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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주로 코미디 연기를 해왔던 제니퍼 애니스톤의 진지한 연기로 오스카 시즌 동안 잠시 관심을 끌기도 했던 [케이크]는 힘든 일을 겪은 후 바닥을 치는 중인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한 교통사고로 인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클레어는 술과 진통제에 의존하면서 고립된 일상을 이어왔는데, 그러다가 정기적으로 참여했던 재활 그룹 모임 일원들 중 한 명의 자살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닫힌 마음을 열 기력을 서서히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영화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동안 애니스톤은 깊은 마음 속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까칠한 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그려가고, 클레어의 멕시코인 가정부 실바나를 맡은 아드리아나 바라자도 좋은 조연입니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영화는 방향을 잃어가면서 결과적으로 얄팍해지고, 이는 애니스톤과 다른 배우들의 노력을 깎아 먹습니다. 언젠가 로저 이버트 옹께서 애니스톤이 더 진지한 역들을 맡을 능력이 있다고 지적하신 적이 있는데, [케이크]는 그의 말이 맞았다는 걸 보여주지만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그녀의 연기만큼 좋지 않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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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 윈도우즈]

  [오픈 윈도우즈]를 보다 보면 [그랜드 피아노]가 절로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단 일라이저 우드가 주연인 가운데 영화도 후자처럼 스페인에서 제작된 영어 영화이고, 여기서도 우드는 한 정체불명의 악당의 사악한 계획에 말려들어가서 꼼짝 못할 신세가 되거든요. 본 영화의 경우, 우드는 피아노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붙들어야 되는 신세가 되는데,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봤던 조그만 SF 수작 [타임크라임]의 감독 나초 비가론도는 영화의 상당 부분을 노트북 컴퓨터 화면 안에 한정시킵니다. 듣기에는 갑갑할 것 같지만, 영화는 이런 제한된 배경 안에서 노련하고 영리하게 긴장감을 쌓아갈 뿐만 아니라 나중에 가서는 자동차 액션 장면까지 펼치기도 합니다. 물론 [그랜드 피아노]나 다른 유사한 스릴러 영화들이 대개 그러듯이, 가면 갈수록 이야기가 황당해지는 건 기본이고 절정 부분에서는 더더욱 어이없어지지만, 영화가 히치콕 적 설정을 드 팔마 적 스타일로 막 밀고 가는 동안 나오는 재미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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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굿 라이]

  1955년에 시작된 1차 수단 내전이 1972년에 끝난 뒤 1983년에 2차 수단 내전이 터졌고, 이로 인해 수많은 전쟁고아들이 난민 신세로 에티오피아를 거쳐 케냐까지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이들 중 상당수가 나중에 미국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더 굿 라이]는 이에 영감을 받은 이야기입니다. 전반부가 갑자기 난민 신세가 된 어린 주인공들의 길고 험난한 여정에 중점을 두었다면, 후반부는 13년 후 9/11 직전의 미국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되는 주인공들의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전반부의 절실함에 비해 감상적인 후반부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라자르 선생님]의 감독 필리프 팔라도는 이야기를 침착하게 풀어나가면서 작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크레딧 상에선 이름이 먼저 나오지만 사실상 조연인 리즈 위더스푼이 다른 조연 배우들과 함께 주변에서 충실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 이들에 비해 덜 알려진 아놀드 오셍, 거 듀애니, 그리고 엠마누엘 잘이 꾸밈없는 연기로 영화를 성실하게 이끌어 나가는데, 특히 듀애니와 잘이 실제로 수단 난민 고아였다는 점은 이들 연기에 상당한 진실성을 부여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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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 없는 일주일]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에 따른 장례식이 이어지는 동안, 어머니의 주도 아래 네 남매들이 일주일 동안 한 지붕 아래에서 모이게 되는데, 그들 모두 각자 만의 문제와 고민들을 안고 있고, 당연히 그들의 일주일은 그리 평탄치 않게 됩니다. 이런 흔해 빠진 설정도 나름대로 좋은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만, 불행히도 [당신 없는 일주일]의 캐릭터들은 대부분 캐리커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이야기는 과장된 나쁜 코미디와 감상적인 밋밋한 드라마 사이에서 덜컹거리곤 합니다. 제이슨 베이트먼, 티나 페이, 애덤 드라이버, 코리 스톨, 캐서린 한, 로즈 번, 티모시 올리펀트, 그리고 제인 폰다와 같은 쟁쟁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놓고도 이런 미적지근한 결과물이 나오니 더더욱 실망스럽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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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핀 테일 2]

