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8 06:15
2020.10.28 06:57
2020.10.28 09:39
2020.10.28 18:40
2020.10.29 04:49
흙수저자립형... 이라는 단어가 기억 하나를 길어냅니다.
2학년 2학기가 시작되던 날이었어요. 학생회관 매점에 들렀는데, 복도 의자에 앉아 있던 이 친구가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굉장히 마른 체격이었는데, 어째서인지 몸집이 크게 불어난 모습이더군요. 인사로 "외모에 변화가 있네?" 건성 한마디 건넸더니 "잘봐~" 라면서 입고 있는 티셔츠를 한장씩 들추기 시작했죠. 무려 18장! 그는 9월 초 아직 더운 날씨에 그 엄청난 양의 티셔츠를 껴입고 있었던 겁니다.
제가 갸우뚱거리자 설명하기를 "자취방을 아직 못 구해서 보따리들을 ++이네 집에 맡겼는데, 짐 부피를 줄이느라 일케 다 걸치고 나왔어."
그후 몇년 동안- 졸업 후에도- 9월이 시작되면 18장의 티셔츠를 껴입고 해맑게 웃고 있던 그의 모습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그리고 어떤 대화 중에 제게 던졌던 그의 이 말도.
"세상과의 어떤 경쟁에서도 난 이길 자신이 있어.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So what?"
그가 지시한 그 ' 의미'는 아직 제 '가능한 의미들'의 창고에 저장돼 있습니다. 그가 질문하는 장면을 봤으니, 그가 답을 찾는 장면을 기다리고 있는 거죠.
2020.10.29 11:15
2020.10.29 14:13
전혀 상관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심미-윤리-종교 단계를 보니 요즘 세상은 반대로 나아가는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철학의 레퍼렌스는 하나도 모릅니다만.) 종교가 영향을 끼치고 있긴 하지만 구태하다고 생각들 하고, 윤리보다는 심미적(취향)으로 서로를 이해해주자는 흐름을 느껴요. 어떤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고 혹은 아름답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있는지가 매 번 고민입니다. 놀림거리가 되는 추와 강제되는 미에 대해서요. 어디로갈까님의 심미성은 훨씬 추상적인 영역에 걸쳐 있으니 이런 이야기와는 결이 다르겠지만요.
2020.10.30 05:26
2020.10.2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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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0 05:29
제 감정미학을 건드리는 이 해석, 마음에 들어요. (헤벌쭉) 역시 꿈보다 해몽인 거죠. 여름님의 직관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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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짝다리 짚고 서 있는 모습이 많은가봐요. 이게 보통 윗사람들 앞에선 싸가지 없는 태도로 인식되어 왔죠. 특히 예전 꼰대같은 선배들 짝다리 짚으면 뭐라고 하고 그랬어요. 이 짝다리가 나는 권위주의에복종하지 않는 사람이야. 라고 항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죠. 저도 굳이 분류하자면 짝다리 지적 많이 받고 자란 사립형 인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