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여 역사가 길지도 않지만 집회의 가장 큰 명절(?)인 노동자대회에는 늘 일이 생겨서 참석을 못했었습니다. 몸은 언제나 쉬어야한다 주의여서 일요일은 기본이고 평소에도 외출을 2일 연속하지 않고 살지만 전태일 열사 40주기이기도 했고, 노동자대회는 어떤 방식일지 궁금했기때문에 전야제부터 노동자대회까지 참여하였습니다.

 

전야제는 서울역에서 시작했어요. 많은 분들이 오셨고, 평소 쉽게 하지 못했던 말들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다함께요. 수십개의 나부끼는 깃발들을 보며 생각합니다. 늘 소수자이고 외면받던 사람들이지만 이 깃발 아래서는 누구보다 빛이 난다고요. 여기서만큼은 주인공이라는 생각이요. 집회가 끝나면 또 다시 변방으로 더 낮은 곳으로 들어가야하지만요.

 

집회는 그래도 계속 가보고 있는데요. 집회 분위기나 관례 같은 것은 여전히 낯설고 어색해요. 특히 발언하는 사람이 질문할 때인데요. 어려서부터 '예'라는 대답하는 걸 무척 좋아했던 저는 발언자들의 질문에 습관처럼 '예'라고 대답하는데요. 집회에서는 다 '투쟁'이라고 응답해요^^; 좀 무시무시한가요. 투쟁이라니^^; 예 라고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서야 아차 이 곳에서는 '예'가 '투쟁'이지 라는 걸 깨달아요. 다음번에는 꼭 '투쟁'이라고 답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얘기를 듣다보면 저도 모르게 또 '예'라고 해요.ㅠㅠ 투쟁이 '예'가 되는 곳, 그곳이 집회현장이겠죠. 그럴 때마다 다시 한 번 상기합니다. 제가 하는 대답이 바로 투쟁을 하자는 뜻이라는 걸요.

 

집회에서 가장 낯설 때는 노래 부를 때 입니다. 처음 혼자 집회장에 갔을 때 당연하게도 전혀 모르는 노래들만 나와서 멀뚱거렸었어요. 구호 외치는 것도 어색했고 삼창을 한다거나 하는 구호 규칙들을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래서 아 모두 알 수 있는 노래를 부르면 정말 좋겠구나 처음 와도 어색하지 않게. 집회 시작 전에 누군가 가르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지금도 대부분의 노래는 모르고 여러번 가다 알게 된 노래 몇 곡만 있어요. 그런데 애국가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알만한 노래 같은 게 있을리가... ㅎㅎ

 

전야제 때 전태일 열사가 2010년인 우리들에게 미래를 생각하며 말했던 상상 발언들이 있었어요. 감정을 지극히 자극하는 내용이였는데요. 2010년은 전태일 열사가 꿈꾸었던 이상향에 모두 살고 있겠죠? 라는 부분에서는 한없이 고개를 떨구게 되더라구요. 낱낱히 전부 가슴 아픈 말 뿐이였어요. 전태일 열사가 직접 녹음한 게 아니라 당연히 2010년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전태일 열사가 이렇게 말했을텐데 하고 상상한 대사들을 썼을텐데, 기록에 남진 않았지만 전태일 열사도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로부너 40여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분신으로밖에 말하지 못하는 계층과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픕니다.

전태일 열사가 제 몸에 불을 지를 때는 그 분신이 시작이 아니라, 그 시대를 종언하는 마침표가 되고자 했을텐데요.

그러한 발언들과 동시에 얼마전 분신한 KEC 노동자 병원비 모금함을 메고 있는 사람을 보니 참으로 착찹하더라구요.

 

분신으로 말하는 시대는 갔다고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왔었고 완전히 틀린 말을 아니지만, 여전히 분신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어서 분신으로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것을,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지만 그 시장을 규제하는 정부가 세워져야한다는 것도 더불어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길 소망해봅니다.

 

노동자 대회는 시청광장에서 열렸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시청에 시위하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더라구요. 그보다도 무척 많은 사람들이 서울광장을 꽉 채우고 그도 모자라 폴리스라인 밖에서까지 모였던 게 큰 감격이였습니다. 전야제 때 어떤 노동자 동지가 '지도자가 가두행진을 포기하더라도 우리끼리라도 가두행진을 하자'는 제안을 했었습니다. 4-5만명이 군집한 집회에서 그 발언이 계속 귓가에 맴돌며, 그날은 기필코 가두행진을 하리라 다짐했죠. 집회가 끝나고 사회자의 제안따라, 가두행진을 시작하였습니다. 선봉장에 섰던 노조분들의 대열이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멈춰섰을 때, 뒤에서 궁시렁 대기도 했었어요. 이 정도 숫자면 못뚫을 것도 없는데 좀 더 밀어부쳤으면 좋겠다고요. 그날만큼은 모두 전태일 열사가 되어, 가두행진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옆에 있던 사람이 안뚫은 것도 있지만 못뚫은 것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알고보니 경찰과 대치된 맨 앞에서 경찰들이 최루액을 던졌다고 하더라구요. 그것도 얼굴을 겨냥해서요. 그것을 뚫고 가라 할 수가 없겠더군요. 그리고 모두 알고 있었죠. 저렇게 최루액을 맞고 경찰과 싸워서 가두행진을 한다고 당장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안뚫은 것도 있고 못뚫은 것도 있다고요.  그래도 이런 투쟁들이 모여서 큰 투쟁으로 이어지니 해산이 아닌 돌파가 답일 걸 모두 알덴데 그 요구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런 알 수 없는 패배감과 우울로 해산 무렵, 집회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집회장에서만 주인공이 되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삶을 비롯해서 이 세상에서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이상, 노동자 대회 첫참가기 였습니다. ㅎㅎ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그곳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되는 노동자 대회 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

 

그리고 아래는 2011년 달력이에요. 달력구매 하시는 분들 아래 달력을 쓰면 일년이 더 빛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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