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눈으로, 아이 자랑

2021.10.03 22:41

Kaffesaurus 조회 수:544

어느 찬양에 나 남이 가진 것 다 없지만, 나 남이 없는 것 가졌으니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저는 저의 선물이를 보면서 가끔 그 가사를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듯이 저의 아이 선물이는 자폐아입니다 )

....

선물이 한 여섯살 때부터, 저와 선물이가 우리만의 일상을 가지게 된 이후, 여름이 되면 늘 헬레나를 만나러 스톡홀름에 갔습니다. 가면 하루 이틀 자고 돌아왔는데, 처음에 갔을 때 선물이는 토마스와 친구들의 토마스와 로시를 데리고 갔었지요. 사람들이 나 집을 나가는 때면 토마스랑 로시가 집을 지킨다고 했어요. 작년에는 코로나로 가지 못했고, 지난 여름에는 다들 백신을 맞았으니 만나자고 했어요. 선물이가 스톡홀름에 가면 하는 일은 좀 정해져 있습니다. 테크닉 박물관이나, 민속촌 비슷한 스칸센, 자연 박물관에서 아이맥스 영화보기. 이번에는 무엇을 할까 어른끼리 이야기 하다가, 헬레나가 선물이의 여름 방학이니 선물이한테 이번에는 무엇이 하고 싶은 지 물어보라고 했어요. 아이한테, 선물아 이번에 스톡홀름에 가면 헬레나랑 뭘 하고 싶니? 물어보자 아이는 저를 보고 이렇게 답했어요. 

헬레나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어. 

아이의 기대하지 않은 대답에 살짝 놀라서, 다시 한번 물어보니, 응 나 헬레나한테 저녁 사줄꺼야. 

원래 별로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라 그래? 그런데 저녁은 우리 헬레나 집에서 먹을거야, 점심을 사면 되겠네. 뭘 먹을까? 란 질문을 시작으로 좀 긴 무엇을 어느 레스토랑에서 먹을 것인가에 대한 negotiation을 가졌지요. 그렇게 준비한 것에 비하면 정말 심드렁하게, 헬레나가 아주 기분 좋게, 선물아 나 점심 사주어서 고마워, 잘 먹을께란 말에 반응은 응이 끝입니다. 그냥 당연한거니까요. 그리고 본인은 이미 즐기고 있으니까요.  


며칠 전에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린 카로네 집 방문을 했습니다. 우리는 늘 케익을 구워가는데 이번에는 한 한달 전부터 선물이가 계획했어요. 한번은 카로한테 전화해서, 카로 엄마랑 내가 케익구울거에요, 그런데 사실은 내가 굽는 거에요 라고 하더군요. 초콜렛 케익 빵에 화이트 초컬릿, 블루베리 무스 케익은 만들었습니다. 심각하게 고른 초컬릿과 마시펀 장미로 꾸미고요. 마음에 정말 들었던 건지 아이는 카로에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케익을 만들었어요, 라고 자랑했고, 카로는 선물아 이건 내가 받은 제일 멋진 케익이야 라고 받아 주었죠. (그런데 정말 예뻤어요). 


돌아오는 길에 카로에게 빨리 인사하고 벌써 어디로 사라진 선물이, 울로프가 차에 가 있을 거야 했던 대로 차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왜 그렇게 빨리 가버렸냐고 묻자 아이는 답했습니다. 말한테 간다고 인사하느라고요. 엄마는 말한테 인사했어요? 


......

아이의 진학상담을 합니다. 다음해이면 중학생이 되고 더 힘들게 되겠죠. 남들이 가진 많은 것을 쉽게 가지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참 행복한 마음이 있습니다. 늘 그마음을 간직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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