 작년에 [돌핀 테일]의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무슨 할 얘기가 또 있을까 궁금했는데, 마찬가지로 실제로 구조되어서 잠시 보살핌 받은 돌고래들 이야기들에 살짝 바탕을 둔 [돌핀 테일 2]는 전편만큼이나 썩 괜찮은 가족 영화입니다. 전편에서 소여와 다른 수족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공 꼬리를 통한 재활에 성공한 뒤 돌고래 윈터는 수족관의 명물로써 인기를 끌어 왔는데, 같이 지내던 늙은 돌고래 파나마의 죽음으로 인해 윈터는 일종의 우울증 증상을 보이고, 그것도 모자라 규정상 이유로 윈터는 같이 있을 돌고래가 없는 탓에 다른 곳으로 보내져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상황을 중심으로 영화는 비교적 평탄하면서도 편한 분위기 아래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후반부에서 이를 너무 좀 쉽게 해결하는 편이지만 적어도 이야기에 함부로 갈등을 집어넣지 않은 건 마음에 들었고, 전편에 이어 출연한 배우들도 전처럼 든든합니다. 평범하지만 생각보다 잘 나온 속편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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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오리진스]

  [아이 오리진스]의 주인공 이안은 눈의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과학자답게 어릴 때부터 여러 다양한 사람 눈동자들에 집착해 왔는데,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만난 어느 한 여인의 눈동자에 매료되게 됩니다. 누군지도 모를 그녀를 나중에 이안이 그녀의 모델 사진을 통해 찾아낸 후, 둘은 서로에게 더욱 이끌리게 되지만 동시에 둘의 대립된 세계관의 차이도 느껴가지요. [어나더 어스]의 감독 마이크 카힐은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 소재에 접근하고 있지만, 좋은 분위기에도 불구 결과물은 이야기나 캐릭터 면에서는 미지근한 편이고, 모일까 도일까 하다가 결국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결말은 맥 빠지는 편입니다. 분자생물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좀 있는 덕분에 흥미롭게 지켜봤지만, 전반적으로 수박 겉핥기 인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1/2)


P.S.

 영화이긴 하지만, 그런 중대한 분자생물학 연구 프로젝트에 겨우 2-3명만 참여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어색하게 보였습니다. 적어도 영화 속 연구실 풍경은 어느 정도 그럴듯하긴 하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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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eap Thrills]

 저임금 직장으로 겨우 가족을 부양하다가 어느 날 실직하게 된 주인공 크레이그는 침울한 기분 속에서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전과자 백수 신세인 고등학교 동창 빈스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가 둘은 마침 술집에 있었던 부자 커플 콜린과 바이올렛과 엮이게 됩니다. 쓸 돈이 상당히 넘치는 듯한 콜린은 빈스와 크레이그에 돈 벌 수 있는 내기를 제안하는데, 처음엔 스트리퍼 엉덩이 때리는 것과 같은 단순한 장난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가면 갈수록 내기의 강도는 높아지고 그에 따라 판돈도 높아져만 갑니다. 콜린과 바이올렛의 돈 앞에서 자신들을 기꺼이 욕보이고 타락시켜가는 크레이그와 빈스의 모습에서 [컴플라이언스]가 문득 연상되는데, 그 영화에서 모 인간말종 캐릭터를 연기했던 팻 힐리를 비롯한 4명의 주요 출연 배우들과 함께 감독 E.L. 캣츠는 호러와 코미디 사이를 노련하게 오가면서 어둡고 섬뜩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이야기가 가면 갈수록 더욱 더 암담한 영역으로 들어가니 불편하기 그지없지만, 사람이 절박해지면 뭐든 지 할 수 있다는 걸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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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Humbling]

