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어제 자기 전에 써뒀던 한화와 네오펙트가 조금씩 올라줬어요. 이걸 쓰는 시점에서는요. 그래봐야 푼돈 번거지만. 잠깐의 기쁨과 바꿔서 없어져버릴 돈이죠. 전에 썼듯이 그래요. 사람들은 돈이 생기면 이걸 가지고 5일을 여행갈지 10일을 여행갈지 한달을 여행갈지 사이즈를 정하지만 나는 아니라고 말이죠. 나는 절대 여행을 안 떠나고 이곳에서만 놀잖아요. 그러니까 나는 이곳을 5일 떠나 있을 돈이든 10일 떠나 있을 돈이든 한달 떠나있을 돈이든...괜히 질질 늘려대지 않고 하루만에 써버리곤 하죠. 


 물론 늘 그러지는 않고 어쩌다가 말이예요. 왜냐면 가끔은 그렇거든요. 원액 한 모금에 물을 타서 한 잔을 마시는 것보다 농밀한 원액 한 모금을 한번에 삼켜버리는 게 좋으니까요. 원액 한 모금 가지고 늘리고 불려서 여러 번에 걸쳐 마시는 인생...물론 인생의 대부분은 나도 그렇게 살아야겠죠. 하지만 때로는 원액 한 모금의 밀도를 느껴야 할 때가 있는거예요. 그래야만 살아 있다는 기분이 간신히 들거든요.


 문제는 이거겠죠. 각자가 생각하는 원액의 밀도...원액의 역치라는 건 계속 기준이 올라가거든요. 얼마나 농밀해야 원액으로 쳐주는가...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 원액의 기준...미니멈이 올라가는 건 인간에게 있어 행복한 일일까요 아니면 반대일까요?



 2.군대...또 여성과 군대 얘기가 나왔네요! 어제 잠도 별로 못 자고 흐느적거리고 있다가 세컨드윈드에 돌입한 참이예요. 잠이라는 게 마라톤처럼, 일정 순간을 참아내면 다시 안 졸립고 각성상태로 진입하거든요. 그래서 안 자고 인터넷을 좀 뒤적거리는데 또 여자도 남자처럼 군대에 가야한다 어쩐다...하는 얘기가 또 나오네요.



 3.나보고 젠더이슈에 대해 물어보면 글쎄요? 사실 나는 페미니즘 얘기나 양성평등 얘기 같은 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런 얘기 하려면 미리 전제조건을 달아야죠.


 세상 사람들 각자를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로 볼지, 아니면 그냥 그들 전부를 사회와 문화의 존속에 갈아넣어져야 할 소모품으로 볼지...인간이란 걸 어떻게 규정할지 합의부터 마친 다음에 얘기해 볼 문제니까요. 


 물론 그 두개의 측면들 중 하나에 너무 천착하는 것도 좋지는 않아요. 우리 모두 온전히 하나의 인격체만이 아닌, 일정 부분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도구의 성격도 띄니까요. 그러나 이 세상은 매우 혹독한 곳이예요. 우리는 우리가 사회의 도구로서의 기능을 해낼 때도 우리의 자아를 분리해낼 수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이 사회에서 강요하는 역할을 해낼 때...우리의 인격, 자아는 그 고통과 설움을 고스란히 인지해내야만 해요.



 4.휴.



 5.한데 앞으로 젠더이슈에 대해 말할 땐 이상적인 소리나 지나친 개인의 관점은 차치하도록 하죠. 내가 늘 말하듯이 법률이나 규칙보다 더 강한 힘은 군중심리거든요. 군중의 합의와 군중의 머릿수에서 발산되는 억지력은 어차피 이길 수 없어요. 그것이 아무리 비합리적이고 폭력적이라고 하더라도요.


 그리고 징징거리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더. 어차피 우리들 중 대부분...99%의 사람들은 좆같은 삶을 참아내며 살거나 그나마 덜 좆같은 삶에 만족하며 살다가 죽어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하고 싶어요. 내가 늘 하는 소리지만. 인생이 좆같다고 느껴진다면 그것은 자신의 계급의 문제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나는 확신해요. 


 어차피 사회가 강요하는 압제에서 벗어나는 길은 둘뿐이예요. 처음부터 귀족으로 태어나거나, 귀족도 평민도 아닌 언터처블이 되던가. 여러분이 원하는 여러분의 모습이 온전한 당신 개인인지, 아니면 사회의 번영과 존속에 쓰여지는 데서 당신의 존재가치를 찾을 건지는 본인의 선택이겠죠. 하지만 그 선택을 관철하려면, 사회가 가하는 압력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힘부터 갖춰야 해요. 그리고 그건 입으로 떠든다고 해서 갖출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묵묵히 사는 사람들 말고, 자신이 겪는 문제를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예요.


 어차피 젠더이슈에 대해서는 한번에 쓸 수도 없고, 일기를 쓸 때 조금씩 써보도록 하죠. 이 일기에서는 여성도 군대에 가야 하는가...가 주제군요. 흠.



