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13개, 편당 20분 남짓 됩니다. 2017년작이라네요. 장르는 스릴러라고 해줘야할 것 같구요. 스포일러 없게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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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제작 비용 아껴서 오리지널 하나를 더 만들자!는 넷플릭스의 신조가 느껴집니다.)



 - 딱 일본 사람들 좋아하게 생긴 가짜 유럽풍의... 대저택의 식당처럼 보이게 꾸민 장소가 보입니다. 기다란 테이블이 있고 거기 열한명의 여학생들이 얼굴에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어요. 앉아는 있는데 기절 상태구요. 잠시 한 명씩 깨어납니다. 한 명 깨어나고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다가 결국 보자기 벗겨낸 후 '여긴 어디야!'라고 외치는 전개를 열 한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야 이제 뭔가 이야기 같은 게 흘러가죠.

 결국 얘들은 다 같은 반 애들이고 또 같이 어울려 다니던 패거리들입니다. (근데 본인들이 그걸 깨닫는데 한참 걸리는 게 개그) 다음 날이 졸업인데 갑자기 이게 뭐냐고들 황당해하는데. 근데 다들 자기들이 어쩌다 끌려왔는지도 기억을 못해요. 네. 작가의 음성이죠. 설정 짜기 힘들어서 대충 넘어갈 테니 부디 신경쓰지 말아달라는.


 참고로 이 양반들은 다 다리가 바닥에 족쇄 같은 걸로 단단히 채워져 있어서 못 움직여요. 다들 스마트폰은 잘 챙겨서 갖고 있지만 당연히 신호가 안 잡혀서 외부로 연락은 못하구요. 그런 상태로 아무 설명도 없이 자리에 고정되어서 엉엉잉잉징징 하다가 한참 뒤에야 누군가가 그런 아이디어를 냅니다. 누군가 우리에게 원한이 있어서 납치해온 게 아니겠니. 그러니 과연 우리가 남에게 잘못한 게 무엇인지 얘기 좀 해 보자. 그래야 풀어달라고 용서를 빌든 무슨 대책을 세우든 할 수 있겠지.


 그래서 한참을 머리를 굴리며 이런 소리 저런 소리를 하다가, 드디어 누군가가 뭔가 힌트가 될만한 걸 기억해내고 얘길 꺼내는 순간 뙇! 하고 불이 꺼지구요. 끼야야야야아아아아아아 하는 소리를 바탕에 깔고 대략 3초쯤 후에 뙇! 하고 불이 켜지면 방금 그 기억해낸 애는 사라지고 없습니다. 기껏 기억해냈다는 거 듣지도 못 했는데... ㅠㅜ



 ...암튼 뭐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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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석구석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하게 '일본 취향'으로 가득하죠.)



 - 언제나 그렇듯 참 자유롭게 무의미한 의식의 흐름에 의해 선택하게 됐습니다.

 요즘 오징어 게임이 화제인데 사실 전 그건 좀 안 땡깁니다. 뭔가 애매... 하게 제 취향을 긁다 말 것 같은 느낌이어서요. 그래서 '그럼 차라리 비슷한 느낌의 드라마였던 아리스 인 보더랜드나 볼까' 라고 생각을 했죠. 근데 왠지 그것도 좀 애매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가운데 '그럼 차라리 오랜만에 아예 망작이나 골라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예전에 넷플릭스 목록 서핑을 하다가 '이건 정말 100% 망작이겠군!'이라고 생각해서 기억해뒀던 이것을 선택하게 된 것이죠. 음. 굳이 이걸 줄줄이 설명하다니. 읽는 분들에게 좀 죄송해지는 기분...;



 - 그래서 과연 이 드라마는 기대에 부응할만한 망작이었을까요.


 일단 어마어마한 망작인 건 맞습니다. 그건 확실해요. 제가 넷플릭스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로 넷플릭스를 통해 본 작품 중 단연코 최악의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하하.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근데 문제는 뭐냐면요, 재미가 없습니다. 정말 철저하게 재미가 없어요. 정말 저런 자극적인 스타트로 이 정도 지루하게 만들어내는 것도 재능이다 싶을 정도? 작가님이 일생동안 '재밌는 소재 재미 없게 풀어내는 법'을 연구하신 숨은 천재이신 게 아닐까 싶었네요. 그리고 보통 이 정도로 못 만든 작품이면 그 못 만듦 때문에 놀리는 재미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 시리즈는 그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망한 거죠.



 - 이 드라마의 못만듦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1. 연기 :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11+1명의 소녀들. 이 분들을 연기한 분들의 정체는 바로 일본 아이돌그룹이에요. AKB는 아닌 뭐시기46이라는 그룹의 멤버님들이라는데, 아 정말 선입견에 훌륭하게 부응해주는 멋진 연기를 펼쳐주십니다. 나름 각자 캐릭터가 하나씩 있고 거기에 맞는 말투를 연습하신 모양인데, 문제는 드라마 첫 회부터 끝장면까지 그 말투 딱 하나로 끝까지 가요. 물론 그 유일한 말투라고 해서 무난하게 소화했을 리가 없어서 더 문제구요. 음... 그러니까 한 마디로 그런 느낌입니다. 버라이어티 쇼에 패널로 나온 게스트들이 애드립으로 단막극 하는 연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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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있는 걸 보면 딱 일본 아이돌그룹 느낌 맞죠. ㅋㅋ)



 2. 각본 : 음. 그냥 무슨 생각으로 썼는지 이해가 안 되는 장면들이 속출합니다. 개연성 같은 건 애초에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이 시리즈의 각본은 그런 수준도 아니에요. 


