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에피소드 8개로 된 드라마입니다. 편당 길이는 평균 40~50분 정도.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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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의 기무라 타쿠야 코스프레가 보는 내내 신경쓰였습니다.)



 - 때는 현재. 장소는 도쿄. '아리스'는 주인공의 이름인데... 남자입니다? 머리 좋은 천재 캐릭터이지만 인생 성실하게 사는 데 관심이 없어서 집구석에 처박혀서 플스로 게임만 하다가 아빠와 동생에게 구박 받으면 고딩 때 친구 두 놈을 만나 술 먹고 짜증부리는 인생을 살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대로 친구 둘을 만나 신주쿠에서 뻘한 장난을 치며 키득거리다보니... 어느 순간 사람이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핸드폰도 안 되고 전자 제품은 다 작동을 안 하네요. 그래서 난데 없이 '가려진 시간'의 강동원과 친구들 처지가 되어 며칠을 빈둥거리던 와중에 갑작스레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을 따라 신주쿠의 어떤 건물에 도착하고. 친구들 + 갑자기 나타난 여자 두 명과 함께 얼떨결에 괴상한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거슨 쌩뚱맞고 어려우면서, 실패하면 바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 설명을 덧붙이자면 원인은 불명입니다. 배후도 불명이구요. 도쿄 바깥의 상황 역시 불명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 시즌이 다 끝나도 설명되는 건 아무 것도 없어요. 그리고 시즌 2가 내년쯤 공개되는 걸로 대기 중이구요. 원작이 만화책인데 원작 내용상 시즌 2가 엔딩일 거라고 하네요.


 그나마 극중에서 설명되는 '룰'은 다음과 같습니다. 정체불명의 뭔가가 그곳을 지배하고 있어요. '원래 도쿄'에 살고 있던 사람이 랜덤하게 아무나 이 곳으로 뚝 떨어지게 되는데 여기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선 주기적으로 이 '게임'에 참여해야 합니다. 참여해서 살아남아야 '비자'가 며칠 분량 추가되어 그만큼 더 살 수 있구요. 게임을 거부해서 비자가 만료되면 하늘에서 정확하게 뚝 떨어지는 위성 레이저에 맞고 사망. 건물 안에 숨어 있어도 건물을 뚫고 핀 포인트로 정확하게 떨어져 뇌를 관통하는 괴상한 레이저네요. 아무리 봐도 현실적, 과학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암튼 아무도 영문은 모름'이에요. 일단은 살아 남아야 하니 걍 시키는대로 움직이고들 사는 괴상한, 그리고 정말 일본 만화다운 상황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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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인건비와 수고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보이는 게임들)



 - '배틀 로얄' 이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전통 장르, '데스 게임'류에 속하는 작품입니다. 원작은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연재된 일본 만화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구요. 한국에 정식 발매된 적은 없는데... 드라마 본 김에 검색을 해 보니 초반 에피소드들을 번역해 놓은 블로그가 있어서 조금 봤습니다만. 제 취향은 아니군요. ㅋㅋ 게임의 룰도 대충이고 캐릭터 측면에서나 내용 전개 측면에서나 제가 본 드라마 버전보다도 과장이 훠얼씬 강해요. 각색이 잘 된 거죠. 아마 평소의 일본 '실사화' 작품들마냥 이걸 곧이 곧대로 드라마화 했음 아마 그냥 흔한 망작이 되고 말았을 겁니다. 


 뭐 암튼... 오늘따라 머리 속이 산만해서 대충 또 번호 붙여가며 소감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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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스타트를 끊어주는 3인조. 그리고 여전히 기무라 타쿠야 코스프레가 신경 쓰이...)



 1. 비현실적입니다.


 위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했습니다만. 암튼 비현실적입니다. 설정 자체가 그냥 환타지구요. 원작 쪽이 이런 성격은 훨씬 더 선명하게 표현이 되는데, 드라마는 아무래도 실사이다 보니 살짝 애매한 척 하거든요. 근데 그냥 환타지 맞습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류를 생각하심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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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현실 소년만화 캐릭터 1번과 2번을 맡고 계신 분들)


 2. 두뇌 싸움이 부족합니다.


 개인적으론 이게 좀 크리티컬이었는데. 참가자들끼리 머리 싸움을 벌이는 전개가 거의 없어요. 주인공이 참가하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다른 참가자들은 그냥 협력 관계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 서포트 받아서 주인공이 추리하고 해답 찾아내면 끝. 그러다 보니 보통의 데스 게임물에 비해 그냥 퍼즐 풀이 느낌이 강합니다. 경쟁 관계일 땐 머리 싸움보단 걍 몸싸움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구요. 


 게다가 애초에 주인공들이 겪는 게임들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요. 해답이 쉽다는 게 아니라 (전 당연히 거의 다 몰랐습니다!) 뭐랄까 좀 단순합니다. '카이지'처럼 게임 룰의 허점을 파악해서 역습을 하고 그걸 또 상대방이 다른 허점을 찾아 받아 치고... 이런 거 없습니다.



 3. 게임 그 자체보단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 중심입니다.