 6.일단 한국군대는 좆같아요. 아니 그따위 곳을 군대라고 불러줘야 할까? 대부분의 한국 남자들은 어느날 깡패 같은 정부가 찾아와서- 


 '야, 공짜로 쓸 노동력이 필요하니까 니 인생 2년 내놔. 니 인생 중에서 30대의 2년이나 40대의 2년 그딴 거 말고 제일 빛나는 니 20대의 2년을 내놓으라고. 아 물론 최저시급 따윈 안 줘도 넌 반항할 재주도 없을테니까 안 줄 거야. 자, 군대에 갈래 감옥에 갈래? 어디 마음에 드는 걸 골라봐.'  


 ...라고 협박을 해도 그 협박에서 벗어날 재주가 없다고요. 여긴 개발도상국이 아니잖아요. 전세계에서도 10위 정도는 되는 선진국에서 이런 인신매매가 왜 벌어지는 걸까요? 답은 '그래도 되니까'예요. 생산성 없는 20대 남자는 그냥 소모품에 불과하니까요.시급 몇백원에 2년 동안 인신매매를 당하고, 그 과정에서 심신에 문제가 발생해도 항의할 곳 없는 사람들 말이죠. 


 물론 이런 군대는 여자도 가야 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누구도 가지 말아야 하죠. 그러나 한 쪽 성별만 계속 가는 건 '인간적으로 본다면'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하지만 사회와 사회가 가하는 폭력...우리 모두를 사회의 존속을 위해 갈아버리는 소모품으로 보는 냉엄한 시점으로 보면, 여자가 군대에 안 가는 건 합리적이예요. 인간적으로는 온당하지 못한 일이지만 힘없는 개개의 자아 따윈 무시당하니까요.



 7.이렇게 쓰면 '야아...슬슬 한국 남자들 옹호하려고 기어를 올리는구나?'라고 누군가는 말하겠지만 아니예요. 어차피 국가적인, 압도적인 폭력 앞에서 뭘 옹호하고 말 것도 없잖아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냥 참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남자들은 좆같은 시절을 그냥 참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요. 

 왜냐고요? 사실 사회는 말랑말랑하지 않잖아요. 페미니스트들이 젠더이슈를 제기하는 것에 높은 정치인들이 반응해주는 건 그들에게 표가 되기 때문이예요. 권력자들이 마음 먹고 한 국가의 청년 전부를 인신매매해 버리겠다...라고 마음먹으면 설득이 전혀 안 통해요. 바늘 하나 안 들어가죠. 왜냐면 위에서 말했듯 일반 청년들은 그냥 소모품이기 때문이예요. 남자가 아니라.

 여성과는 달리 남자라는 건 귀속 지위가 아니거든요. 일정 이상의 생산성을 증명하고 일정 이상의 책임을 어깨 위에 올려놓아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남성'이라는 징표가 주어지는 거니까요. 그 수준에 이르지 못한 남자들에게 습관적으로 가해지는 모욕과 조롱, 비웃음이 없다고 이 글을 읽는 누구도 감히 말할 수 없겠죠. 그리고 그 모욕과 조롱, 비웃음에 어떤 제재도 가해지지 않는다는 거요.

 그러나 여성에 대한 모욕이나 조롱, 또는 그렇게 해석될 수도 있는 발언을 공식석상에서 하면 반드시 제재가 가해지죠. 뭐라고요? 개개인간의 혐오가 문제라고요? 그건 어차피 여성에서 남성에게로, 남성에게서 여성에게로 쌍방향으로 넘쳐나도록 지속되고 있는 중이고요. 중요한 건 남자의 생각도 여자의 생각도 아닌, 사회가 우리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어떤 롤을 부여하는가예요.


 8.어쨌든 사회적으로 보면 여자가 군대에 안 가는 건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일이예요. 남자들에게는 분통 터지는 일이겠지만 어차피 남자들은 사회의 소모품이고, 여자들은 사회의 자산이니까요. 소모품의 성격인 남자들은 소모되어도 괜찮고 자산의 성격을 띈 여자들은 가치를 보전받아야 하니까요.

 어느 한쪽이 우월하고 말고 한 게 아니라, 사회가 스스로를 존속시키기 위해 그런 롤을 부여한 거라고 이해는 해요. 그러나 위에 썼듯이 개개의 인간은 도구로서의 자신과 온전한 스스로의 자아를 칼같이 분리하고 그걸 납득할 수 없어요. 요즘 2~30대 남자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고요. 어차피 젠더이슈에 관한 건 여러 번에 걸쳐 써도 모자랄 정도니 나중에 천천히 써보죠. 이제 좀 쉬러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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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사람들과 토론을 피하는 이유는, 그들이 관점을 토론 중에도 계속해서 바꿔버리기 때문이예요. 어떤 때는 개개인의 행복이 우선순위인 것처럼 말하다가 다음 순간엔 개개인이 사회적으로 짊어져야 할 기여도에 대해서 논하다가 어떤 때는 개인의 복지에 대해 말하다가 논하는 상대가 달라지면 갑자기 개인의 의무에 중점을 두는 화법을 쓰죠. 보고 있으면 그냥 그때그때, 본인이 토론에서 이기는 느낌을 느끼기 위해 그냥 하는 소리일 뿐이예요. 


 그래서 일기에 몇 번이나 쓰곤 했죠. 나는 사람을 볼 때 그가 가진 돈과 그가 가진 외모만을 본다고요. 그가 가진 돈과 외모...그리고 충성심. 


 돈과 외모 이외의 건 걔네의 실체가 아닌 그냥 걔네들이 연기하는 허상일 뿐이죠. 보고 있으면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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