 예를 들어 뜬금 없이 쥐 몇 마리가 등장해서 테이블 위를 돌아다닙니다. 깨끗하게 방금 목욕 시킨 애완용 쥐임이 분명한 귀여운 쥐 두 마리가 테이블 위를 돌면 열 한명의 소녀들이 에일리언 주둥이를 맞닥뜨린 사람들마냥 비명을 질러요. 대략 5분간요.

 갑자기 배경에 있는 갑옷이 흔들립니다. 역시 소녀들은 비명을 질러요. 대략 3분간요. 그리고 잠시 후 의미 없이 그 갑옷은 쓰러집니다. 그럼 또 비명을 지르죠 대략 2분간.

 ...이게 이 시리즈의 '공포' 효과입니다.


 중간에 빌런 비슷한 게 한 번 난입하는 장면이 있고, 주인공 중 한 명이 그걸 몰래 숨겨둔 칼로 찌르려는 장면이 있거든요. 매우 심각하고 진지한 장면이지만 여기서 그 녀석이 들고 있는 칼은 경양식집 가면 종종 접하게 되는 돈까스 써는 끝이 둥근 나이프입니다. 그리고 그걸 들고 매우 명백하게 베는 게 아니라 찌르는 자세를 취하죠. 아아 무섭기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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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블 밑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겁니다. 얘들 발목은 시작부터 끝까지 바닥에 완전 고정되어 있는데 그럼 얘들 다리 길이와 테이블의 높이는...)


 그리고 뭣보다... 처음에 얘기했었죠. 잠시 불이 꺼지면 3초만에 사람이 뿅! 하고 사라진다구요. 그걸 이제 10회 반복하는데, 나중에 빌런 등장하고 진상 다 밝혀지고 그런 후에도 끝까지 이 신기한 마술 트릭은 설명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 그 외에도 '무서워해라 얍!' 이라는 식의 하나도 안 무섭지만 암튼 초현실적인 트릭이 여럿 등장하는데 물론 다 마찬가지에요. 그래도 작가가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는지 '이걸 니가 혼자 다 준비했니?'라고 묻는 장면이 나오는데, 답은 이렇습니다. '야 설마 내가 이걸 혼자 어떻게 하냐 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후에 이어지는 설명은 없어요. 뭘 어쨌다는 건데!!!!!!!!!!!


 그리고 뭣보다... 그냥 이야기에 긴장감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 정말 막판에 알고 보니 다 꿈이었다든가, 아님 그냥 누군가의 몹시 심하게 짓궂은 장난이었다든가 이런 식으로 끝을 냈어도 하나도 안 놀랐을 거에요. 



 3. 촬영이나 기타 기술적인 부분들은 걍 무난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들이 다 그러하듯이요.



 4. 라고 숫자는 일단 적어봤는데... 뭐 더 할 얘기가 없네요. 그냥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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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중에 특별히 맘에 드는 분 있으면 보시면 됩니다.)



 - 그러니까 그냥 해당 걸그룹 팬들 보라고 만들어 놓은 영상물입니다.

 하도 전개가 거지 같으니 오히려 결말이 궁금해져서 끝까지 보긴 했는데요. 결말은 또 그냥 평범하게 맥빠지는 결말이라 오히려 더 실망스러웠고.

 와 이걸 끝까지 다 봐버린 나님 칭찬해!! 라면서 자아존중감이라도 상승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잠시 생각해봤으나... 이런 인생 낭비를 사서 선택하고 완수해버리는 의지력이란 게 과연 칭찬할 일인가. 라는 당연한 의문이 들어서 그것도 fail.

 뭣보다 주인공들이 걸그룹이라 그런지 이런 못만든 일본 영화들에서 그나마 종종 발견되는 미덕, 걍 마구 막나감!! 이 없다는 게 치명적이었어요.

 이렇게 몸 사리며 건전, 교훈적으로 나갈 거면 차라리 평범한 학원물을 만들지 왜 스릴러를 손 댔는지 참.

 그나마 억지로라도 장점을 하나 꼽아 보자면, 해당 걸그룹 팬들은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걸그룹 멤버들이 서로 애증으로 겹겹이 얽힌 인물들로 나오니 멤버들 커플링 같은 거 좋아하는 분들은 아마 보람찬 시간 보내셨을지도. 그 외의 모든 사람에겐 인생낭비 폐기물 폭탄급 작품입니다. 혹시 호기심에라도 클릭하지 마시길 간절히 기원하며 뻘글을 마칩니다.



 + 다 보고 글 적으면서 검색을 좀 해 보니 의외로(?) 이게 듣보도 아니고 꽤 잘 나가는 걸그룹이었네요. 뭐 '전설의 센터'라고까지 불리며 팀 전체를 하드캐리한 엄청 인기 멤버도 있던 그룹이라는데, 우습게도 그 멤버는 여기 안 나옵니다. ㅋㅋㅋ 



 ++ 이런 식의 밀폐 공간 스릴러물을 볼 때마다 늘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는 것인데요. 음. 좀 민망한 얘기지만 도대체 너희들 화장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 거니... 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뭐 오프닝, 엔딩 빼면 다 해 봐야 세 시간 남짓 정도 밖에 안 되는 이야기이고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진행되는 형식이긴 하지만. 애초에 잡혀온 시점부터의 시간 경과를 생각하면... 아 왜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는 거죠 전;



 +++ 사실 이야기 자체는 11화에서 끝나요. 12화는 '특별편'식으로 에필로그 삼아 붙어 있고 내용은 본편 과거 시점에서 주인공들이 보내는 일상들입니다만. 차라리 그 쪽이 훨씬 낫더군요. 여전히 연기는 못하지만 애들이 밝게 나오니 덜 어색하고 덜 허접하고 덜 유치하며 덜 허망해요. 다음부턴 그냥 학원물을 만드세요 기획사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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