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8년이나 묵은 영화였네요. 2013년작이고 런닝타임은 무려 153분! 드라마 성격이 강한 스릴러이고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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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 맡은 분께서 휴 잭맨 아저씨 얼굴에 블러 참 빡세게 먹이신 듯.)



 - 사슴 사냥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뿔도 안 난 어린 사슴을 잡고 돌아오는 길에 대충 그걸 합리화하는 대화 같은 게 지나가고. 그러는 가운데 주기도문이 흘러나오고... 암튼 장면이 바뀌면 휴 잭맨네 가족과 테렌스 하워드네 가족의 파티(?) 장면이 나와요. 참 사이가 좋은 가족입니다만. 양쪽 집안의 나이 비슷한 어린 딸래미 둘이 라랄랄라 밖에 놀러 나갔다가... 실종됩니다. 그리고 비록 시골 동네 경찰이지만 사건 해결 확률 100%의 질렌할 형사 출동!!!

 마침 휴 잭맨네 큰아들이 본 게 있어서 금방 용의자를 붙잡지만 딱히 증거 같은 게 없어서 풀려나구요. 며칠간 수사가 정체된 상황에서 딸 걱정에 정신줄을 놓아가던 휴 잭맨은 마지막 희망을 '그 용의자가 범인 맞을 거야'에 몰빵하고선 풀려난 용의자를 미행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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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들 서두에 행복한 가족 모습 보여줄 때마다 좀 그래요. 10분 안에 처참하게 박살내기 위한 빌드업이니. ㅋㅋ)



 - 사실 이런 영화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드니 빌뇌브 감독의 헐리웃 진출작이었더군요.

 그러고보면 이 양반의 이름을 널리 알린 '그을린 사랑'과 닮은 점이 좀 있긴 합니다. 일단 길구요(...) 스릴러의 탈을 쓰고서 사실은 등장 인물들의 마음 속 고통을 보여주는 드라마구요. 또 뭔가 관객들에게 철학적이랄까 종교적이랄까 뭐 그런 생각을 요구하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어차피 둘 다 이야기를 만든 건 본인이 아니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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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10여분이 지나면 이렇게...)



 - 일단 스릴러의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재밌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위기는 그럴싸하게 잘 잡거든요. 좋은 배우들이 심각하고 진지하게 성심 성의껏 열연을 펼쳐주고 있고, 감독 특유의 비주얼도 분위기 조성을 잘 해내구요. 그래서 초반엔 기대감이 컸고 중반까지도 어느 정도 유지를 했습니다만... 음...;

 일단 '진지한 드라마' 파트가 좀 발목을 잡아요. 간단히 말해서 이야기가 늘어집니다. 대략 스릴러가 1이면 드라마가 2 내지는 3 정도의 비율인데, 그 진지한 드라마들이 스릴러로서의 이야기 진행과 좀 따로 노는 감이 커서 그냥 전개만 느려지게 하는 느낌. 


 게다가 스릴러 파트 자체도 좀 허술합니다. 

 일단 가장 큰 문제가 결론이에요.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이 참 싱겁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싱겁습니다. 아니 뭐 진상 자체는 상당히 매운 맛인데, 그게 별로 놀랍지도 않고 재미도 없거든요. 원래 이런 스릴러의 진상이 인상적이 되려면 범인 내지는 범인의 동기가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놀라움을 줘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어요. 범인은 조금도 흥미롭지 않은 인물이고 범행 계기는 하품 나옵니다. 그래서 오히려 진지한 드라마 파트가 발목을 잡은 게 아니라 오히려 도움을 줬구나... 이런 생각도 듭니다. 아마 진지한 드라마 파트를 대폭 걷어내고 스릴러 장르스런 내용만 남겨뒀다면 진짜 별 기억할만한 부분 없이 평이하게 싱거운 영화란 소릴 들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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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나 빌런 느낌이 잘 어울리는 질렌할씨. 아, 물론 여기서 역할은 빌런이 아닙니다만.)



 - 그러면 이제 드라마 파트 쪽은 어떻냐면... 아쉽게도 그 쪽도 그렇게 좋게 보지는 못했습니다.

 배우들 연기가 참 좋습니다. 상황이 워낙 암울하니 처음엔 몰입도 확 되구요. 그들이 내리는 선택들도 좀 이해는 안 갈 지언정 그 심정은 이해할 수 있구요. 갑갑하고 우울하고 걱정되고 뭐 그래요. 그런데...

