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9 13:02
제목에도 적었지만 매우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런 거 전혀 개의치 않는 분 내지는 이미 드라마 보신 분만 읽어주세요.
먼저 불상사 방지용 무의미 짤을 하나 넣구요.
그래서 이제부터 스포일러 시작입니다.
1. 우리의 몬시뇰 프루잇씨는 처음 섬에 도착하고 며칠간 어떻게 멀쩡하게 인간 코스프레를 하고 돌아다닐 수 있었던 거죠?
처음 동굴에서 '그 존재'를 마주쳤을 때 분명히 목을 물어 뜯겼고, 그 후에 피를 마셨고 했으니 완벽하게 뱀파이어화 된 상태여야 할텐데.
어째서 처음엔 멀쩡하다가 한 번 죽고 살아난 후에야 햇빛에 반응하는 체질로 변했는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제가 뭘 놓쳤을까요. ㅠㅜ
2. 라일리의 마지막이 참 좋았습니다. 에린이 '왜 날 이런 도망칠 수도 없는 곳으로 데려온 거지?'라고 묻는 순간 이어질 장면을 깨닫긴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정작 그 장면이 나오는 순간엔 참 뭉클하더라구요. 이 드라마에서 다루는 주제들, 사라져가는 것들, 죄책감, 운명의 엇갈림 같은 것이 모두 압축되어 제시된 명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러고 나니 이후의 전개는 뭔가 구심점이 없어져버린 느낌이랄까... 실제로도 에린, 사라, 신부님 등등이 다 각자 주인공처럼 묘사되기도 했구요.
3. '그 존재'는 뭔가 참 알쏭달쏭하죠. 몬시뇰 프루잇께선 갸를 트렁크에 넣어서(...) 섬까지 가져왔다는데. 그렇담 사실은 대화가 가능한 상대란 얘기잖아요? 성당 피바다 장면을 보면 심지어 옷까지 깔끔하게 입혀놨던데요. 몬시뇰이 그 분을 설득해서 옷을 입히고, '자자 대략 이 타이밍 쯤에 거기 가서 서 계시면 됩니다. ㅇㅋ?' 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웃음이...
4. 그리고 그렇게 대화가 가능한 생명체였다면 서로서로 편하고 좋은 상생의 길이 분명히 있었을 텐데요. 그 분 피 조금만 마셔도 박살난 척추가 재생되고 치매가 완치되며 심지어 인생 리즈 시절 비주얼로 회춘까지 가능하다면 걍 사람들 헌혈(...) 모아다 먹이고 만병통치약 팔았으면 좋았을 것을. 섬마을 부흥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건강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길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 ㅠㅜ
5. 보안관님의 최후는 뭐랄까... 그 자체는 폼나고(?) 좋았는데 좀 생각해보면 '이게 최선이었어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자기가 그렇게 피하고 싶어했던 차별주의자의 총에 맞아 죽은 거잖아요. 그 직전엔 소중한 아들을 이도교들 손에 빼앗겼구요. 따지고 보면 가장 불행한 죽음이었달까...
6. 쓸 데 없는 얘기지만 역시 카톨릭은 폼이 납니다. 어릴 때 4년간 성당을 다닌 적이 있는데 확실히 여러모로 교회보다 훨씬 폼이 나죠.
7. 분명히 시대 배경은 현대인데 어떻게든 옛날 분위기를 내려고 애쓰는 것도 재밌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도 잘 안 나오고 스마트폰도 자주 안 보이죠. 나오는 자동차들도 그렇고 심지어 총도 옛날 총들이 자꾸.
8. 총 얘기 하니 또 덤으로 떠오르는 건데, 이런 장르물들의 쫓기는 자들은 쫓기는 주제에 왜 자꾸 총을 아무데나 내버리고 다닐까요. 리자가 거기서 그 총만 챙겨갖고 갔어도 사람 목숨 하나는 더 구했겠구먼.
9. 성당 부속 건물에 불을 지르려는 보안관을 발견한 베브가 그런 말을 하죠. "왜 우리들 다 들어가 있을 때 불지르지 않고?". 사실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때면 거의 한 시간 안에 해가 뜰 상황이었는데 그때까지 잘 도망치던 거 잠시만 더 숨어 있다가 백주대낮에 나와서 편하고 안전하게 불지르면 만만세였을 텐데요. 왜 그랬을까요.