 필립 로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배리 레빈슨의 최근작 [The Humbling]의 주인공 사이먼 액슬러는 경력의 막바지에 다다른 노년의 브로드웨이 배우입니다. 셰익스피어 연극 공연 도중 그만 신경 쇠약에 빠진 탓에 잠시 요양원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는 은퇴를 고려하게 되는데, 그러다가 요양원에서 집에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그는 오랜 친구 부부의 딸 페긴을 만나게 되고, 그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그녀에게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의 복잡한 과거와 본인의 건강 상태 때문에 일은 그리 평탄하게 돌아가지 않고, 치매 때문인지 머릿속이 가면 갈수록 뒤죽박죽이 되어가는 와중에서도 그는 컴백 연기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후반부에서 사이먼이 더욱 더 혼란에 빠지는 동안 영화는 우스꽝스러움과 절실함 사이에서 방향을 잃어가면서 흥미도가 떨어져만 가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나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과 여러 모로 자동적으로 비교되면서 더더욱 실망스러운 인상을 남깁니다. 적어도 영화는 알 파치노의 소박한 좋은 연기 덕분에 어느 정도 볼 만한데, 영화의 결말을 보면서 본 영화보다는 파치노가 리어 왕을 연기하는 걸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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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히어런트 바이스]

  [더 마스터]의 장엄한 어리둥절함에 이어서 내놓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신작 [인히어런트 바이스]는 발랄한 두리뭉실함으로 우리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토마스 핀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본 영화는 한마디로 뽕쟁이 느와르라고 할 수 있는데, 담배 대신 대마초를 끼고 살다시피 하는 캘리포니아 히피 스타일의 사립탐정 주인공이 이리저리 복잡해져가는 느와르 풍 줄거리 속에서 태평하면서도 몽롱하게 굴러가는 모습을 2시간 넘게 지켜 보야 합니다. 이런 멍하기 그지없는 분위기 때문에 본 영화를 좋아하기는 힘들지만, 말 그대로 띨띨한 연기를 하는 호아킨 피닉스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조연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별나게 웃기는 광경들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의 나른하고 팔자 좋은 분위기와 함께 잊기 힘든 독특한 인상을 남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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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빈센트]

 까칠한 노인과 이웃집 소년 간의 우정을 다룬 [세인트 빈센트]는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금세 짐작이 되지만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습니다. 어느 익숙한 영화 클리셰로 결말을 맺는 등 뻔한 구석들이 많지만, 이야기를 느긋하게 전개하는 동안 영화는 웃기면서도 훈훈한 순간들을 만들어가다가 찡한 순간들을 만들기도 하고, 주연으로써 정말 근사하게 캐스팅된 빌 머레이 그리고 그와 함께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 주는 아역 배우 제이든 리버허를 비롯한 다른 여러 좋은 배우들을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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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턴 트윈스]

 [스켈리턴 트윈스]는 두 자살 시도들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할리우드에서 배우 경력을 쌓으려고 했지만 좌절감과 우울함만 쌓인 마일로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자살을 시도하는데, 다행히 그의 자살 시도는 실패했고, 이 소식은 막 자살 시도 직전인 그의 쌍둥이 누나 매기에 전해집니다. 뉴욕 주의 그들 고향에서 즉시 날아온 매기의 설득을 통해 마일로는 병원에서 회복한 후 오랜 만에 귀향하게 되는데, 여느 선댄스 영화 문제 가족 주인공들처럼 이들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서로 간의 연대감을 확인하면서도 동시에 이리저리 부딪히기도 합니다. 우울하지만 간간히 정감어린 순간들이 나오는 본 영화에서 SNL 출신 코미디언인 빌 헤이더와 크리스틴 위그가 전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별다른 어색함 없이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는 가운데, 영화 속 중요 조연 캐릭터들을 맡은 루크 윌슨과 타이 버렐도 든든합니다. 너무 사람이 좋아서 탈인 매기의 남편으로써 윌슨은 첫 등장부터 호감이 가는 가운데, 버렐은 마일로의 옛날 애인으로써 상당히 진지한 모습으로 나오는데, 이는 미드 [모던 패밀리] 팬 분들께는 꽤 신선할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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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에 관한 특별한 다큐멘터리]

