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온 영화이고 넷플릭스에 올라온진 얼마 안 됐죠. 런닝타임은 1시간 54분. 스포일러는... 없는 걸로. 근데 끝이 너무 뻔한 이야기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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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안 레인 이름이 케빈 코스트너 위에 있는데, 영화 내용을 보면 그럴만 합니다.)



 -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서부극 배경 같지만 잘 보면 1960년대인 장소에서 시작합니다. 훈남 젊은이가 마굿간에서 검은 말을 끌고 나가는 모습이 보이고, 잠시 후엔 식사 장면으로 바뀌는데 결혼해서 갓난 아가를 키우고 있고 엄마 아빠랑 같이 삽니다. 이 젊은이도 나름 잘 생겼지만 아빠가 케빈 코스트너이고 엄마가 다이안 레인이니 어디 가서 외모로 칭찬 받기도 애매... 한지 아닌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주인공은 엄마랑 아빠이고 젊은이는 곧 말에서 떨어져 죽거든요.


 그리고 대략 3년쯤 흐른 것 같습니다. 그 후로도 며느리, 손주와 함께 살았던 것 같은데 며느리가 이제 재혼을 하네요. 며느리의 새신랑은 일단 예의 차리는 척은 하지만 티나게 인성 썩은 남자라는 게 빤히 보입니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쨌든 행복을 빌어주며 결혼식을 지키고 나왔지만, 며칠 되지도 않아서 그 인성 썩은 놈이 자기들 며느리와 손주에게 손찌검 하는 걸 목격해요. 안 되겠다 싶어 다음 날 쳐들어가봤더니 집은 비어 있음. 남자 고향으로 갑자기 헐레벌떡 다 함께 가버렸대요. 여기에서 포기를 모르는 녀자 다이안 레인의 오기가 발동하고 결국 이 노부부는 손주 찾아 3만리의 험난한 모험길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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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백인을 희다고 했나... 는 농담이고요. 둘 다 보기 좋게 참 잘 나이 먹으신 듯.)



 -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웨스턴입니다. 좀 특이하다고 할... 수도 없죠 뭐. 이런저런 변형, 변종 웨스턴이 이미 한참 많이 나와 쌓여 있는지라 이 정도를 특이하다고 볼 수도 없구요. 또 영화를 보면 이게 1960년대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라디오도 있고 전화도 있고 타고 다니는 자동차들도 그렇고 분명 현대 미국이 맞긴 한데, 그래도 보다보면 그냥 개척시대 웨스턴을 보는 듯한 기분이 자꾸 듭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의 사람들 사는 모습도, 사고 방식도, 문화도 다 거의 그 시절 수준인지라. 60년대 미국 시골 깡촌은 그냥 개척 시대에서 크게 달라진 것도 없었구나... 라는 깨달음을 얻었죠. ㅋㅋ


 그리고 등장 인물들을 보면 더 그렇습니다. 아예 그냥 대놓고 서부극 캐릭터들인 걸요. 케빈 할배는 은퇴한 보안관, 다이안 레인은 그의 씩씩 당당하면서도 내조 (뭐 옛날 사람이니까!) 잘 하는 아내구요. 심지어 백인들에게 한 맺혀서 광야에서 홀로 살아가는 미국 원주민 캐릭터도 나오고. 결정적으로 손주를 데려간 그 집안 사람들이 완벽한 웨스턴 무법자 악당들이에요. 법 따위 알 바 아니고 무지하게 폭력적이고 마초적이죠. 정작 그들의 보스는 여성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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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캐릭터에 대한 듀나님 묘사를 보고 빵 터졌습니다. '지옥에서 온 바바라 스탠윅'이라고. ㅋㅋㅋㅋ)



 - 영화의 초반부는 참으로 애수가 가득한 드라마입니다. 아들의 죽음과 며느리의 재혼 이후로 노부부가 대충 일상 비슷하게 생활하고 대화 나누는 장면들을 한참 보여주는데. 정말 한 평생을 함께하고 인생의 대단원을 기다리는 사람들 분위기가 찐득하다 싶을 정도로 진하게 펼쳐져요. 보고 있노라면 짠해지지만 또 동시에 참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두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멋진 사람들이면서 또 완벽한 환상의 커플이거든요. 서로 성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면서도 서로를 깊게 이해하고 배려하는, 거의 이상적인 노부부의 모습인데 그걸 또 두 배우가 더 이상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려줍니다.


 근데 그렇다보니... 영화가 좀 느려요. ㅋㅋ 특히 전반부가 참 느린데요. 어차피 주인공들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보니(...) 그게 또 잘 어울립니다. 지루하단 느낌 없이 그냥 느긋하게 넘나 보기 좋은 할배 할매 투닥거리는 거 구경하다 보면 느린 부분은 어느새 다 지나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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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김새 때문에 보기 좋다는 건 아닙니다만. 물론 생김새도 매우 보기 좋은 부부입니다.)



