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영화이고 런닝타임은 1시간 35분. 장르는 스릴러의 탈을 쓴 드라마입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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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장면 딱 한 번 나오고 그것도 전혀 안 멋지게 나옵니다.)



 - 영화가 시작되면 칙칙한 아저씨 셋이 식당에 모입니다. 그 중 한 명이 식당 주인이고, 가게 문 닫은 뒤에 가끔 모여서 카드 놀이하는 멤버들인가봐요. 이러쿵 저러쿵 가족 이야기도 하고 사업 이야기도 하며 카드패 돌리는 와중에 손님이 하나 들어와요. 이미 문 닫았다고 나가달라고 하지만 계속 밥 달라고 우기며 진상을 부리다가 갑자기 멤버 중 한 명에게 '너 이름 뭐뭐지? 집에선 와이프가 기다리고 있나?' 같은 소릴 해서 분위기 괴상해지구요. 결국 진상 손님은 식당을 나가지만... 잠시 후 들어와 셋을 모두 쏴 죽여 버립니다.


 다음엔 졸지에 미망인이 된 여성 셋이 나오고. 각자의 사는 모습과 사정이 간략하게 나오고. 문득 '사실 주인공은 나였지롱!' 하고 젊어서 로데오 선수로 날리다가 사고로 장애를 입고 형이 물려준 구질구질한 모텔을 운영하는 남자가 나옵니다. 이 분이 운영하는 모텔이 바로 '스위트 버지니아'에요. 영화 배경은 버지니아가 아니구요. ㅋㅋ 


 암튼 뭐... 사실은 맨 처음에 등장한 살인 사건이 강도가 아니라 청부 살인이었던 겁니다. 청부한 사람은 그 셋 중 한 명의 아내구요. 자기 남편만 죽여달랬는데 일이 잘 안 풀리니 킬러가 셋을 다 죽여 버린 거죠. 킬러는 기한 내에 돈 내놓으라 그러고 여자는 걱정 말라고 큰 소리를 치지만 어라. 돈을 못 구할 상황이 되어 버리네요. 그래서 돈 받을 때까지 '스위트 버지니아'에서 죽치고 있어야하게 된 킬러, 멋모르고 그 킬러와 우정을 쌓는 모텔 주인, 남편 잃은 아내들과 킬러의 압박에 시달리는 한 분의 이야기가 얼키고 설키고 꼬이면서 90분간 흘러갑니다.



 - 꽤 오래 전부터 넷플릭스 찜 목록에 들어 있었는데 너무 오래 숙성시켜서 찜한 이유를 까먹고 있었어요. 그래서 영화를 한참 보다가 깨달았죠. 아, 이거 때문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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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거 = 이모겐 푸츠!)

 

 '호신술의 모든 것'과 '비바리움'을 연달아 재밌게 보고선 이 분 나오는 영화 뭐 또 없나... 하다가 이걸 발견하고 찜해놨던 거죠. 이거 외에도 많은 영화 나오셨지만 전 스릴러 or 호러 아니면 잘 안 보는 사람이잖아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ㅋㅋ

 이 영화에선 나름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그 살인 청부를 한 아내가 이모겐 푸츠거든요. 근데 황당하게도, 초반 넘어간 이후로 이 분 분량이 증발해버려요. 영화 속 모든 사단의 원흉인데도 신비로울 정도로 깔끔하게 사라졌다가 마지막에나 재등장하네요. 제가 이 영화를 고른 이유가 이 배우였으니 결국 망한 걸로... ㅠㅜ 그래도 잠시 나올 때는 연기도 좋고 또 예쁘게 나오긴 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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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주인공은 접니다! 마블의 다크 히어로 퍼니셔!!!)



 - 이야기 측면에서는 흔한 스릴러 서브 장르에 들어갑니다. 딱히 장르명은 안 붙은 것 같은데 뭐 그런 얘기 있잖아요. 걍 단순하고 쉬워 보였던 범죄 계획이 뜻하지 않은 불운과 우연의 연속으로 꼬이고 또 꼬이고 다시 꼬이는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들이요. 근데 시작부터 좀 다르죠. 이런 이야기라면 당연히 이야기의 주인공이 살인을 청부한 사람이 되어야할 텐데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그 사건 자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결국 일을 저지른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고 그 일이 꼬이고 꼬이면서 휘말려드는 '주변인A'를 주인공으로 삼은 거죠. 왜 그랬냐면...


