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증'의 잘못된 용법

2010.10.19 16:32

와구미 조회 수:1881

맞춤법은 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지적을 하고 있고, 틀리게 쓰는 사람보다 맞게 쓰는 사람이 대체로 많다고 할 수 있는데 '반증(反證) '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올바로 쓰는 사람보다는 틀리게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방증(傍證)'을 써야할 때 '반증'을 쓰는 경우가 많죠. 반증과 방증의 의미는 아래와 같습니다.

 

[반증: 1. 어떤 사실이나 주장이 옳지 아니함을 그에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함. 또는 그런 증거]

[방증: 사실을 직접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는 않지만, 주변의 상황을 밝힘으로써 간접적으로 증명에 도움을 주는 증거]

 

반증은 말 그대로 반대되는 증거(disproof)인데 사람들은 직,간접적인 증거를 뜻할 때도 '반증'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방증'이라는 단어를 써야 합니다. 아니면 '증명한다', '입증한다', '~라는 증거다'라고 사용하던가요. 사실 사람들이 '반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이런 거창한 뜻보다는 '어떤 사실을 반영한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반증'에 이런 뜻은 전혀 없습니다.

 

사람들이 '반증'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꽤 많았는지 1999년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반증 항목에 아래 한가지 의미를 더 추가했습니다.

 

[반증: 2. 어떤 사실과 모순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그것을 증명한다고 볼 수 있는 사실]

 

어떻게 보면 1번과 상반되는 의미 때문에 '반증'의 사용 범위와 정확한 용법이 더 혼동스럽게 된 감이 있습니다. 게다가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증'을 2번의 뜻으로도 쓰고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번의 의미와 관계없이 '방증' 또는 '반영'을 써야할 때에 '반증'을 쓰고 있는거죠. 영어사전에는 아예 '반증' 항목에 '어떤 사실을 반영하는 것 - [명사] reflection, proof' 라고 명시를 해놨더군요. 서로 상반된 의미를 동시에 가진 해괴한 단어가 된겁니다. 무슨 양자 중첩 상태의 단어도 아니고 말이죠.

 

이대로 가다간 '반증'의 1번 뜻은 완전히 사라지고 '반영' 또는 '증거'와 같은 뜻으로 바뀌게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후세 사람들은 반(反)이라는 부정접두어가 붙어있음에도 왜 '반증'과 '증거(또는 증명)'의 의미가 같게 되었는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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