 - 그러다 이제 드디어 손주가 사는 곳을 발견하고 그들의 소굴로 걸어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무시무시한 스릴러가 됩니다. 아니 뭐 갑자기 장르가 바뀌는 건 아니구요. 그냥 웃으며 대화 나누는데 긴장감이 쩔어요. 그냥 운전 장면인데 긴장감이 쩔구요. 그냥 식사 장면인데 긴장감이 쩝니다. 공포 영화에나 나올 듯한 살벌한 가모장과 태어날 때부터 뇌 없이 마초 스타일에 절여져서 나온 듯한 아들래미들에 둘러 싸여 자존심이냐 손주 챙기기냐 아님 그냥 우리 목숨 챙기기냐 사이에서 두뇌 풀가동하는 노부부의 모습이 참 희한하게 손에 땀을 쥐게 하더라구요.


 그리고 결국 거길 빠져나온 후도 그래요. 그 미친 놈들에 비해 우리의 주인공은 너무나 무력합니다. 케빈 옹이 아무리 한 때 이름 날렸던 보안관이었다고 해도 팔팔하게 젊은 남자애들 여럿을 혼자 상대하기엔 택도 없고 다이안 레인은... 그런 물리적 위기 상황에선 그냥 할머니일 뿐이니까요. 그리고 그 가모장님의 포스가 정말 후덜덜합니다. 후반부 한밤의 모텔 장면은 뭐 거의 공포 영화 보는 기분으로 봤네요. ㄷㄷ


 그렇게 한참을 긴장하며 보다 보면 이제 장렬한 마무리가 등장합니다만. 이 부분은 스포일러니까 생략할게요. 하지만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는 정돈 말해도 상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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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부극은 원래 좀 노랑노랑해야 제맛이죠.)



 - 여러모로 잘 만든 영화입니다만. 다 보고 나서 가장 강하게 뇌리에 남는 건 '아니 이 양반들이 이렇게 좋은 배우였어?'라는 새삼스런 깨달음입니다.

 케빈 코스트너야 뭐 원래부터도 커리어가 망해있던 시절에도 연기력 측면으로 크게 까인 적은 없는 배우였긴 하지만 여기선 살짝 그 이상을 보여주고요. 다이안 레인이 참 놀라웠어요. 아니 이렇게까지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분이었나요. 케빈 코스트너에 맞춘 것인지 실제 나이보다 (아직 50대십니다) 더 들어 보이게 꾸미고 나오는 것 같은데, 그냥 캐릭터에 딱 붙게 너무 자연스럽고 매력적이에요. 애초에 각본상으로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맞긴 한데 어쨌든 그걸 기가 막히게 살린 건 배우 공이겠죠.

 게다가 두 배우의 합도 정말 잘 맞습니다. 이게 각본빨인지 배우 연기력빨인지 아님 감독 연출빨인지 그런 건 제가 따져볼 능력이 안 됩니다만. 어쨌든 지난 몇 년간 본 영화들 중에 가장 보기 좋고 멋진 커플이 나오는 영화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두 사람의 모습 구경하는 보람만으로도 걍 많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어요.


 물론 거기에 그 무시무시한 가모장님도 넣어야겠죠. 캐릭터도 무섭고 연기도 쩔구요. 어디서 봤던 분인 것 같은데! 해서 검색해보니 지금은 내려간 넷플릭스 드라마 '리버'에서 주인공을 잘 챙겨주는 상관 역할로 나왔던 분이더군요. 거기서도 말랑말랑한 캐릭터는 전혀 아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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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맡은 캐릭터 땜에 계속 할매, 할매거렸지만 사실 한국 나이로 57세를 할머니라고 하면 좀 이상하죠. 김혜수랑 다섯 살 차인데요.)



 - 대충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말하자면 좀 '로건'스런 정서를 깔고 흘러가는 웨스턴입니다. 노화, 죽음, 소멸, 이별 같은 것들을 바탕에 깔고 진행되죠. 쓸쓸하고 애상적인 느낌 가득하구요.

 다만 현실 세상을 배경으로 현실적으로 늙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이다 보니 실제로 펼쳐지는 풍경은 전혀 다르구요.

 당연히 화려함은 없는 소박한 현실적인 느낌의 웨스턴이면서... 각본도 좋고 연출도 좋지만 뭣보다도 두 배우의 리얼하면서도 참 보기 좋은 '부부 연기'가 중심인 영화입니다.

 이야기 템포가 조금 느리다는 걸 빼면 딱히 호불호 갈릴 구석이 없어 보이는 좋은 영화였어요. 넷플릭스에서 정 볼 것 없으실 때 한 번 틀어보시길.




 + 그렇게 나이 든 다이앤 할매지만 (실제론 아직 50대라고!!) 제 기억 속에선 얼마 전까지



 이러고 계셨죠. Tonight is what it means to be YOUNG!!!!!!!



 ++ 두 양반 호흡 잘 맞는 게 이 영화 때 쌓은 친분 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좀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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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보니 그새 두 분 다 나이 많이 드셨네요. 둘 다 왜 이렇게 젊죠. ㄷㄷ)


 다만 이 때 아들은 말에서 떨어지는 건 말 할 것도 없고 미사일로 두드려 맞아도 기스도 안 날 튼튼한...



 +++ 평소 제가 쓰던 소감글들에 비해 너무 격하게 칭찬만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인데요.

 영화가 좋았기도 하지만 그게... 이제 슬슬 제가 늙어감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볼만한 나이인지라. ㅋㅋㅋ 뭐 그렇습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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