 제목부터 웃기는 티가 절로 나는 뉴질랜드 코미디 영화 [뱀파이어에 관한 특별한 다큐멘터리]는 오래 전에 유럽에서 뉴질랜드로 건너온 뒤 어쩌다가 같이 한 집 안에서 살아 온 네 명의 뱀파이어들의 어설프고, 한심하고, 그리고 피 튀기는 일상을 다룬 모큐멘터리입니다. 이들의 사전 동의를 얻어 촬영 중인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의 카메라를 통해 이야기 전개하는 설정부터 이미 황당하기 그지없는데, 시치미 뚝 떼고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는 출연 배우들의 능청맞은 코미디 연기와 쉴 새 없는 호러 장르 관련 농담들을 보다 보면 웃음을 참기 힘들 지경입니다(물론 트와일라잇도 당연히 놀려 먹습니다). 기본적으로 원조크 코미디이지만, 단순한 설정으로부터 상당히 실속 있게 웃음을 뽑아내는 멋진 호러 코미디입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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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마]

  [I Will Follow]와 [Middle of Nowhere]로 두각을 드러낸 에바 두버네이의 신작 [셀마]는 미국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2세의 흑인 민권 운동 경력의 중요 정점들 중 하나에 초점을 맞춥니다. 1964년에 미국 하원에서 통과된 민권 법안에도 불구 여전히 미국 남부에선 흑인들의 투표권을 몰염치한 수준으로 공공연하게 막았는데, 같은 해 10월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킹은 민권 법안을 보완할 수 있는 투표권 법안 통과를 위한 대규모 시위행진을 계획하게 되고, 그리하여 1965년 3월에 앨라배마 주 셀마 시에서 몽고메리 시까지 이어지는 행진이 시도됩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인종차별이 예사였던 그 시절의 미국 남부가 킹이나 그의 지지자들에게 얼마나 험한 동네였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안, 영화는 킹의 인간적 장단점들을 가감 없이 조명하면서 입체적인 초상을 그려가는데, 주연배우 데이빗 오옐로워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의 명연으로 우리의 시선을 붙잡습니다. 남편 때문에 정말 많은 걸 감내해야 했었던 코레타 킹을 맡은 카르멘 에조고를 비롯한 다양한 조연 배우들도 이야기 속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연기를 하는데, 린든 B. 존슨을 맡은 톰 윌킨슨의 경우 미스캐스팅 티가 상당히 나지만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실화를 극화하는 동안 넣어진 허구적 요소들 때문에 현지 개봉 당시 말이 많았지만 (예를 들어 영화 속 부정적 묘사와 달리 존슨 대통령은 킹 목사와 민권 운동을 상당 수준으로 지지했지요), 결과물 자체는 여전히 감동적인 드라마인 가운데 [링컨] 그리고 [노예 12년]과 함께 나란히 기억될 만한 가치가 충분합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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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기 전에 한 가지가 염려되었습니다. 감독 매튜 본은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재감상 후 비호감이 더 들기도 했던 [킥 애스: 영웅의 탄생]을 감독했었고, 그 영화의 원작 만화책을 쓴 마크 밀러가 본 영화의 원작 만화책을 썼거든요. 밀러의 다른 만화책을 원작으로 한 [원티드]처럼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도 별 볼일 없던 주인공이 어쩌다가 비밀 조직에 영입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제임스 본드 영화나 다른 스파이 액션 영화들 놀려 먹는 재미가 간간히 있긴 하지만, 패러디와 폭력적인 액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영화는 얄팍한 인상을 남깁니다. 콜린 퍼스야 이런 와중에서 품격을 유지하고 있고, 마크 스트롱이나 마이클 케인도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부여하긴 하지만, 사무엘 L. 잭슨은 너무 과장스러워서 우스꽝스러울 따름이지 악당으로썬 그리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주연인 신인배우 태론 애거트는 괜찮긴 하지만, 퍼스와 상반되는 이미지를 밀고 나가는 것 그 이상이 아니니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반적으로 [킥 애스: 영웅의 탄생]보다 덜 불편하게 봤지만, [원티드]보다는 한 두 단계 아래입니다. (**1/2)     