+ 추가
10. 솔직히 거의 다 죽어버리더라도 에린 정도는 살려주지 않을까... 하고 조금 기대를 했었죠. 하지만 역시 깨닫는 건데, 플래니건은 살아 남는 게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보람차게 잘 죽는 게 해피엔딩! 이랄까요. 이건 뭐 약간 김병욱 아저씨 생각도 나구요. ㅋㅋ
2021.09.29 13:17
2021.09.29 13:37
1. 네 일단 한 번 죽었다 살아나야 하는 건 맞는데, 동굴에서 프루잇이 그 분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목을 뜯겨서 한 번 죽었다가 피를 마시면서 살아난 게 아닌가... 했었거든요. 근데 대충 그때 죽지는 않았던 거다! 라고 생각하면 다 설명이 되긴 하네요. 설명 감사합니다.
3/4. 그런 엄청난 발견을 하고도 그걸 그냥 본인 인생의 한풀이에만 써먹으려한 프루잇 아저씨의 소탈한 야망이 결국 모든 사단의 근원인 것 같기도 하구요.
5. 아 맞아요. 찰나지만 아들보다 먼저 죽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햇빛에 불타 사라지는 아들꼴까지 봤으면 정말. ㅠㅜ 솔직히 911 이후 체험담은 보면서 '갑자기 너무 길게 나오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그 내용과 배우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그냥 좋았던 걸로 덮고 넘어갔습니다. ㅋㅋ
9. 사실 이건 따지는 제가 잘못이죠. 그런 상황에서 모두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도 없는 거고, 숨다가 잡혀 죽느니 공격적으로 나가서 뭐라도 더 해보자는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얼마든지 설명은 가능할 듯요. 다만 그 결과로 작가님이 편해지신 게 살짝 거슬립니다만. 하하.
그런 의도가 맞는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 엄마가 나중에 딸보다 젊어지는 걸 보면서 웃었는데, 마지막 화를 보고 뭔가 위화감이 들어서 첫 화를 다시 돌려보니 라일리 부모 포함 마을 어르신들이 죄다 첫 화에 비해 젊어졌더라구요. 초반에 일부러 늙어 보이는 분장을 했다가 뒤로 가면서 조금씩 벗겨내는 식으로 처리한 것 같습니다.
2021.09.29 13:24
저도 있습니다. 성당에서 신부님이 의사님이랑 똭 마주쳤을 때 의사님이 당연하다는 듯 신부님을 어떻게 알아본 걸까요? 그냥 처음부터 알아봤느데 모르 척 해온 건지. 그리고 의사님 어머니는 그 미사에서 뭘 봤길래 그렇게 대 실망을 하고 다시는 안간다고 한지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중간에 놓친 부분이 있나 싶었네요. 애매하게 지나가거나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의 촬영 분량이 좀 더 있는데 쳐내고 타이트하게 압축한 걸까 생각도 듭니다.
보안관님은 인생의 큰 고비를 여러차례 후드려 맞고 내심 스스로 죽으러 들어간 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1차적으로는 사람을 피해서라지만 역으로 일부 사회적 죽음을 선택한 거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맘편히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라일리의 선태도 결국은 그렇고요. 마을 사람들도 끝으로 가니 다들 초연해 져서는. 아이에게 구원받자마자 험한 꼴 당하는 왕따 아저씨도 그래요. 죄책감, 상실, 슬픔, 후회 같은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렇게 사라질 수 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드라마의 태도를 보며 나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는 작가가 어떤 사람일지 궁금하더라구요.
성당은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를 다 불러서 의외였어요. 교회랑 성당이랑 공용인걸까요? 이름은 성당인데 분위기는 훨씬 한국 교회 분위기가 난다하며 봤네요.
그 존재는 약간 무지성 생명체 같아 보이던데요. 어디 가둬놓고 웅담처럼 활용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만 안넘기면 그만한 약도 없겠어요.
광신도님이 주인공인 프리퀄 같은 거 재밌을 거 같습니다.
무의미짤 귀엽네요.
2021.09.29 13:43
의사 장면은 잘 기억이 안 나구요. 의사 엄마는 아마 프루잇이 자기 혼자 회춘해버린 모습을 보고 그랬던 게 아닐까요. 저게 말이 되는 상황이 아닌 데다가 시침 떼고 다른 사람인 척까지 하고 있으니 사악한 뭔가가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닐지.
