫)한다" 라고 일컬은 것이, 이 고사의 전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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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건대, 대한민국에 능히 1만 명의 사어 같은 강직한 인물이 있음은 매우 분명해 보인다.


이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국의 횃불이라는 표현이 무색하리만치 들고일어나 올곧음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그에 견줄 만한 1만 명의 거백옥들은 난세를 피해 스스로의 재주와 덕을 감춘 채

조용히 초야(?)에 묻혀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공자가 두 사람을 동시에 언급하였듯 한 타입만의 사람이 이 나라에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행동력 있고 정의로운 사람들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정의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는 사람들 또한 많이 필요하다.


생각해 보자. 사어는 일단 한 나라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재상까지 지내 '대부'의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그의 식견은 탁월했고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생각하여 연마했을 것이다.

즉 그는 군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문제는 모든 강직한 인물들이 사어와 같이 대부의 집안에서 태어나 자기 뜻을 펼칠 깜냥과 함께

세상을 바로 보는 식견을 기를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인물들에게 올바른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군자의 존재와 행동거지라고 생각된다. 

논어의 다른 구절에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군자에게 허물이 있으면 마치 하늘의 해를 달이 가린 것과 같아

모든 사람들이 알게 되고, 그 허물이 고쳐지게 되면 비로소 그제야 모든 사람들이 군자를 우러러보게 된다."

군자라는 이상적 존재를 획일화하여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존재가 세간에 영향을 미침은 확실하다.

그러나 군자는 난세가 되면 종적을 감춘다. 백면서생이 제일 모자라는 게 용기여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행동력이야말로

이 시대에 사어가 될 사람들이 잉여가 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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