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중파 방송국의 스트리밍 써비스에 올라오는 영화들을 보고 있습니다.

최근 넷플릭스의 영화 라이브러리가 너무 축소되어서 (예전에 있던 인기 한국 영화들도 대폭 삭제되었습니다. 계약이 만료되어서일까요?) 대안으로 선택한 방법입니다.

중간 중간 광고를 봐야할 때도 있지만 예술영화들이 많고 접하기 힘든 현지 영화들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뱅크잡

https://www.imdb.com/title/tt0200465/

1970년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제 은행강도 사건이었으나 그 민감성때문에 기사화될 수도 없었고 정보기관과 경찰이 앞장서서 은폐해야만 했던 이유가 영화에서 설명됩니다. 영국 상류층과 고위직의 이중성, 부패와 부정과 음모론 등등이 모두 얽혀 있어 저는 제법 재미있게 봤습니다. IMDB 메타 스코어는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네요.


Charlie's Country

https://www.imdb.com/title/tt3244512/?ref_=fn_al_tt_1

호주 정부가 독립영화에 지원하는 예산을 받아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흥행할 것 같은 부류의 영화는 아니었는데 실적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잘 만든 영화예요. 호주 원주민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고 생각되는) 영화입니다. 피해자 포지션을 과장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백인들이 악당으로 묘사되지도 않은 담백한 영화예요. 모두가 각자가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데도 왜 이런 비극과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는가를 잘 설명해주는 영화죠. 주인공 찰리는 13살때 영국 여왕을 위해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춤을 춘 기억을 굉장한 자부심으로 갖고 있는 노인이죠. 국가적 시스템에 대해서 상당히 수용적 태도를 갖고 있는 사람인데도 노년의 삶이 그 시스템에 의해 무너지고 마는 현실의 부조리를 잘 보여줍니다.


꿈의 제인

한국영화 꿈의 제인이 영문으로는 그냥 '제인'으로만 번역되어서 영화를 보면서 많이 헷갈렸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에 같은 인물들이 나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데다가 한국 영화 제목이었더라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을 제목때문에 무시하게 된 경우예요. 나중에 리뷰들을 찾아보면서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죠. 세상에는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어두운 세계들이 존재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어요. 사실 영화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실제로 존재하는 어두운 세계들이 너무나 많죠. 조직 폭력배들이라든지 이런 건 저와 너무나 거리가 먼 얘기라서 제 삼자의 입장에서 감정이입없이 봤는데 왜 이영화는 그렇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어요. 등장인물들이 어린 청소년들이라서 그런가요? 평범하게 사는 것 조차 꿈속에서나 가능한 소녀의 삶에 연민을 갖다가도, 실제로 저런식으로 행동을 하는 소녀를 만난다면 저라도 달리 대하지 않았을 거 같군요. 솔직하게 말한다면요. 

 

기생충

요즘 아주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 같더군요. 워낙 칭찬들이 자자하니까 다들 진심으로 하는 얘기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카데미상의 여러 부문에 후보자가 되었지만 외국어상 이외의 다른 상은 그래도 수상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직도 흑인 배우들이 시위를 할 정도로 보수적인 아카데미에서 한국 영화에 작품상이나 감독상 같은 걸 절대로 줄 리가 없죠. 물론 기생충은 제가 볼 때는 매우 훌륭한 영화이지만 아카데미상은 또 그만큼 정치적이기도 하니까요. 

한국이라는 아시아에서도 주류가 아닌 변방 국가라는 것도 꽤 작용할 거예요. 최근들어 케이팝이나 영화 드라마 등등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높아지기는 했어도 여전히 서구 사회가 한국을 바라보는 방식은 아직도 중국이나 일본의 시각을 통해서죠. 이런 것들을 깨닫는 순간이 종종 있습니다. BTS가 열풍을 이룰 무렵 BBC 라디오에서 케이팝 현상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보냈죠. 호스트가 동아시아 전문가라는 영국 교수였는데 취재를 위해 서울을 방문하며 '이번 취재를 위해 난생 처음으로 서울에 가게 되었다'라고 합니다. 동아시아 전문가라는 사람에게 서울은 방문조차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변방이었던 거예요. 평창 올림픽에서 문제가 되었던 조슈아 쿠퍼 라모 같은 사람을 적합한 인물이라고 채용한 거라든지 등등 사례는 많습니다. 진중권의 누나인 진은숙씨도 책을 출판했을 때 출판사가 홍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당신이 중국인이나 일본인만 되었어도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거다'라는 말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렇게 폭발적인 기생충과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은 반갑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동아시아의 비주류라는 시각을 이번에는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듭니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순전히 봉준호 감독의 천재성 덕분이죠. 편견의 벽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극복되는 것 같습니다.  (아참, 기생충은 스트리밍 써비스로 본 게 아닙니다. 작년에 어떤 영화제에서 봤어요.)


기타  이름, 발음 잡담

남친님에게 한국식으로 '마틴 스콜세지'라고 말했다가 엄청난 망신을 당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 이름의 스펠링을 몰랐어요. '그 사람 이름에는 g가 전혀 없다고!' '그러면 뭐라고 읽어야 되는데?'라고 물었더니 '마틴 스코세세'가 옳은 발음이래요. 너무나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발음이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시리에게 물어봤더니 정말 그런거예요. '마틴 스코세세'라고 하니까 시리가 알아듣는거예요!

외국어 표기는 그 나라 발음에 가장 가까운대로 한다는 원칙을 두고도 가끔 한국에서 완전 이상하게 표기되는 외국어들은 그 기원이 어디일까 궁금합니다. 프랑스어 깐느, 잔느 같은 것도 당연한 줄 알았는데 막상 프랑스인들은 '깐', '잔'이라고 말하고 끝에 우리말처럼 '느'가 없더라고요.  요즘은 '칸' 영화제로 표기하는 것 같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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