 그냥 뭔가 좀 흐릿합니다. 종교,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알겠는데 그게 그렇게 확 와닿도록 표현이 안 되구요. 직설적, 도식적인 표현을 피해가려다가 그냥 어중간한 길로 빠져 버린 느낌이랄까요. 그냥 휴 잭맨 아저씨의 불타는 자식 걱정, 그리고 수퍼캅 질렌할씨의 성실하고 꼼꼼한 (하지만 사실은 또 운빨 작살나는) 수사 과정에 멱살 잡혀서 끌려가는 기분이었네요. 그 두 가지가 참 다 좋았는데, 그렇게 끌려가서 도착한 곳이 아까 말했던 그런...;


 아마 제겐 스릴러 파트가 문제였던 것 같아요. 앞서 말 했듯이 빌런의 정체나 동기 같은 게 너무 식상하게 장르적이었고. 또 질렌할의 수사 과정이 얼핏 보면 유능 성실해 보여도 결정적인 순간마다 운빨과 이해 못할 '감'이 튀어나오는 것도 맥이 빠졌고. 뭔가 되게 싱겁다는 느낌인데 이걸 틀로 삼아서 거기에 진지한 드라마를 담아 두니 그 드라마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럴 거면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그냥 포기하고 평범한 유괴 사건(?)으로 가면서 드라마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게 좋았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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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고보면 한국엔 요즘 유괴 사건 얘기가 잘 없네요. 전국이 cctv와 블랙박스로 도배가 된 덕일까요. 뭐 일단은 다행인 걸로.)



 - 그래도 어쨌거나... 배우들과 비주얼은 좋습니다. ㅋㅋㅋ 부분부분 보면 좋은 장면이 많았어요. 특히 막판 질렌할의 폭설 속 드라이빙 장면 같은 건 그냥 보기에도 멋지고 분위기도 죽였고 배우 연기도 좋았고 여러가지로 참 좋은 장면이고 그랬습니다만. 어쨌든 제겐 결국 배우들 열연과 그럴싸한 분위기만 남은, 되게 애매한 영화였네요.

 그래서 제 결론은. 스릴러는 절대 기대하지 마시고, 휴 잭맨과 제이크 질렌할의 어둡고 절실한 연기 구경하고픈 분들은 보셔도 좋을 거고. 그냥 그 정도입니다.

 보통 저는 영화들을 세간의 평보다 호의적으로 보는 편인데, 이 영화가 또 흔치 않은 예외 사례가 되었네요. ㅋㅋ 비평적으론 꽤 괜찮더라구요. 전 이해가 안 갑니다만.

 적다 보니 어느새 이게 결론이네요. 그래서 끝.




 + 가뜩이나 상영 시간도 길고 내용은 암울하기 짝이 없으니 흥행도 폭망했을 줄 알았는데. 제작비를 많이 안 들여서 그런지 미국내 흥행으로만 제작비 두 배를 훌쩍 넘겼네요. 홍보비 포함해도 본전 이상은 되었을 거고 2차 판권에 뭐에 하면 그래도 꽤 남겼을 듯.



 ++ 아래 글 적었던 '더 길티'에 목소리 출연한 폴 다노가 여기에도 나옵니다. 갑자기 미스 리틀 선샤인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지금 봐도 재밌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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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풋풋했던 그 시절. 15년전이네요. '프리즈너스' 기준으론 7년 전.)



 +++ 보다보면 '이건 뭐 블레이드 런너네' 라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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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식 웃으며 검색을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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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비슷하긴 하지 않나요. ㅋㅋㅋ 그러고보면 여기서 질렌할 스타일이 좀 라이언 고슬링 닮은 느낌도 있구요.



 +++ 다 적고 보니 제가 쓴 글치곤 되게 짧은 편이네요. 아아 신나라! 근데 정말 저 개인적으로는 '이게 뭐 그리 호평이었지?' 싶을 정도로 애매한 영화여서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차라리 그냥 격하게 싱거운 90년대 스릴러 영화나 하나 골라서 잔뜩 비웃으며 봤음 더 즐거웠을 듯. 아마 시간도 절약했을 거구요. ㅋㅋ 넷플릭스에 그런 영화들 되게 많더라구요. 그 시절엔 그런 애매한 영화에 돈 쓰기 싫어서 안 보고 스킵했던 건데, 세월 지나고 공짜(?)가 되니 괜히 궁금해져요. '네트'라든가 '블러드 라인'이라든가. 또는 애쉴리 주드나 안젤리나 졸리가 나왔던 이런저런 시시한 영화들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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