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날

2019.01.08 18:00

어디로갈까 조회 수:680

1. 철인경기에 참가하고 있는 듯한 하루입니다. 팀의 F가 펑크낸 걸 메꾸느라 지금까지 잠시의 휴식도 없이 에너지를 사용했어요. 
삶에서 제가 따로 누려야 할 것이 있는데, 일 때문에 그걸 못 누려서 억울하다는 건 그다지 당연한 계산법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2. 종일 수없이 많은 서류를 들여다 보고, 분석하고, 설명하고, 질문하고 했지만 (아직 한끼도 못 먹었음. - -) 현재 제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숨막히는 시간이 지나갔을 뿐이죠. 
기차여행을 할 때 풍경이 따라와 소유되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길은 달라지 듯 제 삶도 변하고 있는 것이겠죠.

3. 동료 D가 상대하는 회사로부터 ' 내가 보낸 서류를 받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해요. 참 이상한 요구죠? 

4. 간혹 일상의 의무를 거스르며 제 고유성질의 거품을 뿌걱뿌걱 내보고 싶은 충동을 느껴요. 그러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그런 부분적 항거도 흐름 가운데의 하잖은 장식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스쳐서 그만...

5. 요즘 제가 접하고 있는 '인색함'에 대해 생각합니다. 추운 몸들이 서로 이불을 당기듯이, 마음이란 것도 언제나 조금 더 넉넉한 온기를 바라는 것이죠. 이불이 없다면  생산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요? 추위가 롱패딩과 온수 매트 따위로 해결될 일이겠습니까.

6. 마음이 닫힌 뒤에야 '내가 그사람에게 마음을 열었었구나' 깨닫는 경우가 있어요. 그리고 상처입은 뒤에도 마음을 닫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상대는 아니었음도 깨닫게 되죠. 
뭐랄까, 겨울 계곡에서 차가운 개울물 소리를 들으며 어두워지는 숲을 느끼는 것 같은 그런 깨달음이랄까요.

7. 아무리 옳거나 아름다운 삶이라고 해도, 아무리 실수가 적은 삶이라고 해도, 바로 그런 면모 때문에 누구가에겐 부정하고 박살내 버리고 싶은 악의를 유발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므로 옮음이나 정당성 따위를 타인에게서 확인받고자 하는 건 부질없는 욕망이라는 생각.

8. 이십대까지만 해도 '심연' 운운하는 토로가 겉멋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젠 그런 게 정말 있다는 걸 알겠습니다.

9. 누구나 인정받기를, 부정되지 않기를, 이해받기를, 관대하게 대해지기를 원하죠. 물론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만,
그건 '나'의 정당성 때문이 아니라,  변덕스러운 상대방의 상태에 따른 것이기가 쉽죠.  
우연이거나 특정한 현실조건 하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겸손한 맘으로 고마운 우연에 고맙다고 즉시 깨달을 줄 아는 마음을 유지할 것. 

10. 이렇게 일련번호를 붙여가며 횡설수설 하고 있는 건, 제집 난방배관 문제로 아랫집에 누수가 생겼다는 긴급전화를 받았기 때문이에요.
상태점검해 줄 업체에게 연락하고 조퇴해왔는데,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건만 감감 무소식이네요. 코리안타임은 참 한결같,,,
몇달 전 윗집 누수로 제집이 물바다가 돼서 몇달 간 난민생활을 하다가 겨우 안정된 참인데, 이 한겨울에 제집 바닥을 다 뜯는 공사를 해야 
하다니 올 한해도 참 기대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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