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피곤해서....일단 중요한(?) 것들만 나열해보고 이만 씻고 자렵니다.


1. 아시아 리얼리즘 전은 정말 명성에 걸맞는 전시회였어요. 너무 마음에 들었고, 가길 정말 잘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뭘 느꼈냐 하면....우리는 평소에 태국이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사람들하고 별 연대감을 못 느끼면서 살지만, 근대적인 뿌리가 본질적으로 거의 같다는 걸 알게 됐어요. 표현 방식과 화풍의 차이 일뿐, 같은 땅을 디디고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은... 제목이 구체적으로 잘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속 농사천하지대본'이었을 텐데, 그림에 머리를 박다시피 하고 그림 속 편지를 읽었습니다. 살아가는 것의 부조리함과 묵묵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었죠...


2. 전시회를 보는 중에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뭐라도 좀 먹고 다시 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결국 그냥 끝까지 다 봤습니다. 아침이라곤 이른 6시에 찐밤 일곱 알 정도와 고구마 작은 것 하나, 우유 두 잔이 전부였거든요. 참고로 전 저녁을 전혀 먹지 않아요. 전시회를 다 보고나니 2시였는데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ㅜㅜ 다리가 휘청휘청했어요.

 

오랜만에 뜨거운 설렁탕이 땡겼기에, 미리 알아둔 종각역의 이문설렁탕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100년 넘은 가게라는데...솔직히 전 별로였어요. 6500원씩이나 받으면서 밥 양도 적고... 고기도 별로 없고... 고기 자체도 맛없고 노린내가 났어요.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어찌나 짜던지. 거기다 직원들은 여태까지 가 본 음식점들 중 가장 불친절하더군요. 가게도 지저분하고요. 다신 안갑니다. 아무튼 배가 고파서 공기밥을 하나 추가시켜서 정말 배부르게 먹고 나오긴 했습니다...


3. 점심을 먹고 사진을 찍으러 인사동에 갔어요. 아마 2년만에 가는 것 같은데, 이전에는 인사동에서 좋은 인상을 전혀 못받았다는 걸 생각해보면...이번에는 상당히 재미있었고 좋았습니다. 아무래도 낯이 좀 익다보니 여유있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별 특별한 구경거리는 없었지만. 한국인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 섞여서 유유자적 거니는 것 자체가 즐거웠어요. 

그나저나... 이번에 28mm 렌즈를 처음 사용해서 찍었는데 어떻게 나올지 걱정 반 기대 반이네요.  


원래 길거리 간식은 1년에 한두번도 안사먹는 저이지만, 오늘은 큰 맘먹고(?) 샀습니다. '꿀타래'라는 전통과자인데요, 파는 청년들의 입담에 넘어가서 결국 한 상자 사게 됐어요. 만드는 것도 신기해 보였어요. 말린 꿀을 죽죽 늘여서 그 안에 견과류를 넣어 만든 과자인데, 아마 그 꿀이란 건 보나마나 설탕꿀이겠지만 뭐....그래도 한번쯤 먹어볼만 한 것 같더군요.


한참을 구경하다가 샀더니 먹어보라고 과자 하나를 그냥 주기까지 하더라고요. 서울 인심도 생각보다는 따뜻하네요...^^ 그냥 준 것 하나만 그 자리에서 먹어보고, 꿀타래 상자는 그냥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몇 개 더 먹고 싶었지만, 커피를 곁들여서 가족들이랑 같이 먹으려고요. 청주에는 꿀타래 과자를 파는 곳이 없어서 아마 다들 처음 맛보는 것일 거예요. 아주 달달하던데 쓴 커피랑 잘 어울릴 것 같아요.^^


4. 원래는 폴 스미스 전도 보고 엉클 분미도 보려고 했지만....아시아 리얼리즘 전을 본 것 만으로 가슴이 꽉 찬 기분이어서 그냥 포기해버렸어요. 전시회를 보고 사진찍으러 몇 시간씩 돌아다니고 했더니, 더 뭔가를 할 기력도 없었고요.


5. 원래는 토요일에 가려던 나들이였지만 주말에는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해서.... 오늘 수업도 빠지면서 충동적으로 다녀온 거였는데, 이만하면 즐거운 나들이였던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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