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당 45분쯤 되고 1시즌이 10화, 2시즌이 12화까지 나와 있습니다. 2시즌 2화까지 보고 적는 글이고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 배경은 폴란드의 '우치'라는 도시입니다. 실제 지명인가 싶어 위키를 검색해보니 실제 지명이 맞구요. 산업화 시절에는 폴란드 3대 도시로 불리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이제는 몰락한 동네라네요. '폴란드의 디트로이트'라는 설명을 보니 이해가 한 방에 확(...)

 암튼 이 동네에서 몸이 불편한 엄마와 둘이 살며 우버 드라이버로 밥벌이를 하는 '올라'라는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별거중인 남편이 있고 아직 법적으로는 기혼이지만 재결합할 생각은 없구요, 몇년 전 오빠가 살해당한 사건의 수사에 한이 맺혀서 경찰을 불신하는 사람이죠. 이 사람이 어느 날 우버 업무 중에 목격한 전혀 자살 같지 않은 사망 사건을 경찰이 개무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답답하고 화가 나지만 스스로 뭘 해보진 못하겠는 와중에 '어떻게든!!!'이라는 맘으로 검색하다가 찾아낸 '울트라 바이올렛'이라는 아마추어 인터넷 탐정단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고, 본인도 그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는 거죠.

 이후로는 한 회에 사건 하나씩 (시즌 피날레만 빼고) 해결해 나가면서 무뚝뚝한 근육 형사, 입만 열면 속을 박박 긁는 엄마, 엄마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 좋은 자동차 전문가 아저씨, 그리고 울트라 바이올렛의 멤버들과 이러쿵저러쿵 알콩달콩(??)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여주는 형식의 드라마입니다.



 - 1화를 보는 순간 강렬한 충격에 휩싸이게 됩니다. 와. 세상에 이렇게 허술할 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단적인 허술함에 충격을 받아 '이거 계속 이러는 거야?'라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2화를 봤죠. 여전합니다. 3화를 봤어요. 똑같네요. 아 이젠 그만 볼까? 라고 생각을 하는데 주인공이 은근히 귀엽습니다. 주인공이 엄마랑 투닥거리는 것도 꽤 귀여워요. 동네 아저씨도 꽤 큐트한 구석이 있고 무뚝뚝 근육 형사놈은 마초인 줄 알았더니만 역시 보다보니 귀엽네요. 그래서 한 회를 더 보고 또 한 회를 더 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시즌 1 피날레... 뭐 그렇게 됐습니다.

 명색이 수사물이지만 수사에 대해선 정말 1%도 기대를 가져선 안됩니다. ㅋㅋ 아마추어 인터넷 탐정단이 범죄 수사하는 드라마... 가 아니라 아마추어 인터넷 탐정단의 일원이 범죄 수사를 곁들여서 주변 사람들이랑 귀여운 짓 하는 드라마에 가까워요.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십수년전 한국 드라마 조롱하던 드립들이 생각나는데, 정말 그 시절 한국 드라마들이랑 닮은 구석이 꽤 있습니다.



 - 먼저 '울트라 바이올렛'이라는 조직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죠.

 사실 조직도 아닙니다. 아주 느슨하게 활동하는 인터넷 탐정 동호회에 가까워요. 첫 회에서 이 조직의 원래 리더격인 사람이 '우리가 해결한 경찰의 미결 사건이 몇 건이다!'라며 자랑을 하는데 아무래도 뻥 같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조직도 아닐 뿐더러 정말 그렇게 실적이 뛰어나다면 이미 전국구로 유명한 조직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극중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그게 전혀 그렇지가 않거든요.


 암튼 이 조직의 멤버 구성은 이렇습니다. 보안 업체에서 일하는 보안 전문가 아저씨가 한 명 있구요. 21세기 유망 직종(?)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쌍둥이 자매가 있어요. 이 분들의 전공은 sns 검색 및 활용. 그리고 동양계 천재 해커 고딩(...)이 한 명 있네요. 여기에다가 앞뒤 물불 안 가리고 내키는대로 막 저지르고 다니는 행동 대장 속성의 우리 주인공 '올라'가 합체된 게 조직의 전부입니다. 그냥 이게 다에요.


 그리고 이 분들이 '수사'를 하는 모습은 뭐... 계속 이 표현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냥 '허술합니다'.

