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가 없긴 합니다만. 그게 아무 의미 없는 성격의 작품이죠.





 - 때는 80년대, 장소는 미국의 어느 도시. (구체적인 지명은 안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냥 메트로 폴리스라고...;) 여성 시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각종 차별에 대한 철폐를 행하는데 그 중 하나가 경찰 학교(=폴리스 아카데미) 지원 자격에서 성별, 인종, 체격 등등의 조건을 모두 폐지하는 겁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테스트는 치르고 뽑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 영화는 그딴 거 대충 무시하고 아무나 지원하면 바로 경찰 학교에 입소가 되고, 14주간의 훈련을 무사 통과하면 모두 다 경찰로 채용한다는 식의 그런 편리한 설정으로 전개가 되죠. 이것이 바로 80년대 영화 정신!!!

 여기에 사고뭉치 잉여킹 '마호니'라는 젊은이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 학교에 강제 입소하게 되면서, 어떻게든 퇴학을 당하려고 몸부림치다가 거기에서 만난 각계각층의 선량한 루저들과 관계를 맺고 그러면서 정신 차리고 어엿하게 멀쩡한 경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 인터넷상에서 '연식 인증' 놀이 같은 걸 할 때 '이티'나 '터미네이터' 같은 걸로 기준을 잡으면 좀 난감하죠. 그건 요즘 사람(?)들도 최소한 제목과 간단한 시놉시스 정도는 대부분 알잖아요. 그런 걸 확실하게 하려면 (뭐하러;;) 이런 영화를 잡아야 합니다. 그 시절에만 반짝, 하지만 열렬히 타오르다가 순식간에 잊혀지고 시간 좀 지난 후엔 딱히 언급될 일이 없는 작품들이요. ㅋㅋ 당시 기준으로나 지금 기준으로나 완성도를 진지하게 평가하자면 참 할 말이 없는 영화이고 여기 출연자들이 수퍼스타가 되어 지금까지 과거 출연작으로 언급된다든가 할 일도 없는 영화지만 어쨌거나 80년대엔 참으로 뜨거운 인기를 누린 영화였다는 거. 그래서 시리즈도 주인공 갈아치워가며 무려 7편까지 나왔지만 그 중 마지막 편이 94년작이었으니 그것도 벌써 26년전이네요. 세월...;;



 - 원더키디의 해를 맞은 이 시국에 80~90년대 헐리웃 장르물들을 보면 늘 새삼스러운 것이 그 소박함입니다. 다이하드, 터미네이터 같은 그 시절 블럭버스터들이 지금 보면 그냥 매달 수두룩하게 업데이트 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보다 스케일이 작고 그러죠. 스케일 측면 외에 이야기 진행 측면에서도 마찬가집니다. 그 시절 영화들 스토리는 정말 순둥순둥하고 느긋해요. 요즘 영화들이 20~30분안에 해치워야할 도입부 사건 같은 소재로 상영 시간을 다 채우는 영화들이 부지기수.


 당시에도 이미 저예산 코미디 영화였던 이 영화도 마찬가집니다. 명색이 '경찰' 학교이고 마지막엔 출동도 한 번 하지만 딱히 액션... 이라고 부를만한 장면은 그냥 주인공들이 총 들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것 정도구요. 개그 장면들도 대부분 배우들의 개인기와 드립 몇 개로 때우는데... 그 드립들이 당시 기준으로는 꽤 과격하고 파격적인 것이었겠지만 지금 보면 거의 다 시시합니다. 보면서 계속 아이구, 이런 소재로 영화 만들 생각을 하셨쎄여? 어이구, 이걸로 전세계 1억달러를 넘기셨쎄여? 이런 생각이 들어서 웃겨요.



 -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보다보면 계속 드는 생각이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 입니다.

