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나온 다음에도 전쟁이 계속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혀서 마음이 짓눌리는 체험이었습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스코필드 일병과 함께하는 1차 세계대전 참혹한 전쟁터 체험

1차 세계대전은 분명히 이제는 100년 전에 유럽에서 끝난 전쟁이라는 걸 나자신에게 계속 말해줘야 한다고 할까요.

 

1차 세계대전과 상관관계가 희박한 동아시아에서 2020년에 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네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런저런 기록을 찾아 읽고 봐서 지치고 참혹한 참호전이라는 것도 알고 비오는 포탄 구덩이에서 병사들이 익사했다는 것도 알았지만...

 

촬영을 어떻게 했는지 주인공 시점으로 영화 체험이라서 거리감을 가지고 스텍타클한 화면을 구경하는 그런 느낌이 없고 다음 순간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계속 숨막히는 상태로 폐소공포증을 느끼게 됩니다.

 

다음 순간을 거의 예측할 수 없는 것의 절정은 흰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아름다운 강을 헤엄치고 있었는데....그 아름다운 강은 시체가 둥둥 떠다녀서 시체를 온 몸으로 헤집고 올라가야 하는 시체 썩은 물이 흘러내리던 곳이라는 걸 알게 되는거죠.

 

이 영화 시나리오의 주된 목적은 전쟁터의 참혹한 실상을 온 몸과 마음으로 실시간으로 겪는 체험에 있습니다. 촬영을 어떻게 한 것인지, 주인공과 한 몸이 된 듯한 시점으로 전쟁터를 누비게 되거든요. 스코필드 일병과 함께 가도가도 끝이 없이 갇혀있는 듯한 참호를 걷고 뛰고 시체가 널려있는 황폐한 페허를 끝도 없이 헤매고 다니는 그 여정 자체가 영화의 전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과 계속 걷고 뛰고, 구덩이에 빠지고 하다보니 어느 순간,,,,아마도 거의 부대를 찾을 무렵에는 이유도 모르고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더군요.

 

배우, 줄거리, 심지어 등장인물의 국적이 영국인지 독일인지도 거의 무의미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인 배우는 전에 본듯도 아닌 듯도 하지만 콜린 퍼스나 베네딕트 컴버비치같은 유명배우가 거의 카메오급으로 나옵니다. 사건의 주요한 시작과 끝을 장식하긴 하지만...~ 배우가 누구든 등장만 하면 되는거 같더군요.

   

”1600명의 목숨을 살린다는 명분과 전투의 흐름을 바꿔놓을 엄청난 임무를 맡기는 듯한 명령에 초반에는 잔뜩 기대를 하게 되는데,,,, 아무리 전기통신이 다 끊겨도 가다가 어디서 죽을지(아무리 봐도 살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 알 수도 없는 병사 2명만 밑도 끝도 없이 보내는 상관이 이해도 안되구요. 그 때 전쟁 상황에서는 이런 상황이 종종 벌어졌는지 모르겠지만,,,, 스코필드 일병에게 이 명령이 주어진건 전쟁터를 보여줄 상황을 만들어내는게 가장 큰 목적이었던게 아닐지.

    

정신없이 사방에서 총알이 빗발치고 하늘과 땅으로 폭격기가 날아다니고 군인들이 떠들썩하게 고함을 지르는 평생 봐온 전쟁영화들과 달리 적막할 정도로 사람이 안나옵니다. 이 영화의 가장 오싹한 점은 영화 내내 죽음의 그림자가 너울거리면서 불안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지만 지독하게 적막하다는거에요.

 

스코필드 일병이 임무에 성공했을 때 메켄지(베네딕트 컴버비치)의 무심하면서 이런 상황에 질린 듯한 답변때문인지 느껴지는건 이 전쟁이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같은 절망감과 허무감이었어요.

 

 

주인공을 제외하면 나오는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나는 유령처럼 존재감이 비현실적이기까지 하고, 야간의 폐허가 된 마을에 폭격이 되는 장면은 죽은 다음의 지옥이나 벗어날 수 없는 악몽이라고 느껴져요.

 

적군이든 아군이든 누구든 제발, 제발 사람 좀 만나라라고 느낄만큼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만날 수 있는건 널려있는 시체들만 있는 장면이 거의 30분이 넘는거 같습니다. ---결이 없다시피 하니까 이 영화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가늠할 수가 없는 가운데 가다가다~ 보니 목표한 부대를 거의 우연이듯이 만나고 결말이더군요.

 

기진맥진하고 정신을 놓고 요단강을 건너~~~”라는 어디서 많이 들은 듯한 구슬픈 노래를 듣고 있다보면 아주 허무하게 끝이에요. 이 노래를 병사들과 같이 듣고 있자니 “Danny boy”급의 구슬픔이 몰려오는데요. (처음에는 시체들이 숲 가득히 널려있는게 아닐까, 안개 속에 보이듯 희미하게 보이다가 그게 살아있는 병사들이라는 걸 알게 되고 주인공이 그들과 함께 나무에 기대어 노래를 듣게 되는 장면도 잊혀지지 않을 거 같아요.)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고등학교 때 너무 감명깊게 읽어서 대학교 입학 면접 때도 이 소설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그 이후로 이 소설을 다시 읽은 기억이 없더라구요. 이 영화의 지독한 체험을 떨궈내고 싶지만 소설을 다시 읽고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네요.

 

 

생각보다 많이 주절거렸지만 이 영화를 볼 마음이 있으시다면 영화관에서 꼭 보셔야 합니다. 영화관에서 내려온 다음에 다른 매체로 보면 정말 이 영화를 1/10도 못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 2차 세계대전이 태평양 전투도 과달카날과 진주만 공습이 따로 나올 정도로 전선별로, 전투별로 자세히 나오는데 비해서 1차 세계대전은 전체 전쟁 영화에서 거의 비중이 없는 이유가 뭘까요???? 살면서 1차 세계대전 영화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 궁금해하지도 않았네요. 평생 본 전쟁 영화의 90% 이상은 2차 세계대전이었을 거에요. 그 다음은 6.25나 베트남 전쟁, 남북전쟁 정도. 유럽 중세 전쟁만큼이나 1차 세계대전 영화는 희귀하다는 것이 지금은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 궁금하네요.


-”파스샹달이라는 영화가 1차세계대전의 3대 전투인 파스샹달 전투를 다뤘다고 하는데 볼 수 있는 영화인지 모르겠네요.

 앗,,,,, 이 글을 쓰면서 찾다보니 "1917"도 파스샹달 전투라고 하네요. 영화에는 벚꽃피는 4월이라는 것만 나오고 어딘지도 안나왔는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멘데스 일병에게 바친다는 문구가 나오는걸로 봐서 이 영화가 멘데스 감독의 할아버지의 이야기라도 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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