 P.S.

 영화 속 특정 폭발 장면은 웃을 만했지만, 클라이맥스 부분 맨 끝에 배치되었다면 더 빵 터졌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에 비하면 그 뒤에 이어지는 액션 장면은 안티클라이맥스에 가깝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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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슬립]

 모 블로거 평

 “It is not perfect, but it is supported well by many engaging things including its actors’ nuanced performances, and the overall result is a slow but rewarding journey to reflect on later.”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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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스트 바이어런트]

 [모스트 바이어런트]의 원제목 [A Most Violent Year]는 높은 범죄율로 뉴욕 역사상 가장 폭력적인 해들 중 하나로 기억되는 1981년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1981년 뉴욕, 자신의 연료 공급 사업을 더욱 더 활성화시킬 큰 거래를 추진 중인 지역 사업가 에이블 모랄레스는 그 중대한 시점에서 심각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자신의 회사 유조차들이 계속 강탈되는 가운데, 어느 한밤중에 자신의 집에서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하기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야심 많은 한 지방 부검사가 그의 회사와 다른 경쟁 회사들의 비리를 파헤칠 작정을 단단히 하고 있지요. 깨끗하게 벌어 살고 있다는 자부심 뒤에서 서서히 어두운 영역으로 빠져가는 에이블의 모습을 보면 [대부]나 70-80년대 뉴욕 범죄 영화들이 절로 연상되는데, 에이블과 다른 사업가들이 모인 장면만 봐도 본 영화가 이들 범죄 영화들로부터 받은 영향은 확연히 보입니다. [대부]에서 범죄가 사업 같아 보인다면 본 영화에선 사업이 범죄 같아 보이고, 그러니 에이블의 절박한 모습에서 마이클 콜레오네가 슬며시 연상되지 않을 수 없지요. [마진 콜]과 [올 이즈 로스트]의 감독 J.C. 챈더가 촬영 감독 브래포드 영과 함께 음울한 분위기로 중요 장면들을 자욱이 채우는 동안, 오스카 아이작의 열연을 중심으로 제시카 차스테인, 앨버트 브룩스, 데이빗 오옐로워 등의 실력파 배우들이 맴도는 모습도 볼만한데, 복고풍 스타일 그 이상으로 가지 않지만 영화는 모방하려고자 하는 걸 잘 해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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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도로프스키즈 듄]

  다큐멘터리 [조도로프스키즈 듄]는 컬트영화 감독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가 1970년대에 프랭크 허버트의 SF 고전 소설 [듄]을 영화하려고 했던 시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영화 제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그의 계획은 중지되었지만, 조도로프스키는 현재는 고인이 된 H.R. 기거와 댄 오배넌을 비롯한 여러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제작 전 과정 동안 많은 걸 디자인하고 고안했고, 이들의 인터뷰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는 그 당시 작업 과정에 대해 이런 저런 것들을 들려주거나 보여주면서 우릴 즐겁게 합니다. 조도로프스키의 [듄]이 인터뷰 당사자들 말대로 전후무후한 SF 걸작이 되었을 수 있었을 지에 대해선 살짝 회의감이 들긴 하지만, 그의 아쉽게 무너진 계획으로부터 흘러나온 재료들이 그 이후의 다른 영화들에 영향을 끼친 점은 의심할 바 없고, 그런 가운데 최근 나온 그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절로 상승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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