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렇게 적으니 영화를 세 편이나 본 것 같고 실제로 그러긴 했지만... 이 세 편 런닝타임을 다 합해야 보통 영화 한 편 분량이 나옵니다. 단편 두 편이랑 중편 하나요. ㅋㅋ 암튼 스포일러는 없도록 하겠습니다.



1. 더티 혜리(2013),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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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등학생 김혜리양이 주인공입니다. 날라리이고 짱 센 날라리이지만 속한 그룹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누가 먼저 건드리지만 않으면 남 피해주는 일도 없는 무법자 정도 됩니다. 딱 무슨 만화책 주인공 같은 설정이죠. ㅋㅋ 그런데 단짝으로 붙어 다니는 좀 어리버리한 친구 '뿅'이 임신을 했다네요. 그리고 애 아빠놈은 연락 두절로 사라졌대요. 근데 정작 본인은 별 걱정도 없는 듯 태연자약. 그래서 그놈을 찾아내서 잔뜩 쥐어 패주고 수술 비용(...)이라도 얻어내자는 맘으로 그놈 어딨냐고 묻는데 뿅은 별 관심도 없고 정보도 없습니다. 결국 독자 행동을 결심한 우리의 히어로 더티 혜리는...



 - 제목부터 패러디인 걸 보면 아시겠지만 "일탈하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차갑고 냉정하게 해부하는" 류의 영화는 아닙니다. 대놓고 장르물이고 코믹함을 배경에 깔고 가는 가벼운 이야기죠. 하지만 이야기 구조나 캐릭터 구성은 필름 느와르의 전통적 공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또 그 쪽으로 의외로 진지(!)하며 그게 또 그럴싸합니다. 그러니까 가벼운 코믹 터치가 들어가는 필름 느와르. 근데 주인공은 대한민국의 여고생. 이런 느낌인 거죠.

 길게 설명할 것 없이 그냥 필름 느와르, 코믹, 한국적. 이 모든 요소가 충실하게 잘 짜여진 장르물입니다. 웃길 땐 웃기고 심각할 땐 긴장되고 주인공들이 빡치고 슬플 땐 그 기분이 잘 전달이 되죠. 뭔가 그 이상의 특별함은 없지만 보는 동안 재밌게 볼 수 있는 잘 만든 장르물. 그거면 된 것 아니겠습니까.



 + 주인공 혜리를 비롯한 캐릭터들이 워낙 좋아서 시리즈로 만들어졌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혜리역의 배효진씨는 비주얼도 좋아서 잘 됐음 좋겠다... 고 생각하다 보니 이게 이미 7년전 영화잖아요; 그래서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일생에 가장 큰 반응 얻은 역이 '청년경찰의 귀파방 미지' 역이군요. 애초에 필모그래피가 단편 둘, 장편 둘 뿐이긴 하지만요. orz


 ++ 내친김에 감독님은 뭐하고 사시나... 했더니 '범죄의 여왕'을 찍으셨군요! 아하. 그러고보니 여러모로 느낌이 비슷합니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도 감독님 취향이었나봐요. ㅋㅋ 그게 더티 혜리 이후로 첫 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이셨는데, 얼른 차기작도 만나볼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2. 수요기도회 (2016),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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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명작이에요.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고 보는 게 더 좋습니다. 알고 봐도 좋지만요... 라고 미리 말씀드려 놓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ㅋㅋ


 영화가 시작되면 정말로 수요기도회 모습이 보입니다. 장년에서 할매 사이의 여자분들이 한 집에 여럿 모여서 음식 나눠 먹으며 기도하는 거죠.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서정연씨가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고 빠져 나오는데, 갑자기 수상한 사람들이 이 분을 뒤쫓고 이 분은 부랴부랴 도망치다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 사는 집의 문을 두드립니다. 거기엔 남편 없이 혼자서 아들을 키우며 사는 김새벽이 살고 있었죠.

