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옛날에는 기껏해야 뭘 좀 아는척하는 동네아저씨, 아줌마 정도에게 조언을 들을 수 있었죠. 요즘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주위 사람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조언을 들어볼 기회가 있어요. 그것은 또다시 수많은 사람에게 이리저리 검증되고 체에 걸러진 뒤에 사람들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질적으로는 좀더 낫고 영리한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국 사람들이 떠드는 것은 자신이 경험에 기반한 거예요. 질적으로 남들에게 좀더 좋은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반대로 생각해보면 남들을 좀더 겁에 질리게 만들 능력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남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너무나 강한 조언을 한다는 건 간접경험을 너무 과도하게 밀어붙이는 거랑 비슷하니까요. 그것은 조언이 아니라, 일종의 종교적인 활동...전도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어쨌든 인터넷에는 자신의 경험을 기반으로 '뭘 해야 한다' '뭘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그런 주제들 중 가장 첨예하게 다뤄지는 것은 결혼이겠죠.

 


 2.물론 그들 중에는 자신의 인생과 의견을 죽 늘어놓으면서 올곧게 하나를 밀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전향한 사람도 있어요. 절대로 비혼을 외치는 사람도 있고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비혼이었다가 이젠 후회된다고 사람도 있고 결혼했는데 이젠 후회된다는 사람도 있죠. 



 3.하지만 나는 결혼에 대한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로 결혼에 대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사람들이 논하는 결혼에 관한 논의들은 결혼의 유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문제 아닐까 싶어요.


 왜냐면 나이를 먹게 되면 무조건 좋은 선택이나 무조건 행복한 선택 같은 건 없거든요.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를 짓누르는 거예요. 일정 이상 나이를 먹는다면 결혼을 했든 하지 않았든 그에 해당하는 만큼의 책임과 아쉬움을 느끼게 되니까요.


 결혼을 하면 결혼의 장점을 무조건 누릴 수는 없어요. 결혼의 장점을 파트너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상대를 만나야 결혼의 장점을 누릴 수 있죠. 그러나 문제는, 어떤 상대를 만나든 결혼의 단점은 반드시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예요. 그리고 결혼을 안 하면? 결혼의 장점은 누릴 기회가 없고 단점은 알 기회가 없는 거겠죠. 



 4.휴.



 5.어쨌든 그래요. 내 생각엔 결혼을 해야 하냐 말아야 하냐가 문제가 아니라, 결혼을 해야 하냐 말아냐 하냐를 논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겪는 진짜 문제예요. 그러니까 나이를 먹으면 후회나 아쉬움이 대부분이 되는 거예요. 무언가를 결정하고 액션을 취해도 아쉽고, 그 액션을 취하지 않아도 아쉬움이 드는 거죠. 

 

 어쨌든 결혼을 안 할 거라면, 그런 논의에서 완전히 자유롭거나...하다못해 얼마쯤은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남자에게 그런 자유를 가져다줄 수 있는 건 자신의 능력뿐이겠죠. 여자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6.그렇다고 해서 돈이 장땡이냐...결혼을 안한 책임이나 아쉬움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어요. 예전엔 돈만 많으면 다 된다고도 생각했지만 나이를 먹으면 역시 안 좋거든요. 돈을 많이 가져봤자 그 돈만큼의 활력과 에너지, 욕구가 있어야 돈이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오늘 밤새워 놀고, 내일도 술판 벌이고 골아떯어지듯이 자고, 그 다음 날은 지방에 놀러가서 또 처음 보는 여자들과 술판 벌이고 자고...를 반복할 에너지와 욕망이 있어야 돈이 좋은 거예요. 


 그리고 욕망이라는 건 결국 체력과 의욕이예요. 아무리 돈과 의욕이 받쳐줘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욕구는 들지 않으니까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리면? 통장에 백억원이 있어봤자 통장에 백만원 있는 사람이랑 똑같은 거거든요. 


 그냥 오늘 하루...근처 식당에 가서 몇천원짜리 백반으로 한끼 때우고. 아메리카노 한잔 사먹고 한바퀴 걷다가 돌아오고. 저녁에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틀어놓고 컴퓨터를 하며 하루를 마치면 그 날은 백억원 가지고 살든 백만원 가지고 살든 똑같은 거니까요. 어디 가서 돈을 펑펑 쓰려고 해도 결국 돈을 쓴다는 건 컨텐츠거든요. 돈을 쓰러 가면 돈만 지불하러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체력과 의욕을 지불해야만 해요. 


 

 7.그러니까 결국 나이가 든다는 것이 문제예요. 나이가 들수록 걱정도 쌓여간다는 게 문제이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나이를 먹고도 걱정이 없다면 그런 인생도 문제인 거거든요. 나이가 들었는데 걱정이 없으면 '이 나이 먹을때까지 걱정될 것도 안 만들고 뭐했나.'라는 자괴감이 들 거니까요.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무조건 좋은 건 절대로 없는거예요. 무조건 좋은 게 뭐가 있긴 있을까...돈? 돈은 참 그래요. 돈은 걱정거리를 없애주는 만큼만 들어오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거든요. 그 돈의 목적이 굉장히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돈 말이죠. 목적도 없고 필요도 없는 돈이 불어나면 그것은 즉시 걱정거리가 돼요.


 어쨌든 사람에겐 나이에 맞는 걱정이란 게 있는 법인데 거기서 나이를 더 먹으면 그것조차도 그리워지게 되겠죠. 나이에 맞는 걱정을 하는 건 짐이자 의무이긴 하지만 지나고 나서 들여다보면 그것 또한 그 나이에만 누려볼 수 있는 권리니까요. 그 나이를 지나버리고 나면 그 걱정을 해볼 권리조차 사라지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인생에서 진정한 후회가 드는 건 무언가를 선택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선택하고 안 하고를 고려해볼 기회도 사라졌을 때 찾아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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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어제 밤을 샜는데 아직도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내일(화요일) 번개라도 해볼까...했지만 내일 낮은 드디어 자게 될 것 같아서 또 불가능. 반찬가게에서 수다 떨며 반찬 고르는 번개를 해보고 싶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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