 주인공이 어디 가서 걍 지 감대로 수상해 보이는 사람의 사진을 찍어 와요. 그럼 '천재 해커'가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을 돌려서 그 사람의 실명을 찾아주고요. 그럼 '인플루언서' 자매가 그 이름을 힌트로 sns를 뒤져서 그 사람에 대한 배경 정보를 제공하고. 보안 업체 아저씨는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나 싸돌아다니며 신분 사칭에 빈집 털이(...)까지 거리낌 없이 불사하는 주인공을 위해 조언을 가끔 해주고요. (사실 별 의미 없는 주의나 주고 자기 일상 드립 치는 게 훨씬 많습니다;) 그렇게 아무 빈집에나 들어가보면 그게 범인의 집이고, 범인이 주인공을 공격하는 위기의 순간에 무뚝뚝 근육질 형사가 나타나서 구출해주고 체포를 하죠. 그럼 사건 한 건 해결. 대략 이런 패턴이 조금씩 변형되어가며 반복됩니다.


 이렇게 매번 운빨과 치트키에 의존해서 사건을 해결해나가니 수사의 재미 같은 건 찾아볼 길이 없겠죠. 저는 다 포기하고 보다보니 나중엔 폭주하는 허술함을 보며 낄낄거리는 재미로 보긴 했지만요(...)



 - 위에서도 이미 다 말 했듯이 이 드라마의 유일한 장점은 캐릭터입니다. 

 사실 주인공의 캐릭터는 좋게 봐 줄 구석이 별로 없어요. 타고난 생김새가 귀엽다는 걸 빼면 전형적인 진상 민폐 캐릭터거든요. 그냥 매번 자신의 감과 비뚤어진 정의감만 갖고 설치는 프로 오지라퍼인데 울트라 바이올렛 멤버들 + 주인공 보정이라는 치트키를 갖고 사건을 해결하는 거죠. 보면서 짜증이 나는 게 당연한 캐릭터이고 실제로 종종 짜증이 납니다.

 근데 이 민폐 인간이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장면들을 보면 느낌이 좀 다릅니다. 일단 주변 사람들 중에 주인공의 탐정 놀이를 인정해주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없어요. 모두가 기회만 되면 '야 너 그만두지 못해!!'라고 호통을 치며 지적질을 해대죠. 덕택에 주인공의 민폐질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또 이 양반이 주변 사람들이랑 투닥거릴 때는 또 이 캐릭터가 꽤 귀여워요. 본인도 귀엽고 주변 사람들도 귀엽고... 음... 계속 같은 얘기의 반복이네요. 이만하겠습니다. ㅋㅋㅋ



 -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수사물을 빙자하고 있고 분명히 분량 중 거의 대부분이 수사 관련 내용이지만 막상 보고 나면 중간중간 주인공 캐릭터들끼리 잠깐씩 꽁냥거리던 것만 기억나는 희한한 드라마입니다. 수사물로서는 완벽하게 낙제점이지만 꽁냥 파트가 나름 귀여워서 그 재미로 봤구요.

 하지만 꽁냥질의 분량이 적기도 하고, 또 그런 게 좋다면 이거 말고 그냥 본격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아무에게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거르세요. 우리의 인생은 짧고 넷플릭스엔 볼 것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 여담으로.

 시즌 2를 끝까지 보지 않고 글을 적는 이유는 제가 보는 걸 중단했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말은 못 하겠지만 시즌 2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제작진이 좀 어이 없는 짓을 해버렸거든요. 덕택에 더 이상 볼 이유가 없어져 버려서 미련 없이 중단했습니다. 내친김에 시즌 2 스포일러를 찾아보니 그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포일러 없이 얘기하자면 그 이후로 캐릭터 코미디는 거의 사라지고 수사 위주로 전개가 된다고. 근데 그러면 이 드라마를 볼 이유가 없거든요.



 - 등장 인물 전원이 소니 스마트폰을 씁니다. 당연히 협찬이겠지만 좀 웃기더군요. 정작 소니는 스마트폰이 안 팔려서 유럽에서도 장사 규모를 축소하고 있는 와중이라서요.



 - 등장 인물 중 한 명이 게임을 좋아하고 특히 '어쌔신 크리드' 덕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 게임을 하는 장면도 두 번 정도 나오고 한 번은 게임 패키지를 정면으로 클로즈업까지 해줘요. 설마 이것도 협찬일까요(...)



 - 주인공도 여성에 울트라 바이올렛 멤버들 중 과반이 여성이고 주인공을 돕는 형사보다도 집에서 투닥거리는 엄마의 비중이 더 큽니다. 동양계 인물도 나오고 극중 소재로 인종 차별 주의자들의 살인 얘기도 나오고... 넷플릭스 속 세상은 언제나 정의롭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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