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4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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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쿡의 시골 농촌 풍경입니다. 할매 한 분의 일상이 보여요. 키우는 양들도 돌보고 집안 일도 하구요. 보아하니 남편은 의식도 없이 침대에 누워서 호흡기를 달고 있네요. 힘들고 우울해 보이지만 별 일은 없지 않나.... 싶은 타이밍에 양들 머무는 곳에 달린 오컬트스런 장식들이 눈에 띄고, 잠시 후 양떼 사이에 뭔가가 번쩍!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장면이 바뀌면 오래 전에 이 동네를 떠나 멀리멀리 살며 평소 부모들 잘 안 들여다보면 불효자식들, 아들 하나 딸 하나가 등장합니다. 아픈 아빠 혼자 돌보며 사는 엄마 걱정에 찾아온 거긴 한데, 엄마의 반응이 영 싸늘해서 분위기는 좋지 않네요. 엄마는 계속 같은 말만 합니다. 난 지금 화 난 게 아니야. 니들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니까 제발 좀 사라져줄래? 여기 있지 말라고!!! 꺼져!


 ...그러니까 진작에 엄마 말을 잘 들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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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를 놓치고 뒤늦게 효도하려다가 인생 대차게 꼬이는 주인공. 그러니 할 수 있을 때 효도합시다 여러분.)



 - 살짝 '정통파'에 넣어줄만한 오컬트 호러 영화입니다. 이 집안에 도사리고 있는 건 문자 그대로 악마에요. 원한 맺힌 귀신도 아니고 지나치게 성실해서 초능력처럼 보이는 일을 하는 연쇄 살인마도 아니고 그냥 악마지요. 이 집에 벌어지는 나쁘고 이상한 일들은 모두 악마의 소행이고, 얘는 정통파 악마답게 그냥 놀래키고 무서운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사악하고 못된 짓들을 벌이지요. 어쩌다 운 나쁘게 이런 악마에게 걸려든 주인공들의 개고생 이야기입니다만.


 오멘처럼 과장되게 스케일 크게 키우는 얘기는 아닙니다. 이 악마는 그냥 이 집안과 이 가족들 괴롭히며 노는 데 만족하지 세계 정복이나 묵시록 실현 같은 데엔 관심이 없어요. 또 엑소시스트 같은 퇴마 영화도 아닙니다. 배경이 미국 깡촌 시골이고 주인공들은 거기 사는 평범한 가족이에요. 악마의 존재를 눈치채고 받아들이는 데만 런닝타임의 절반이 소요되고 뭐 이후에도 그렇죠. 퇴마 신부 같은 걸 수소문해서 불러낼만한 동네도, 그런 사람들도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정말로 심플한 영화에요. 어쩌다 시골 깡촌에 나타난 악마에게 괴롭힘 당하는 가족 이야기. 그걸로 끝이고 더 이상의 야심 같은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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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용만큼 심플한 배경. 시작부터 끝까지 여깁니다.)



 - 근데 그 소박하고 심플한 이야기를 상당히 잘 합니다.

 그냥 조용한 풍경이나 일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별 의미 없이 문이 혼자 열린다거나, 별 의미 없는 그림자가 언뜻 비친다거나, 별 의미 없이 당근을 아주 힘차게 썬다든가... 혹은 별 의미 없이 그냥 구도 자체가 불편하다든가. 이런 걸로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그게 아주 괜찮았어요. 기본기가 되는 감독님이라는 얘기죠.


 그리고 영화가 심심하지 않아요. 계속해서 정적이고 느릿느릿한 톤을 유지하지만 그 와중에 지루할 틈 없이 계속 사건은 벌어지고 이야기는 흘러갑니다. 장면 장면은 느릿한데 이야기는 빠르달까요. 


 또 이런 정통 오컬트와 미국 평범한 시골 동네의 조합 자체도 나름 신선한 맛이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얘는 진짜 옛날 설화 속 악마인지라 도시에서 살다 잠깐 시골 마을 내려온 평범한 젊은이 1과 2가 어떻게 대적할 방법을 찾아낼거란 생각이 안 들죠. 앞서 말했듯이 그걸 받아들이는 데만 런닝 타임 거의 절반이 소요되는 걸요. 그러니 결국 관객들 입장에서 기대할만한 건 악마님의 선의(...) 뿐입니다. 그냥 적당히 괴롭히기만 하다가 가주면 안 되겠니? 근데 그런 기대는 시작하고 20분도 안 지나서 개박살이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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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끝까지 눈 감고 누워 계신 역할인데 어쩌다 한 번 눈 뜨면 이렇게...)



 - 다만 아쉽게도 뒷심이 약합니다.

 살살 별 일 없는 듯 전개되면서 언뜻언뜻 놀래키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건 좋은데, 그래도 클라이맥스에는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냥 처음 분위기로 끝까지 가요. 그래서 중후반쯤부턴 동어 반복 느낌이라 좀 시들해지구요. 그 와중에 주인공들에게 별다른 드라마도 주어지지 않아서 더 심심한 느낌이 듭니다. 소박한 건 좋은데, 소박한 거랑 심심한 건 구분을 해야죠. 시작 부분이 소박했다면 결말 부분은 분명히 심심합니다. 너무 약해요. 



 - 뭐 길게 설명할 구석은 없는 영화라 이쯤에서 마무리합니다.

 정통파 오컬트물에 가까운 호러이구요. 소박하고 야심 없는 이야기를 하지만 대체로 매끈하게 잘 만든 소품이에요.

 다만 기승전결이 약해서 기승승승으로 끝나 버리는 느낌이 못내 아쉽네요. 뭐가 특별히 부족한 영화는 아닌데...;

 



 + 언제나 그렇듯 한국 번역제는 그냥 원제에서 정관사 The를 다 빼버렸습니다. '더 다크 앤 더 위키드'가 원래 제목이에요. 어차피 뭐 그렇게 문법 신경 써가며 영화 제목 읽을 사람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늘 아주 조금 거슬리네요.



 ++ 제목에 말머리로 밝혀 놓긴 했지만 넷플릭스에 없는 영화에요. 올레티비 vod로 봤습니다. 기본 요금 + 몇 천원짜리 영화 요금제를 쓰고 있는데 뭐 한 달에 이런 소소한 영화 서너편만 걸려도 본전은 뽑는 기분이라. 아무래도 시리즈 말고 '영화'를 많이 보려면 넷플릭스만으론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아요.



 +++ 찾아보니 각본&감독이 '노크: 낯선자들의 방문'을 만든 사람이군요. 그 영환 못 봤지만 평들이 되게 안 좋던데... 호기심이 좀 생기네요. 그건 넷플릭스에 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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