 보면 나름대로 시대의 변화(여시장, 차별 철폐 정책)를 반영한 아이디어로 전개되는 이야기이고 그래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건전한 영화입니다만. 그게 어디까지나 1984년의 시각에서 그럴 뿐 요즘 시각으로 보면 '여성 혐오'에 해당될만한 장면들이 엄청 자주 나와요. 초반에 주인공이 맘에 드는 동료에게 찝쩍거리는 장면 같은 건 명백한 성추행이구요, 그 예쁜 여성 동료님은 사격 연습 열심히 하고도 마지막에 하는 일은 상자 뒤에 숨어서 주인공이 도와주길 기다리는 것 뿐이고. 눈요기 외엔 전혀 무의미한 노출 장면도 몇 번 나오구요. 덤으로 동성애자들을 희화화하는 개그 장면도 나오고 그러죠. 뭐 이런 개그들이야 요즘 영화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겠으나 스스로를 '착한 영화'로 포지션을 잡고 저런 개그를 치진 않잖아요. ㅋㅋㅋ



 - 근데 솔직히 재미는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1억 달러를 넘기는 흥행 대박을 친 영화답게 나름 미덕들이 있어요.

 누구 하나 '인간의 내면'이란 걸 갖추지 않은 얄팍한 종잇장들이지만 그래도 등장 인물들 하나하나가 모두 캐릭터가 확실하게 잘 살아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쉽습니다. 그리고 그런 개성들을 활용해서 열심히 개그를 날려주고요. 또 영화가 쓸 데 없는 시간 낭비 없이 시종일관 굉장히 성실하게 드립을 날려대기 때문에 특별히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덧붙여서 그 개그들 중 상당수는 지금 시점에서 봐도 꽤 웃겨요. 폭소까진 아니어도 피식피식 정도는 꾸준히 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더라구요.

 덧붙여서 주인공 마호니 역을 맡은 스티브 구텐버그의 연기가 좋아요. 특유의 순둥한 얼굴 덕에 캐릭터의 얄미움이 많이 중화되기도 하구요. 



 - 종합하자면...

 뭐 그 시절 이 영화, 혹은 80년대 코미디 영화들에 대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챙겨보실 필요는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나름 자신의 목적(코미디가 뭐 웃기면 되지!!)에 충실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니 구시대의 성차별 조크들을 '뭐 옛날 영화니까.' 라는 정도로 넘길 수 있는 분들이라면 허허실실 킬링타임으로 싱겁게 즐길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기도 하구요. ㅋㅋ

 전 그냥 탑골 공원 노인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 상영회(...) 보는 기분으로 즐겼고 그럭저럭 즐거웠습니다. 네, 뭐 그 땐 그랬으니까요.





 + 특별한 스타가 없다... 라고 했지만 주인공 역을 맡은 스티브 구텐버그는 이 영화 이후로 한동안은 꽤 잘 나갔습니다. 이 영화가 세계적으로 히트를 쳤고 '코쿤', '세 남자와 아기 바구니' 같은 영화들이 잘 되었으니까요. 그게 히트작의 전부이긴 합니다만... 검색을 해 보니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출연작이 100편이 넘어요. ㄷㄷㄷ



 + 그리고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좋아하는 예쁜 여자' 역할을 맡은 게 '섹스 앤 더 시티'의 킴 캐트럴입니다. 물론 이 분의 젊은 시절 미모 리즈를 담은 작품이라면 이것보단 '마네킨'이겠지만 이 영화에서도 수수한 스타일로 아주 예쁘더군요. 



 + 여성들 신체 노출 장면이 좀 나오는 편이고 성적인 개그가 많으면서 그 중 하나는 '기생충'의 소파 장면과는 쨉도 안 되게 불건전하고 야한 장면입니다만. 넷플릭스에서 등급은 15세네요. 요즘 이렇게 15세들을 존중해주는 걸 보니 15세들 곧 투표해도 되겠어요. ㅋㅋㅋ 참고로 미국에서의 등급은 R등급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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