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피소드 7개로 구성된 넷플릭스 오리지널입니다. 편당 한 시간 남짓 되구요. 스포일러 없게 적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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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넷플릭스 주제에 포스터가 괜찮아요!! 넷플릭스 공무원 플래니건 우대인가요.)



 - 교통사고 현장입니다. 사고를 낸 쪽은 얼굴에 기스 조금 난 상태로 옆에 주저 앉아 있는 젊은 남자구요. 차에 붙어 있는 표식을 보니 교회 다니시나 보네요. 피해자측은 젊은 엄마와 애가 죽었고 그 중 엄마의 시체가 보여요. 넋이 나가서 기도하고 있는 가해자에게 구급 요원이 한 마디 합니다. "기도하는 김에 신한테 왜 맨날 어린 애들을 데려가는지도 좀 물어보세요. 사고 낸 놈은 늘 상처나 조금 나고 마는데 말이죠."


 중략하고. 배경은 인구 다 해봐야 200명도 안 되는 작은 섬마을입니다. 거기엔 아랍계 보안관 아저씨와 10대 아들이 살구요. 아까 사고 낸 놈의 아빠, 엄마, 동생도 살구요. 예전에 그 놈이 좋아했던 여자도 혼자 살구요. 그 여자랑 둘이서 마을 학교에서 선생일을 하고 있는 광신자도 하나 살구요. 술에 취해 동네 소녀 등을 총으로 쏴 버린 아저씨도 살구요. 그 총에 맞아 하체가 마비된 소녀도 살구요. 그리고 뭣보다 중요한 건, 성당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 담당 노신부가 성지 순례를 갔다가 안 돌아오고 대신해서 교구를 맡게 된 훈남 젊은 신부님이 있지요.


 옥살이를 마치고 돌아온 우리의 음주운전남께서 자기가 죽인 여자의 환상을 보며 찌질거리는 가운데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가 마을에 놀랍고도 신비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뭐 당연히 정체모를 무서운 뭔가가 동네를 서성이기 시작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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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시리즈의 주인공인 라일리라고 합니다. 온갖 조연들에게 다 존재감은 밀리지만 암튼 주인공입...)



 - '힐하우스의 유령'과 '블라이 저택의 유령'으로 넷플릭스 중독자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마이크 플래니건의 신작입니다. 장르가 호러라는 건 말할 것도 없겠고, 아니나 다를까 우리의 엘리엇 소년 아저씨(...)가 주인공 아빠로 등장하고 초반에 가족간 갈등 같은 걸 보여줄 땐 이 양반 참 외길 중독자로구나 했었죠. 유령! 가족!! 비극!!!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ㅋㅋ


 그런데 조금 보고 나면 다른 느낌이 듭니다. 사실 크게 다르진 않은데... 말하자면 좀 크게 확장이 됐죠. 저택 대신 섬, 일가족 대신 섬마을 사람들이 주인공입니다. 전 사실 이게 되게 반가웠어요. 제가 사실 가족 사랑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감독의 이전 작 두 편을 다 재밌게 보면서도 좀... 그랬었고. 또 저택 하나로 뽕을 뽑는 식의 전개도 갑갑했거든요. 그래서 다음작은 좀 달라졌음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뭐 확장판이긴 해도 확실하게 확장은 되어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


 ...이긴 한데 그래도 어쨌든 본인 버릇, 스타일은 여전합니다. 여전히 사람들간의 관계와 잘못된 선택에서 오는 비극을 중심에 두고 느리고, 슬프고, 마음 갑갑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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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도입부에 나와서 아주 잠깐 진짜 주인공인 척하는 그냥 누구 동생, 누구 아들, 누구 친구입니다!)



 - 힐하우스도 전개가 빠른 드라마는 아니었고 블라이 저택은 그것보다 좀 더했죠. 그래서 지루했다는 분들도 많았는데, 이번 '어둠의 미사'는 그것보다도 조금 더 느립니다. ㅋㅋㅋ 에피소드 일곱개 짜리 시리즈인데 이게 진짜로 어떤 이야길 하려는 물건인지 확실히 밝혀지는 게 네 번째 에피소드구요. 화끈하게 뭔가 벌어지는 건 여섯 번째 에피소드 말미에요. 물론 계속해서 소소하게 호러 장면들을 넣어주긴 하지만 어쨌든 참으로 느긋하게 벽돌 쌓는 시리즈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다행히도 그 벽돌이 다 쌓여서 만들어진 큰 그림은 아주 괜찮았구요.