 위에서 말 했듯이 게임들의 디자인이 그리 수준이 높지 않은 편인데, 대신에 그 게임 속에 주인공의 드라마와 이야기 전개 요소들을 섞어 넣어서 긴장감을 유발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식의 전개가 대부분이에요. 심지어 게임을 하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 게임 자체보단 게임 전후의 드라마가 더 중요하게 취급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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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 성장!! 감동......?)



 4.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그냥 일본 소년물의 공식을 충실히 따라갑니다.


 나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요소를 섞어 넣긴 하지만 그렇게 잘 녹아드는 느낌은 아니구요. 그냥 등장 인물들 이름이나 성격을 '앨리스'에서 따와서 대충 비벼 넣은 느낌? 그냥 인생 대충 막 살던 청춘이 이세계에 뚝 떨어져서 갑자기 목숨을 건 경험을 연달아 하며 '진짜 살아간다는 것'(일본인들 이거 진짜 좋아하죠. 왜일까요. ㅠㅜ)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하고... 뭐 이런 식입니다. 당연히 그 과정에는 믿음직한 친구들, 그리고 총칼 들고 필요 이상으로 막나가는 싸이코들이 함께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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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딱 봐도 '응. 일본 만화구나' 싶지 않습니까)


 5. 초반에는 그래도 '드라마'스러운데, 중반 이후로는 정말 '만화책 실사화' 느낌이 강력해집니다.


 중반 이후에 '비치'라는 조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부터는 정말 그냥 만화책 전개에요. ㅋㅋ 흉악한 싸이코들 나오고, 무심 시크한 천재 나오고, 철저하게 일본 만화책 논리대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해 불능의 군중들 우루루 나오구요. 큰 뜻을 품은 빌런 튀어나와서 과장되게 허세 부리고, 캐릭터들은 다 갑자기 우정과 의리에 목숨을 걸고... 심지어 본격 배틀물에나 나올 법한 싸움 장면이 갑작스레 아주 큰 비중으로 전개되기도 합니다. 스토리상 별로 중요하지도 않던 캐릭터 둘이 갑자기 에피소드 절반 가까운 시간을 차지하며 화려한 무술 대결을 펼쳐서 당황했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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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애들 막 튀어나와서 붕붕 날면서 쌈박질...;)



 6. 결말이 나지 않습니다.


 중반부터 벌어지는 큰 사건 하나가 마무리되면서 내용상 '전반전 끝, 후반전 시작!'이라는 식으로 마무리됩니다.

 위에도 적었지만 다행히도 시즌 2는 확정이라고 하네요.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도박묵시록 카이지'류의 정밀하고 성의 넘치는 게임 설계, 기발한 반전 같은 걸 기대하신다면 손 대지 마세요.

 역시 카이지류의 '현실적인 척'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피하시구요.

 일본 만화, 아니메들에서 흔히 보이는 '대충 막 살던 찌질 소년 성장 서사'에 내성이 부족하신 분들도 안 보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그래도 이런 류의 일본 만화들답게 막나가는 재미는 꽤 있는 편입니다. 왜 완성도, 개연성 따윈 신경 끄고 늘 적당선에서 한 발짝씩 더 나가는 작품들에서 느끼는 재미 있잖아요. 그런 재미는 나름 있는 편이어서 보다가 대충 적응하고 나면 그 다음부턴 걍 관성으로 쭉 달리게 됩니다.

 그리고 일본산 제품답게 예쁜 여배우들이 많이 나오... (쿨럭;)


 그러니까 적당히 불량한 맛의 일본 대중 문화 컨텐츠, 특히 이런 '데스 게임'류의 막나가는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무난하게 즐기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만. 뭐 남다르게 출중한 완성도나 치밀한 두뇌 게임 구경 같은 건 기대하지 마시라는 거. 그 정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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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여주인공인데 독사진 하나 정도... 라는 맘으로 올려보는 짤. 근데 배우 정보를 검색해보니 '갸 안 예쁘지 않아?'라는 커뮤니티 글들이 줄줄이... ㅠㅜ)



 + 초반에 살짝 보이는 신분증을 보면 주인공들은 97년생들이더군요. 허허 정말 젊기도 하여라...



 ++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사람 하나 없이 텅 빈 도쿄의 랜드마크들 구경하는 재미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뭐 다 cg로 작업한 거라서 제작비 관계상 저도 알만한 엄청 유명하고 거대한 랜드마크는 얼마 안 나오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본 사람들은 훨씬 재밌게 봤을 듯.



 +++ 근데 클라이맥스의 게임을 '심리전' 장르 게임으로 정한 건 좀 많이 별로였어요. 게임 성격을 알고 있으니 게임 개시와 동시에 정답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정답을 눈치챈 게임이 하필 가장 중요한 게임이었다니. ㅋㅋ 어쨌거나 그런 게임을 한참 헤쳐 나왔다는 설정의 주인공놈들이 거기 줄줄이 낚여서 집단으로 거대 뻘짓 벌이는 것도 한심하고... 주인공은 또 눈물 콧물 범벅된 얼굴로 연설이나 하고 앉았고. ㅠㅜ



 ++++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비치'라는 조직의 존재 의의는 사실... 걍 헐벗은 캐릭터들로 화면 가득 채워서 독자들(원작 기준으로)에게 서비스 컷 잔뜩 선사하는 거죠. 의도가 너무 명백해서 웃음이 나오더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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