 애초에 본격 장르물이 될 생각이 없는 영화여서 그렇습니다. (시무룩) 

 굳이 따지자면 장르물이긴 하죠. 미국 인디 영화들이 자주 써먹는 이야기거든요. 죄의식에 찌든 시골 마을 루저 인생들의 고난과 구원!

 보다보면 이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모두가 각자의 사정 때문에 죄의식 내지는 때늦은 후회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좀 상태가 안 좋은 사람들이에요. 거기에 이 청부 살해 사건이 기폭제가 되고, 그래서 좀 더 본격적으로 각자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중생들을 보여주는 휴먼 드라마... 이런 걸 의도하고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렇다보니 스릴도 거의 없고 마지막에 반전 같은 극적인 무언가도 거의 없습니다. 기대하시면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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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지어 킬러 아저씨조차도 가슴 속에 삼천원을 품고 계시죠. 어찌보면 이런 영화에선 당연한 일이지만요)



 - 다만 문제는... 그 고통과 구원의 스토리가 별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일단 주인공 캐릭터에게 비중을 많이 몰아주는데, 이 분 사연이 그렇게 와닿지가 않아요. 그냥 억세게 운 나쁜 좋은 사람입니다. 앞서 말했듯 젊을 땐 잘 나갔으나 사고로 은퇴. 형이 빨리 죽으면서 물려준 모텔 덕에 생계 문제 해결. 근데 와이프랑 딸이 사고로 사망. 혼자 남아서 모텔 알바하는 학생을 딸처럼 챙겨주며 착하게 살고 있는데 하필 다시 찾아온 진정한 사랑이 이웃집 유부녀(...) 대충 이런 사연인데, 이 분이 겪는 고통이 그렇게 절실하게 느껴지질 않아요.


 그리고 그 외의 캐릭터들은 묘사가 좀 수박 겉핥기에요. 특히 남편 잃은 여자들의 경우엔 대사 두어개랑 플래시백 하나씩 정도로 때워버리는 데다가 남편들이 각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많이 별로였던 사람들이라 그렇게 고통스러울 일이 있나 싶고. 쌩뚱맞게도 살인 청부업자 아저씨 묘사에 공을 들이는데 '나쁜 놈이다!' 쪽으론 확 실감이 나는데 '갸도 상처가 있는 놈이었어' 쪽으론 별로 공감이 안 되구요.


 다만 보면서 그런 생각은 했네요. 이런 영화들에 흔히 나오는 미국 시골 마을, 교외의 삶 같은 부분은 애초에 저같은 사람이 공감하긴 힘들다는 거. 걍 지루하겠다. 갑갑하겠다. 저기서 평생 늙어가며 살라고 하면 되게 싫겠다. 이 정도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렇게 확 와닿는 느낌은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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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한 살인자조차도 마음 한 구석엔 인간성이 남아 있었다능!!! ...같은 거 사실 이젠 식상해서 아무 느낌 없잖아요)



 - 뭐 막 못 만든 영화 같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만들기는 괜찮게 만들었어요. 느릿느릿한 속도로 잡아내는 침잠하는 분위기 같은 건 제법 그럴싸하구요. 배우들 연기도 좋고 몇몇 장면들은 나름 인상적이구요. 음... 적다 보니 엊그제 적은 '프리즈너스' 소감이랑 비슷하게 흘러가는데 주제 의식이나 소재 측면에서 닮은 구석이 좀 있기도 하네요. 어쩌면 그냥 제가 이런 류의 이야기랑 잘 안 맞는 사람이라는 게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배우 하나 때문에 본 영화이니 어쩔 수 없네요. ㅋㅋㅋ



 - 결론은 뭐. 다 위에서 한 얘기 반복이 되겠네요.

 우울 느릿 차분한 톤으로 삶에 고통 받는 중생들을 찬찬히 보여주며 관객들을 슬프게도 만들고 기쁘게도 만들어주려는 그런 영화입니다.

 쓸 데 없는 위악이나 크게 과장된 감정 없이 잔잔하게 흘러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구요.

 개인적으론 그 양반들 고통에 공감을 못해서 그냥 좀 별로였습니다만. 영화가 못 만든 영화인 건 아니라는 거.

 그렇게 애매하면서 살짝 부정적인 소감으로 마무리합니다.




 + 그냥 이모겐 푸츠가 더 많이 뜨고 성공해서 더 재밌는 영화들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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