 근데... 개인적으론 이 드라마의 느린 페이스가 괜찮았어요. 그게 나쁘단 느낌이 안 들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이나 분위기에 그게 맞거든요. 이 마을은 참으로 시대에 뒤떨어진 쇠락해가는 마을이고 거기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다 과거에 대한 회한 같은 걸 품고 있구요. 또 입 밖으로 꺼내 말하진 않아도 결국 이 마을엔 미래가 없다는 걸 모두 다 잘 알고 살아갑니다. 그렇게 쓸쓸하고 애잔한 갬성을 표현하는 데는 이 속도가 알맞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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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저는 사실상의 주인공을 맡고 있...)



 - 그리고 종교가 중심 소재로 튀어나와서 계속해서 신과 인간, 그 위대하다는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신의 큰 뜻'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야기인 것인데요. 그걸 또 상당히 근사하게 잘 써먹었습니다. 


 일단 묘사가 좋아요. 신부 역할 맡으신 분은 전 모르는 배우인데 뭐 당장 사제복 입혀서 미사 집도 시켜도 사람들 다 속을 것 같던데요. ㅋㅋ 외모도 목소리도 말투도 너무너무 그럴싸하더라구요. 손님 없는 작은 성당이지만 그 분위기는 꽤 그럴싸하게 묘사했구요. 설교 내용도 듣다 보면 정말 실제 성당이나 교회에서 목회자들이 하고 있음직한 내용과 표현으로 가득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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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 없는 드립은 그만두고요. 진지하게 사실은 제가 진짜 주인공입니다만?)



 그리고 종교의 문제, 믿음의 문제, '신비로운 신의 뜻'의 문제 등등 종교에 관련해서 사람들이 자주 벌이는 논쟁들이 극중에서 골고루 재현이 됩니다. 뭐 사실 대략 뻔한 내용이고 이 쪽에 관심 가졌던 분들이라면 다들 거쳐갔을 법한 이야기들 뿐이지만 그게 극중 캐릭터들의 설정과 성격에 맞게 구현이 되니 괜히 신선하고 좀 더 뜻깊은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더라구요.


 에 또... 이미 다른 분께서 언급하셨던 부분인데. 결국 사이코 광신자 하나가 수퍼 빌런으로 튀어나와서 온갖 파렴치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식으로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종교 그 자체에 대해선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안 들게 하는 괴이한 밸런스가 좋습니다. 기독교 홍보물은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티 기독교도 아니고. 말 그대로 '종교'란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나름 지적인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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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트'의 마샤 게이 하든은 가라! 이제는 나의 시대가 왔다!! 라고 외칠 자격이 있는 광신도 캐릭터계의 신성이십니다.)



 - 그래도 어쨌거나 장르가 호러이니 무시할 수 없는 호러 파트에 대해서 말하자면. 

 음. 정말로 안 무섭습니다. ㅋㅋㅋㅋ 안 무서운데, 그렇다고해서 호러 장면이 적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오버하지 않도록 톤을 억제해가며 필요한 만큼만 넣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6부 말미의 클라이맥스 씬에선 작정하고 신경써서 만든 상당히 괜찮은 호러가 나름 꽤 큰 스케일로 펼쳐집니다. 오히려 '힐하우스'나 '블라이'보다 클라이맥스의 호러 장면은 훨씬 정통적으로 잘 만든 호러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끈한 호러 드라마를 원하신다면 역시... 추천은 해드리기 힘들겠구요.



 - 결국엔 플래니건의 이전작들과 비슷한 공식으로 흘러가는 시리즈입니다.

 캐릭터들을 차곡차곡 쌓고, 캐릭터들간의 관계를 쌓고, 거기에 의도치 않았던 잘못된 선택이나 운명적인 어긋남이 첨가되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비극으로 흘러가는 드라마에다가 호러 소재를 적절하게 끼워 넣는 거죠. 그리고 사실은 그냥 구제불능인 빌런도 하나

 그래서 핵심은 인물과 드라마이고 그게 탄탄하고 괜찮아요. 대놓고 멜로 드라마였던 이전작들의 드라마보다 조금은 더 현실적인 느낌의 드라마여서 전 이게 더 마음에 들었네요. 언제나 그렇듯 잘 캐스팅된 배우들이 각각 역할들을 잘 살려주고요. 

 전부터 하던 생각이지만 플래니건의 넷플릭스 호러 시리즈들은 호러 팬이라는 분들보다 오히려 드라마 팬들에게 더 잘 먹히지 않을까 싶더라구요. 뭐 호러 부분도 충분히 잘 하는 양반이니 본격 드라마 쪽으로 전업하란 얘긴 안 하겠습니다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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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째 살짝 마이클 베이풍으로 찍혔네요. 나름 비장한 장면이긴 합니다만.)



