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산에서 하고 있고 아마 조만간 서울에서도 공연을 할 모양이군요.


1.

우선 부산 '드림씨어터'에 대해 말하자면,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고 부산 시민들의 환호와 기대가 남다른 곳인데....

무대가 느무느무느무느무 좁아요. 이건 다시 확장 안될텐데 어쩌죠? 무대 장치 많은 '오페라의 유령'에서 배우들이 작은 동선으로

움직이는 게 보기 딱할 정도였습니다. 진짜 동네 공연장 보는 느낌. 

앞으로 '아이다', '캣츠'가 이어질텐데 걱정이네요.

거기다가 음향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지 않은데, 배우들 발성이 그대로 들리지 않고 여러명이 합창할 땐 특히 표가 더 납니다.


2.

시작하기 전 무대장치조차 사진촬영을 강하게 단속합니다. 뭐 계약조건이 그런가보죠.

근데 이거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공연 내용을 찍는 것도 아니고 플래쉬를 터트리는 것도 아니고...

유니클로 직원들의 영혼없는 '사이즈 말씀해주세요.' 어투로 계속 사진 촬영을 단속하는 공안요원 삘의 직원들이라니.

이건 뭐 보기 전부터 기분 팍 상함.


3.

공연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영화까지 치면 대여섯 버전의 무대를 본 셈이니 더이상 놀랍거나 짜릿한 흥분을 줄 요소는 별로 없고,

익숙한 그 무엇을 즐겁게 감상한다는 기분이었는데요, 전체적으로 무난했습니다. 

기존에 봐왔던 버전이 다들 비슷비슷하게 느껴졌다면 이번 월드투어팀은 좀 캐주얼한 느낌이랄까요? 정석대로라기 보단 좀 유연하게 편안한 공연?

뭐 나름 신선했습니다. 유머러스한 부분도 여럿 있었고 한국 사람들에 맞춘 대사 '제주도'도 크게 성공한 거 같진 않았지만 시도는 높이 평가...쿨럭!

뮤지컬 무대에서 처음 보는 관객분들에겐 기대보단 좀 못할 수도 있겠고, 몇 번 보신 분들은 가볍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팬텀역의 조나단 록스머스는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기존 팬텀과 조금 다른 색깔의 목소리로 쩌렁쩌렁 부르는데 팬텀의 이미지와 제일 맞지 않나...

좀 느끼하고 유들유들한 30대후반? 40대 초반? 느낌인데 어라? 여태껏 팬텀 중 가장 어린 배우라는군요. ㅎㅎㅎㅎ

감정표현이 아주 탁월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크리스틴을 보내 주며 흘린 건, 제가 본게 확실하다면, 그건 땀방울이 아니라 눈물이었어요.

개인적으로 팬텀 중 최고라 할 수 있겠습니다.


5.

크리스틴은 하필이면 제가 본 날 얼터네이트였던 클라라 버디에가 공연을 했는데요...

Think of me 마지막에서 높게 내지르지 못하고 그냥 내려버리더군요. 저도 실망했지만 나중에 이걸로 수근대는 관객들이 몇 명 있었습니다.

이젠 '오페라의 유령'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번 봤고 기대치가 매우 올라갔나봐요.

못했다....고 말할 순 없지만 성량이 아쉽고 호흡이 힘들어 보일 때가 종종 있어서 불안불안했습니다. 아마 Think of me의 인상이 컸었나봐요. 

선택할 수 있다면 클레어 라이언 버전으로 관람하시....


6.

라고 쓰다보니 예매할 때는 캐스트가 누군지 알 수가 없군요.

이해가 안됩니다. 왜 누가 부르는지도 모르고 표를 사야 하죠? 


7.

라울은 무난했습니다. 별다른 특징없이 노래 잘 부르고 튀지 않고. 근데 원래 이렇게 크리스틴과 키스를 많이 했었나..... =,.=

칼롯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던 칼롯타와 매우 다른 호리호리하고 매부리코가 눈에 확 띄는 못된 할머니 인상이라 뭐지? 그랬는데

베벌리 차이앗은 노래도 잘 부르고 표정연기도 뛰어나더군요. 낄낄낄 대면서 재밌게 봤습니다.

피르맹과 안드레 콤비도 재밌었어요. 제가 '오페라의 유령'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인데 속물적이고 음흉(?)한 캐릭터를 잘 살리셨습니다.


좀 깨는 건 피앙지역의 타비소 마세메네인데요...아주 젊은 흑인 배우입니다. 흑인이라고 따로 언급한 이유는....살색 메리야스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게 좀 걸려서요.

왜 저래야 하지? 좀 안타깝네...그러고 보는데 불행히도 존재감마저 확 떨어집니다. 애초에 메인 캐릭터는 아니지만 보통은 체격도 크고 성량도 웅장해서 눈에 잘 띄는 캐릭터인데

이번 버전에서 피앙지는 거의 안보이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없어도 아무도 모를 듯. 가장 아쉬운 캐스트입니다.


8.

그 외에....

조명이 제갈길을 빨리 따라가지 못해서 조금 신경쓰인 장면이 몇 있었고, 마지막에 가면만 스포트라이트 되는 부분 조명 역시 좀 괴상했습니다.

이게 스탭의 능력탓인지 극장탓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를 했는데 지휘자분이 매우 따뜻하고 인상이 좋은 분이셨습니다. 공연 시작 직전 고개를 불쑥 올려서 꽉찬 객석을 보시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평일 관람객과 주말 관람객은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다르겠죠. 제가 본 평일 공연은 객석 분위기가 너무 조용하고 무거운 편이었습니다만 주말에 보고 온 친구는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는군요.



'오페라의 유령'은 정말 미친 뮤지컬입니다.

아니 어떻게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래가 줄줄줄 이어나올 수 있죠?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죠.

수백번을 들었을 노래들인데 여전히 무대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노래들이라니. 

아마 언젠가 다시 또 보게 되겠죠.


아이다와 캣츠는 잘 모르겠어요.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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