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전, 정치의 실패

2021.01.31 13:47

Sonny 조회 수:773

너무 순수한 여론전은 그 자체로 정치의 실패입니다. 오로지 여론전에서 이길려고만 할 때 그것은 현안과 현실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원래 민주주의 정치는 포퓰리즘과 떨어질 수 없지만 그것이 현실과 무관하게 이미지 포장과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만이 있는 세뇌작업에 가깝다면 그것은 이미 정치라기보다는 선동에 가깝습니다. 선동은 하나의 테크닉일 뿐입니다. 선동이란 테크닉이 동원될 수록 선동이 필수적이고 많은 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의 무능력을 이야기합니다. 


더민주 지지자들의 여론전을 볼 때마다 공허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일단 더민주는 국민의 경제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습니다. 집값 상승으로 엄청난 위기감을 불러왔습니다. 검찰과의 전쟁에서 공수처를 끝내 도입시켰지만 사법개혁이라는 인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것이 많은 국민의 염원에 대한 대답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그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의 위법이되 불법은 아닌 계급의식에서 진보나 보수나 똑같다는 실망만 일으켰습니다. 코로나 방역에 대해서도 더민주가 정말 체계적으로 잘했냐고 한다면 그 대답은 글쎄요 입니다. 백신 계약은 넘어가죠. 코로나 대응이 자리를 잡아갈 수록 여당 대표와 국무총리가 나란히 코로나 방역실패의 가장 큰 주범인 개신교를 계속 감싸고 돌면서 "안보"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형평성이 아예 무너졌습니다. 그렇다고 현재 가장 이슈가 되는 소수자들의 권리인 여성과 노동자 권리에 대해서 더민주가 잘 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박원순 성추행 사건에 대해서는 당이 한 마음이 되어 가해자를 비호하고 피해자를 외면하는 정치를 보여주었고 기업재난처벌법은 누더기로 만들어서 통과시켰습니다. 이것은 재난에 대한 국가의 대처 실패가 아닙니다. 인재가 발생하는데 그 책임을 지는 사람을 계속 봐주고 있다는, 불공평과 부패의 문제죠. 그렇다면 세월호는 약속한 것처럼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했느냐. 세월호 유족들은 다시 한번 삭발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더민주의 여당 정치가 박근혜 시대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뜻입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계속해서 정의당을 공격합니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무능력과 실패를 공격하니까 발끈해서 그런 것이겠죠. 화가 나는 건 이해합니다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명분을 들어서 비판할 때, 그 명분을 가장 크게 위배하고 제일 큰 책임이 있는 것은 결국 더민주라는 당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김종철 전 당대표가 장혜영 의원에게 성추행을 한 걸 가지고 어떻게 진보와 정의를 부르짖는 당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냐고 민주당 당론을 내놓았었는데, 정말 황당했습니다. 현직 시장 성추행범을 두 명이나 내놓은 당이, 어떻게 다른 당의 성추행 사건을 두고 저렇게 당당하게 비판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오로지 권인숙 의원만이 그걸 창피하게 여길 뿐 당차원의 다른 공식적인 발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든 발언이 다 이런 식입니다. 정의당을 공격하면 그게 민주당의 실패에 대한 변명이 되나요? 민주당이 실패한 현실은 바뀌지가 않습니다. 그냥 도피에 가깝죠.


이를테면 노동권을 두고 류호정 의원을 공격하는 것이, 과연 더민주 지지자가 할 수 있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저는 더민주 지지자들이 점점 기초적인 사회성을 잃어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에토스를 공격하는 건 본인의 최소한의 에토스를 확보하고 있을 때 써먹을 수 있는 비교우위의 전술입니다. 그런데 더민주 지지자들이, 자신의 당에 대한 비판은 일절 포기한 채로, 다른 누군가의 노동권 침해를 비판한다면 이건 기본적인 에토스조차 확보하지 못한 이야기입니다. 최소한 더민주를 비판적으로 지지하거나, 노동권 자체를 목적으로 한 비판이라는 보장이 있을 때 유효한 발언이 됩니다.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그런 이야기를 봤습니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더민주 측 인사의 발언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이렇게 얼렁뚱땅 처리하고 넘긴 정부가 어떻게 그걸 약속할 수 있냐고. 이건 정말 뼈아프게 들어야 할 말입니다. 그냥 자존심 지킬려고 우겨대고 말 일이 아니죠.


아무리 여론전을 성공적으로 해봐야 그 끝에는 피장파장의 오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더민주에게 실망을 거두지 않고 더민주가 실패한 현실을 갑자기 까먹지 않습니다. 저는 오히려 더민주 지지자들이 노무현의 트라우마와 거악에 맞서 싸우는 유일한 대안 세력이라는 판타지적인 정체성 정치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180석을 가지고서도 이렇게밖에 정치를 못한다면 다른 사람들이 굳이 더민주를 유권자로서 소비할 이유가 없겠죠. 가장 결정적인 건 정의당이 얼마나 나쁘고 후지냐가 아니라, 사람들의 비판을 받는 더민주가 그럼에도, 혹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더민주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말하는 겁니다. 이게 안되는 한, 계속 혼자 억울해하면서 인지부조화에 빠질 겁니다. 이건 정당을 절대적인 대안이나 가치관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정의당 지지자들은 생각처럼 정당에 목매거나 정당을 어덯게든 비호하려는 마음은 크게 없어요. 이 차이를 생각하셔야 될 겁니다. 


더민주 지지자들이 저으이당이 이렇게 나쁘다고 위선을 고발하는 행태를 취할 수록, 사람들은 더 더민주라는 정당과 그 지지자들의 에토스를 보게 될 겁니다. 발언권과 발언태도 그 자체가 정치적 공정함을 증명하기도 하니까요. 여론전의 주인공이 되기에 더민주 지지자라는 정체성은 아주 큰 약점입니다. 그러니까 논박을 하기도 전에 그 에토스에 대한 공격부터 받아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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