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 글은  개신교인이시라면 혹 불쾌하실 수도 있어요. 사적인 견해이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개신교인은 아니지만 교회를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사실 굉장히 많을거라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공짜 선물이니 뭐니, 아니면 가까운 친인척들의 권유로든 뭐든. 어렸을 때부터 가볼 기회가 많은 곳이죠.

저는 저희 어머니를 제외한 모든 외가식구들이 독실한 개신교인들이어서 초등학교 때 몇 번, 대학 들어가고 한 번 끌려갔었어요(정말로 '끌려'갔었죠).

 그치만  비종교인들이 접근하기에 개신교는 너무 높은 벽이에요. 스무 살, 밤에 하는 기도회 갔다가 방언하는 무리들 속에 홀로 내던져졌을 때의 충격이라니.

종교학과 종교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그때서야 새삼 깨달았죠.

 

   16년지기 친구가 있어요. 대학 들어가고 몇개월 간 절에 기거했는데, 그때부터 절문화에 젖어들어서는 만날 때마다 좋다, 한번 와봐라, 그러더군요.

지지난주 술자리에서도 그 얘기를 꺼내길래, 그래 가마, 했어요. 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요.

   오늘 만나서 성북동 길상사에 갔습니다. 친구는 작년부터 매주 가다가 요즘은 한달에 한두번 꼴로 다닌다고 하더군요. 가는 데가 길상사인 줄도 모르고

절 가자기에 그냥 따라간건데, 법정스님이며 전에 요정이었다는 얘기며 왠지 낯이 익어서 폰으로 검색해 보니 역시 시인 백석의 연인이었던 분이

법정스님께 기증했다던 절이더군요. 절이라고는 경주 불국사 말고는 가본 적 없는 저입니다만, 규모도 크고 경치도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산경치가 마음에 와닿기 시작한 터라서 참 좋았어요. 아래는 법회가 있었던 도서관에서 내려다 본 연못입니다. 옆 도랑에는 연꽃도

몇몇 피어 있더군요.

 

 

 

 

 

 

 

   전 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교회에 청년부가 따로 있듯 절도 청년법회가 따로 있더군요.

   절밥을 얻어먹고 법회에 참석했습니다. 시작하고 끝낼 때 노래를 부르고 반야다라밀다심경을 외더군요, 종교의식에 있어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역시 비종교인인 저는 좀 낯설었어요.

   스님의 설법을 듣고 끝난 뒤에 청년 법우들끼리 이야기를 나눈 뒤 설법하신 스님 처소에 모여 차담을 나누었습니다. 되게 소탈하시고

장난꾸러기같기도 한, 인자한 분이셨어요. 청년회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건 역시 성격에 맞지 않지만 가끔 와서 법회에 참석하고 스님과

차담을 나누는 정도라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나름 절에 간다고 화장도 않고 수수하게 무채색으로 입고 간다고 갔는데도

청년회에서 제 차림이 좀 튀었듯(검정색이래도 3부팬츠가 에러일 줄이야..) 저는 온전히 종교에 빠지기엔 비종교적인 측면의 자의식이나

개성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긴 했어요. 제가 절에 오래 다닌다고 해도 오늘 만난 청년법회 사람들 속에 완전히

융화돼 있는 스스로를 상상할 수는 없었거든요.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절은, 교회보다 발 들일 기회가 자주 생기지는 않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교인이 아닌 사람에게는 좀더

쉬운 곳이라고 느껴졌어요. 교인이 아닌 사람이라기보다, 신의 존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신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하는 사람들에게요.

   매주 나가자고 들면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그 좋은 경치 때문에라도 때때로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상, 첫 절 방문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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