말씀대로 마지막 장면에 가면 정말 마을 모두가 초연한 상태가 되어버리기는 하네요. 밤새 자기들이 저지른 일들에 대해 서로 용서를 빌며 찬송가 합창하며 일출 맞는 모습들도 그렇고.
제가 교회랑 성당을 모두 다녀봐서 아주 쬐끔 압니다만, 오래된 찬송가들은 대부분 겹치는 걸로 알아요. (어느 시점인지 정확힌 저도 모르겠으나) 이후에 새로 추가된 곡들부터 갈리는 걸로.
웅담. ㅋㅋㅋㅋㅋ 재밌네요. 무의미짤은 학생들이 저 닮았다고 주장하는 스폰지밥 캐릭터입니다. 물론 전 닮지 않았지만요!!!
2021.09.29 14:18
두루뭉술 글 올리고 나서 보니 조목조목 따지신 글을 올리셨네요.ㅋ
2. 제가 보기에 5화 이후에 드라마의 기세가 약해진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드라마는 이제 필요없다 상태로 들어간 것이겠지만)
3. 순순히 옷 받아 입고 말 듣게 안 생기셨는데 옷이 마음에 들었나.
6. 폼을 위해 구교를 가져왔겠지만 woxn3님 말씀처럼 실제로는 모든 것이 개신교스러웠습니다.
스폰지밥에 나오는 캐릭터 짤, 학생들은 예리합니다. 어떤 특징이든 분명 닮은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2021.09.30 08:39
조목조목은 아니고 그냥 의식의 흐름입니다. ㅋㅋ
2. 그렇죠. ㅋㅋ 말 안 듣게 생겼는데 (아마도) 수천년을 누드로 사셨을 분이 그 옷 입고 얼마나 불편했을지... ㅠㅜ
6. 어쩌면 개신교로 가려다가 항의 내지는 불매 운동이 무서워서 바꿨을 수도 있겠죠. 미국도 한국이랑 비슷해서 개신교는 대중 매체에서 자기들 건드리는 걸 되게 싫어하더라구요. 인기 드라마였던 '루시퍼'가 갑자기 시즌 캔슬되고 종료되어 버릴 정도.
음... 학생들은 그저 성격 이상해 보이는 비인간 캐릭터만 보면 죄다 저랑 닮았다고 그럽니다. 사람 같지 않은가봐요(...)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3896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2315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0716 |
1. 흡혈귀설정이 일단 1) 천사의 피를 마시게 되면 그냥 몸이 좀 좋아진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못하면 굉장히 괴롭게 된다. 2) 천사의 피를 섭취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되면 다시 살아난다. 살아날때의 존재는 더이상 사람이 아닌 흡혈귀상태. 그러나 개인의 기억,자유의지등은 존속한다. 아마 신부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자 쥐약을 먹었던가, 베브가 그걸 한번 죽여보면 살아나나 볼까..하면서 먹였다던가.. 한 상황같아요. 그전에는 아직 사람이어서 나다닐수가 있었던 것이겠죠.
3/4 - 공감합니다. 뭔가 약간 얼뜨기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총을 마구 맞으면서도 ' 아 쫌만!' 하면서 팔을 휘저으며 본업에 충실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렇죠. 다 같이 정말 행복하게 살 길이 있었건만.. 아마 신의 축복도, 자연의 재난도, 그걸 비틀어내는 존재가 사람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5 - 아들보다 먼저 죽어서 그나마 아주 조금 숨을 쉬게 한 장면이었죠. 저도 이 캐릭이 정말 좋았는데, 뭔가 얘기가 다 풀리진 않은 느낌. 911테러후 경험담 얘기하는 장면 참 좋았어요.
9 - 섬이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건물들이 별로 없는데다가 다 태워버려서 숨어 있을 곳이 딱히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제 죽을지 모르므로 최대한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에서 나온 작전 아닐까요?
그나저나 배우들 위키에서 보고있는데, 라일리엄마랑 신부님이랑 다섯살차이네요? 라일리랑은 10살. 젊은 배우들을 약간 더 늙게나오게해서 점점 회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싶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