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27 04:15
어제 토요일 제가 늘 반복하는 친구들이 소유한 스웨덴에 제일 오래된 서점에 다녀왔습니다. Book sale 시즌이거든요. 쇠데르쇠핑이란 곳에 있는데 문 닫을 때 쯤 가서 책사고 함께 늦은 점심을 먹었지요. 식사를 거의 다 했을 때 그 작은 레스토랑 주인이 와서 친구 부부에게 인사했습니다. 거의 단골인가봐요. 저희가 린쇠핑에서 왔다고 하니까 (그렇게 멀지 않아요) '린쇠핑에 정말 가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는 데 Jord (Earth) 라고 가보셨나요?' 라고 묻더군요. 친구 부부가 저희를 가르치며 '얘네들 거기 단골이에요 우리도 얘네가 초대해주어서 가봤어요!' 라고 거의 한 톤 높여 답을 하더군요. (친구네가 저희한테 여름집을 빌려주었거든요. 그 답례로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지요. 저희는 선물로 흥미로운 레스토랑 가는 걸 자주해요. 이미 가질 건 다 가진 사람들에게 뭘 선물하겠습니까?) 레스토랑 주인이 거기가 정말 소문대로 좋던가요 라고 묻자, 안데쉬는 우리가 먹었던 메뉴 하나를 읖더군요. 정말 대단했다고. 네 그곳은 파인 다이닝입니다. 한접시 한 접시가 예술 작품같아요. 그곳은 사슴,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을 중심으로 한 요리를 합니다. 스웨덴내의 올해의 야생요리 레스토랑으로 몇년째 승자입니다. 언제 물어봤더니 재료의 약 80%는 자기들이 다 해결한다고 하더군요. 거의 모든 요리사가 사냥을 할 줄 알고, 야채는 본인들이 키우거나 버섯이나 그런건 딴답니다. 단골이란 단어는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가야지 듣는 거 같은 데 그렇게 가는 건 아니고요, 아마 그날 웨이터가 어 우리 단골 손님이네요 한 이유는 제가 한 말들이 기억이 나서 이겠지요. 저는 칭찬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고 칭찬하는 걸 쑥스러워 하지 않아요. 약 9개의 요리가 나오는 데 한번은 첫 접시가 너무 대단했어요. 제가 접시를 치우면서 어떻습니까?라고 묻던 그에게, 벌써 행복해요 라고 대답했죠. 그는 크게 웃었습니다.
울로프와 저는 맛있는 거 먹으로 외식하는 거 좋아합니다. 피자같이 간단히 무엇을 시켜먹는 건 제 친구들 보다 덜 하는 것 같은데 레스토랑 가는 거 보통 가정보다는 자주 하는 거 같아요. 아마 한국 기준으로 하면 아주 적은 것 일수 있는데 저희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레스토랑에서 (피자나 케밥 같은 거 파는 데 아닌) 식사를 하거든요. 제 친구들이 묘사는 저희는 무슨 미셀린 레스토랑 자주 가는 사람들 같은 데 (울로프 왈, 그건 우리가 린쇠핑에 살아서 비교할 사람이 별로 없어서야) 그정도는 아닙니다. 우리 둘이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아마 그러지 못했을 거에요. 선물이랑 저녁에 레스토랑에 둘만 간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을 테니까요. 울로프는 음식 좋아하는 안톤과 같이 다녔겠지만 지금 처럼 신문을 읽고 이번에 스톡홀름에 갈때는 어느 레스토랑을 가볼까 뭐 이렇지는 않았겠죠. 처음에는 선물이가 먹는 게 정해져 있어서 햄버거가 있는 레스토랑만 찾아갔는 데 요즘 선물이는 전채요리로 육회를 먹습니다....
The bear 시즌 1을 다 봤습니다. 정말 몇몇 에피소드는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 스트레스 받더군요. 레스토랑을 잘 묘사했다고, 더하면 더하지 덜하진 안타라고 스웨덴 유명한 세프가 말하더군요. 시리즈보면서 저렇게 어떤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일때문에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 가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요리사가 정신 건강이 안 좋은 직업중 하나인 걸로 알고 있어요. 연기들을 다 잘하더군요. 추천합니다. (그런데 정말 첫 2 에피소드는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The bear의 반대편에는The menu가 있는 듯 한데 The bear의 주인공은 이런 파인 레스토랑에서 대단한 요리사이기도 했어요.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결코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닙니다. 불행히도 저 유명한 세프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그리고 자기 레스토랑을 가진지 20년이 되었는 데 지금도 그때의 일이 플래시백으로 찾아온다고 하더군요. 저한테 The menu 음식을 감사하며 잘 먹어라란 영화 같았어요.
위에 말한 유명한 세프의 레스토랑에 3월 중순에 갑니다. 제 친구들이 결혼선물로 그 레스토랑 카드를 주었습니다. 먹으면 사라지는 예술들을 감사히 잘 먹고 오겠습니다.
