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일요일의 병'

2021.10.04 16:38

thoma 조회 수: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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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스페인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딸이 8살 때 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엄마를 35년만에 찾아가서 열흘 동안 같이 지내기를 요구합니다. 부유한 남편을 만나 사교계의 거물로 생활을 하던 엄마는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변호사까지 대동하여 (친자포기)조건을 내건 후 딸의 요구대로 하게 됩니다. 모녀가 딸이 어릴 때부터 살았던 숲속의 집에서 지내게 되고 냉담한 두 사람의 내면을 궁금해 하며 따라가게 되는 영화입니다. 초반에 갖게 되는 '왜'는 두 가지인데 딸은 '왜 이제 와서 같이 지내고자 하는가'와 엄마는 '왜 그때 떠났는가'입니다. 이런 궁금증과 연결되어 딸의 분위기, 외딴 집 때문에 약간은 스릴러처럼 느껴지지만 내용이 진행되며 딸의 이유는 쉽게 짐작이 되고 엄마의 이유 역시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 채로 밝혀집니다.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지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딸이 엄마에 냉담한 것은 이해되는데 주의가 가는 것은 엄마의 태도였습니다. 35년만에 만나 함께 지내게 된 딸에 대한 경계, 첫 날부터 조깅을 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자신의 이 비밀이 유지될 것인가를 가장 신경씁니다. 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하지만 주어진 시간에 의무를 다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뿐 보통(?)의 엄마가 보여주는 후회의 정이나 관심은 느껴지지 않아요. 영화 중반 너머 딸이 직설적 표현을 한 이후부터 그나마 속에 든 말들을 하게 됩니다. 물론 터놓고 날밤새며 얘기한다거나 붙잡고 운다거나 이런 장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앞 부분의 냉담함으로부터 대화를 하게 되는 분위기로 접어 든거죠.

자연이 아름다운 장면이 종종 있습니다. 영화 첫 장면에 커다랗고 메마르고 뿌리가 드러난 두 그루의 나무가 오래 잡힙니다. 한참을 보여줘요. 화면이 정지되었나 싶어 자세히 보니 근처 풀이 움직이네요. 그 나무 둘, 한 쌍의 나무는 거의 비슷하게 생기고 한 그루가 살짝 큽니다. 숲, 호수, 오래 된 집, 비 등이 조용하면서도 비애가 깃든 분위기를 조성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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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도 모두 명품 같은 차림새로 숲속 집 도착한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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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만나기 위해 엄마 집에 고용인으로 잠입한 딸.


이 영화를 보면서 '아이 엠 러브'나 전달 방식은 아주 다르지만 '캐빈에 대하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들보다 훨씬 모녀의 관계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하고 관습적 모성애 강요를 떠나 모녀간의 유대감이라는 것이 어떤 식으로 흐를 수 있는지 더 나아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적인 아름다운 화면, 모성애에 대한 질문,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 등 저는 다 좋게 보았어요. 큰 화면으로 보려고 오래 찜해 두었다가 봤는데 다른 분께도 조금 큰 화면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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