 보니깐 성격도 좋고 손재주도 좋고 호감이 가서 서정연씨는 김새벽씨에게 본인이 방금까지 있었던 기도회에 와서 할매들 잔심부름 좀 하고 용돈이나 벌어가라... 고 제안하는데. 잠시 후에 밝혀지지만 그곳은 사실 기도 모임이 아니라 아줌마들 노름판이었고. 서정연씨는 이런 소소한 판을 벌려놓고 그 중 꿈나무를 발굴해서 본격적 패가망신 리그로 인도한 후 리그 관계자로부터 커미션을 받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새벽씨의 미래는 과연!!!



 - 26분짜리 단편인데도 굉장히 꽉 찬 느낌, 그러면서 완전한 풀타임(?)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기승전결과 그 흐름이 다 완벽하게 갖춰져 있고 캐릭터가 다 생생하게 살아 있으며 그 관계 묘사도 좋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동안 교차하는 감정들까지 모든 게 자연스럽고 훌륭해요. 단편 영화들을 많이 보고 산 건 아니지만 암튼 제가 본 중에선 이 정도로 잘 만든 단편이 뭐가 있었나 싶을 정도.

 소재나 장르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어지간해선 재미 없게 보기도 힘든 영화이니 웨이브든 iptv든 간에 이걸 볼 수 있으신 분은 꼭 찾아서 보시라... 고 추천드리고 싶네요. 설사 맘에 안 드시면 어떻습니까. 26분인데요. ㅋㅋㅋ


 + '더티 혜리'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저는 감독님이 나중에 만든 장편을 먼저 봤네요. '어른도감'이요. 이 영화도 훌륭하니 추천합니다. 이재인양의 멋진 연기도 볼 수 있고 '수요기도회'의 주인공 둘도 다 나오며 '기생충'의 여배우 두 분도 출연하시는 호화 캐스팅 영화입니다? ㅋㅋ


 ++ '한국 도박 문제 관리 센터'에서 만든 공익 광고 영화입니다. 이토록 은혜로운 공익 광고라니! ㅠㅜ



3.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 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2000), 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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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거리 소개는 생략하구요.


 20년 묵은 영화인데 제목이 워낙 임팩트가 있어서(...) iptv 영화 목록 넘기기 하다가 눈에 띌 때면 '이걸 한 번 봐 말어...'하고 고민하던 걸 그냥 눈 딱 감고 봤습니다. 미련 제거 차원의 감상이었달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략 15분 넘어가는 시점부터 툭툭 화살표 키 눌러가며 빨리 감으면서 봤습니다. 영화를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와 제 인생의 소중함을 저울질하다가 결국 후자로 기울어 버린 거죠. 저 정말 어지간해선 이런 거 없이 걍 제대로 다 보는 사람인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ㅋ


 일단 영화가 나온 시점, 2000년이라는 시기를 좀 생각해봐야겠죠. 이때가 바로 딱 그 시절입니다. '엽기' 열풍이 불면서 그냥 표현 수위 조절을 거부하고 폭주하는 컨텐츠들이 우후죽순처럼 사방에서 튀어나와 그 중 상당수가 인기를 끌던. 그리고 그런 폭주가 시대 정신처럼 대접받던 시절이었죠. 뭐 그 이전까지 격하게 억눌려왔던 대중 예술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생각하면 분명히 긍정적 의미가 있는 시기였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거고 못 만든 건 못 만든 거죠. 그때 인기를 끌었거나 아님 사람들에게 칭송받았던 작품이라고 해도 지금 시점에서 감상할 때 꼭 그 당시의 기준만 반영할 필욘 없다고 생각해요.


 음... 뭔가 험한 말을 막 늘어놓다가, 그냥 말을 줄이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이만 줄입니다. 

 암튼 피하세요. 호기심에서라도 재생 해보지 않는 것이 여러분들의 소중한 인생을 아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 글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현존 한국 영화들 중에 가장 제목이 긴 영화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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