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jmagazine.joins.com/monthly/view/328565

좋은 내용이 많은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할 만한 부분을 옮겨봅니다. 

"그는 ‘미·중 무역합의가 타결돼도, 반도체 경기가 회복돼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총체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2020년 한국 경제의 반등은 희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중국발 금융위기나 미국발 거품 붕괴 가능성보다,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 우리 내부의 가계·기업 활력 감퇴가 더 치명적’이라고 경계했다."

“‘여러분이 산 물건값만 올랐다’고 말하면 될 것 같다. 무슨 뜻이냐면 사람들이 사지 않은 물건은 수요가 부진해서 가격이 내려간다. 떨어졌지만 사람들이 사지 않기 때문에 느낄 수 없다. 반면 (체감이 바로 되는) 생필품이나 식료품은 꼭 필요한 물건이니까 값이 올랐다. 정부는 그런 것까지 다 떨어져야 디플레이션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러면 속된 표현으로 경기가 절단이 난 상태다. 지금은 정말 꼭 필요한 음식과 물건 값만 유지되고 있다. 나머지 것들은 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상태다. 쉽게 말해서 (상황이 더 악화해) 밥도 못 먹는 세상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이 디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다.”

“고용이 안 좋아지면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다. 정부는 2019년 11월의 고용이 33만1000명 늘어났다고 했지만, 60대 이상에서 40만8000명이 늘었다. 가계를 책임지는 40대는 일자리에서 아웃(17만9000명 감소)되고 있다. 주 50~60시간 일하던 40대가 사라지고, 주 5~10시간 일하는 60대(초단기 일자리)가 채운 것이다. 일자리가 아예 없어지거나 근로시간이 엄청 줄어서 벌 수 있는 돈이 감소했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돈을 번 다음에 지출되는 세금은 늘어났다. 세법·세율은 그대로지만, 세금 집행 강도를 높여서 더 많이 걷었다. 또 각종 연금이나 공적 기금 관련 부분에서 징수가 늘어났다. 이러면서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줄었다.”

“처음에 나왔던 것이 다주택자 규제였다. 이러면 나머지 집을 팔고, 서울의 선호 지역으로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즉, 핵심자산으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소위 ‘똘똘한 한 채’)을 유도하는 정책이 돼버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는 향후 주택공급을 못 하게 하는 정책이다. 사람들은 좋아하는데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 생각하는 지역에서 가격이 폭등하는 양상이다.”

“강남 등 선호 지역의 가격이 올랐는데, 일산처럼 집값이 그렇게 오르지도 않은 지역에 공급을 늘리려 하니… 이것은 양극화시키는 정책 수행이다. 금리를 올리면 주택가격이 어려운 지역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통화 정책에도 제약을 주고 있다.”

“우리 가계와 기업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국가 재정으로 떠받치고 있는 것뿐이다. 고용통계를 보면, 제조업을 비롯한 민간 기업에서의 고용은 사라지고 재정에 의한 단기자금 형태로 지원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제구조는 기본적으로 지속할 수 있지 않다. 우리는 이미 라틴 아메리카를 통해 이런 경제가 어떻게 됐는지를 봤다.”

“기존 사업자(택시)의 이해관계 이슈 때문에 (공유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 자체를 금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존 서비스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새로운 사업 기회와 고용을 창출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소득이 웬만큼 되는 중산층의 구성원들이 실제로 꽤 많았다. 그러나 정책당국은 (종업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자영업자를 자본가로 생각했다. 사실 자영업자의 성격은 (부잣집 알바생과 비교할 때) 근로자에 더 가깝다. 오히려 형편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생각보다 많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은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이 아니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서 그 (인건비 상승) 압박을 통해서 전반적인 임금이 밀려 올라갔다. 안정된 직장에서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던 근로자들의 임금도 올라간 것이다.”

“폐쇄경제라면 소득주도성장 이론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방경제에서는 우리가 아주 핵심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 예를 들면 반도체를 제외하곤 대부분 수출 산업이 노동비용 증가 압박을 받게 된다. (인건비 증가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이 안 되니까 기업들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단위 시간당 노동비용을 올려놓는다. 우리 기업 경쟁력을 상당히 잃게 되고, 투자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예측한 부분이 예측한 그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궤도 수정이 분명히 필요하다.”

“[중앙일보]에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은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경직적인 방법으로 하면 안 된다. 미국이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적지만, 이렇게 하진 않는다. 생산성이 좋고 더 많은 돈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돈을 더 주고 일을 시킬 수 있게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경직된 노동시장에서 노동비용이 올라가고 있다. 이러면 누가 가장 어려울까? 청년 계층이다. 이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못 구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업도, 근로자도 원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아주 조직화한 환경에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들은 (주 52시간제를) 좋아할 것이다. 그러나 근로시간과 수입이 연계된 사람들은 손해다. 기업도 탄력적인 대응을 못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R&D(연구개발) 분야가 그렇다. 주 52시간제는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연구개발을 할 필요가 없어지게 만들 수 있다.”

“(2019년 경제실적이 워낙 저조해서 2020년에는 바닥을 칠 것이라고 보는 낙관론이 나온다.) 수치적으론 어떻게든 반등할 수밖에 없다. 2019년의 경제 상황은 거의 모든 면에서 역사상 최악에 가까웠다. 이 정도의 지표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곤 나온 적이 없었다. 그래서 개선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한국 경제를 견인할만한 산업이 새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과거에 있던 산업이 조금씩 약화하고 있다. 일종의 산업전환, 산업재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은 무너지고 있는 파트를 그대로 놔두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없다. 그러면 죽는다. 기존 분야를 서서히 정리하고, 새로운 영역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노동이라는 생산요소를 재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동 경직성을 봤을 때 상당히 어렵다. 또 자본이나 기업이 새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것이 용이해야 하는데 각종 규제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다.”

“일본 경제가 무너졌을 때 작용한 것은 ‘플라자 합의’라고 생각한다. 환율 조건이 나빠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수출을 못 하게 됐다. 우리는 환율보다 노동 비용 때문에 수출 경쟁력이 약화하는 문제가 있다. 일본도 당시 근로시간 단축이 있었다. 하야시 후미오 일본 도쿄대 교수와 에드워드 프레스콧 애리조나주립대학 교수가 쓴 유명한 논문 ‘하야시·프레스콧 가설(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를 유발한 것은 엔화 절상보다 1988년 노동법 개정으로 탄생한 근로시간 단축에 있었다는 가설을 증명)’이 있다. 환율(엔고)에 의해서 수출이 잘 안 되게 됐고, 수출이 안 되니 노동 투입 효율이 낮아져 경기 악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디플레이션으로 갔다고 평가한다. 우리도 생산성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이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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