2023.02.27 10:34
2023.02.27 16:41
네 저는 별로 그런식의 차이를 못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이 냄새가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아 그 Vermeer 전에 가시나요? 며칠전에 친구가 같이 여행가자고 했는데 저희가 4월에 파리를 가서 못간다고. 너무 아쉽더라고요.
아 The bear는 정말 그 업계에 대한 환상을 깹니다. 그냥 쉬울거 같은 작은 레스토랑이던 파인 다이닝이더 다. 그런데 전 정말 이 시리즈가 왜 코메디로 분류 되는 지 모르겠어요. 정말 심장 조이는 드라마인데
음식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잘 균형을 이루면서 보여집니다. 전 정말 좋았어요
2023.02.27 11:29
더 메뉴는 거의 안티 파인 레스토랑 영화 같았어요. ㅋㅋㅋ 영화에서 유일하게 맛있게 묘사되는 마지막 메뉴를 보면 더욱 그렇구요. 아 이런 댓글을 적으니 '그 메뉴'가 또 먹고 싶어지네요. 진짜 영화가 딱 그 음식만 거의 심혈을 기울이다시피 묘사를 해놔서 영화 끝나고 나니 엄청 땡기더라구요.
2023.02.27 16:46
네 안티 파인 다이닝 영화, 체프들을 무슨 락 스타로 만드는 거에 대한 영화. 그래도 요즘에는 좀 나아지고 있다지만, 이런 레스토랑의 계층구조는 좀(혹은 많이) 끔찍하잖아요.
울로프 이런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그가 Jord 는 다른 문화의 예, 방향을 제시하는 것 같다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갑자기 메뉴에 나오는 공동생활이 생각나서 웃었어요. Jord 종업원이 우린 함께 사냥하고 요리하고 그럽니다 라고 한 말이 갑자기 달리 느껴져서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4831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3386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1743 |
126029 | 게시판 이제 되네요. [10] | poem II | 2012.06.26 | 17352 |
126028 | 나이별 경기도지사 지지율 [1] | 그림니르 | 2010.06.02 | 12794 |
126027 | 경기도민, 오늘 투표하고 왔어요.. [2] | 화기치상 | 2010.06.02 | 10432 |
126026 | 방송3사 출구조사는 감격, YTN 출구조사는 불안 [2] | Carb | 2010.06.02 | 10111 |
126025 | 경남 도지사 초박빙 | alan | 2010.06.02 | 9318 |
126024 | [불판]개표방송 [13] | 20100602 | 2010.06.02 | 9165 |
126023 | 구로구, '오세훈' 기표된 투표용지 배부...-_- [7] | look | 2010.06.02 | 10809 |
126022 | 근데 왜 비회원도 글 쓰게 하셨죠? [2] | 비회원 | 2010.06.02 | 9474 |
126021 | 결코 인간편이 아닌 스티브 잡스,.. [7] | 자연의아이들 | 2010.06.02 | 10652 |
126020 | 파이어폭스로 잘 되네요 [4] | anth | 2010.06.02 | 7378 |
126019 | 유시민이 이기는 이유.jpg [7] | 그림니르 | 2010.06.02 | 12562 |
126018 | 개표방송 보는데 떨려요. | digool | 2010.06.02 | 6478 |
126017 | [서울]한명숙 1% [22] | 스위트피 | 2010.06.02 | 9578 |
126016 | 절호의 찬스! [1] | 얏호 | 2010.06.02 | 5982 |
126015 | 옛날 종교재판이 판치던 시대 과학자들의 심정을 [1] | troispoint | 2010.06.02 | 6688 |
126014 | 노회찬씨에게 해주고 싶은 말 [8] | 그림니르 | 2010.06.02 | 8843 |
126013 | 현재 무소속 후보의 득표율은 어떻게 되나요.. [1] | 장외인간 | 2010.06.02 | 5815 |
126012 | 잘가라_전의경.jpg [5] | 댓글돌이 | 2010.06.02 | 9025 |
126011 | 계란 요리 드실 때, 알끈도 드시나요?? [14] | 한여름밤의 동화 | 2010.06.02 | 8703 |
126010 | 좀 의아스러운게.. [5] | 장외인간 | 2010.06.02 | 7049 |
사슴이나 멧되지 같은 야생동물 고기를 먹었을 때 (사람이 키운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달리) 소화가 잘 안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커피공룡님은 괜찮으신가봐요. The Bear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저도 보기만 해도 지칠 것같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가족 중에 업계 종사자가 있어서 엄청나게 고생하는 걸 보며 그 업계에 대해서 환상이 많이 계졌었거든요. 그래도 5월에 암스테르담 가면 Vermeer 특별전을 하는 국립미술관 레스토랑에서 하는 Vermeer특선 코스를 노리고 있습니다. 미술관/박물관 레스토랑에서 특별전에 맞추어 내는 메뉴들이 항상 흥미로운데, 작가 국적과 작품 내용에 맞게 네덜란드식으로 해석한 음식들인 듯 해서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