 - 음... 근데 아쉬운 점은 좀 있었습니다.


 일단 마지막 에피소드요. 다섯 번째 에피소드 마지막의 그 격렬한 감정, 여섯 번째 에피소드 마지막의 그 처절한 호러 장면에 비해 마지막 에피소드의 전개는 좀 약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미 앞에서 폼나고 신선하게 벌려 놓은 것들을 그냥 의무 방어전처럼 커버하는 느낌이었달까. 좀 그랬구요. 특히 신부님의 갑작스런 비밀 공개는 엄... 솔직히 좀 김이 새더라구요. 참으로 플래니건 취향이다 싶긴 하고. 또 덕택에 마지막에 나름 인상적인 장면이 좀 나오긴 하지만 그래도 전 그게 많이 별로였습니다. 그런 것 없이 좀 더 심플하게 갔음 좋았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이야기의 사이즈가 좀 '확장'되다 보니 군데군데 살짝 묘사가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어요. 보안관님 가족 이야기도 좀 더 자세히 보여줬음 좋았을 것 같았고. 하반신 마비 소녀와 부모와의 관계도 거의 안 그려지다시피 해서 마지막에 감흥이 좀 덜했구요. 정작 초반에 시간 들여 자세히 묘사했던 주인공 캐릭터가 음... 뭐 그랬네요. ㅋㅋㅋ 뒤로 갈 수록 주인공 한 명보단 여러 캐릭터를 함께 굴리는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인데 '모두가 주인공'이라기보단 '모두가 조연' 같은 느낌이 들어 버리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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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아저씨 캐릭터는 참 좋았는데 그게 그렇게 잘 살아난 것 같진 않습니다.)



 - 대충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개인적으론 '힐하우스'나 '블라이 저택'보다 제 취향에 더 잘 맞아서 신나게(?), 재밌게 봤습니다.

 사라져갈 것들, 이미 사라질 운명인 것들의 마지막 모습들을 처연하게 보여주는 듯한 그 정서가 맘에 들었구요.

 따지고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게 없는 신과 인간 토론 장면들도 좋았고. 또 5화 마지막의 애달픈 느낌도, 차곡차곡 쌓아올린 후 빵! 하고 터뜨려주는 6화의 호러 파티 장면도 좋았어요. 그리고 정상적인 인간들이 던지는 매우 상식적인 문제제기들을 제꺽제꺽 칼같이 튀어나오는 성서 인용으로 다 물리쳐버리는 성서 궤변의 여왕님(...)을 구경하는 것도 참 불쾌하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플래니건의 이전작들을 재미 없게 보셨거나 그냥 좀 시큰둥하게 보신 분들이라면 이것도 별로 재미 없으실 거에요. 그냥 이전 작품들도 재밌게 본 분들에게 강력하게 권합니다. 어쨌거나 제 기준 이 양반 최고작이니까요. 




 + 아. 그리고 시리즈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음악을 활용하는 시리즈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때 나 재기발랄하지?' 이런 스타일은 아니구요. 그냥 아주 정석적으로 분위기 까는 음악, 노래들을 자주 활용하는데 그 결과도 썩 괜찮았어요. 엔딩 장면의 노래 같은 것도 참 뻔한데 그렇게 뻔하게 먹히더란 말이죠. 살짝 울컥할 뻔. 



 ++ 전 케이트 시겔 좋아합니다만. 그래도 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배우인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남편이 직접 제작&감독&각본을 맡은 작품에 연달아서 주연급으로 캐스팅되면 뒷말은 안 나오는지... ㅋㅋㅋ



 +++ 레이어스 요원님 너무 반가웠습니다. 멀더 땜에 엄한 사건들 겪으며 개고생하셨는데 기껏 귀향하고선 이런 일을...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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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 와봐요 멀더. 여기 너님이 좋아하실 게 잔뜩 있어요.)


 ++++ 고양이 학대로 시작하더니 잠시 후엔 개도 학대하구요. 막판엔 어린 애들까지 가차 없이... 게다가 중심 소재 자체가 종교구요. 생각해보니 금기란 금기는 거의 다 건드리는 드라마였네요 이거.



 +++++ 주요 인물들 중... 은 둘째치고 대사 있는 동양인이 하나도 없는 이야기였습니다만. 막판 미사 장면에 보면 그래도 몇 명 와서 앉아 있더라구요. 사실 뭐 이런 깡시골 어촌에 동양인이 많이 살고 있어도 어색했겠죠. 오히려 그렇게 뭔가 의무감으로 몇 명 앉혀 놓는 게 더 이상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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