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니메이션입니다. 2017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3분. 장르는 환타지 로맨스 정도 됩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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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의 남자애가 묶여 있는 실이 연결되어 있는 곳이...)



 - 서양 레스토랑에서 결혼 피로연이 진행 중입니다. 대학생들이 우루루 모여 앉아 식사와 함께 부어라 마셔라 하는 가운데 주인공 둘이 소개가 됩니다. 하나는 '검은 머리 아가씨'인데, 뭐 그냥 순수 씩씩 싹싹하면서 당찬 꿈을 하나 갖고 있으니 '오늘 밤, 어른들의 (술) 문화를 제대로 즐겨보겠어!' 라는 거구요. 다른 하나는 쟈를 짝사랑하는 잉여 선배입니다. 다가가고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매일매일 최대한 우연을 가장해서 마주치는 작전으로 마음을 사겠다'는 한심한 계획을 혼자 열심히 실행 중이죠.


 잠시 후 피로연이 끝나고. 집에 안 가고 근처 술집으로 가서 혼자 칵테일을 즐기던 우리의 '검은 머리 아가씨'는 곧 어른들 술판에 존재하는 다양한 군상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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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식인데도 일본식 서양식... 이랄까요. 일본은 참 컨셉 확실한 나라라는 생각이 듭니다.)



 - 스토리 소개가 되게 무의미한 작품입니다. 딱 도입부 소개 이후로는 무슨 얘기를 할 수가 없어요. 요약 정리할만한 기둥 줄거리 없이 에피소드 식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그 에피소드들이 그냥 '꿈의 논리'로 흘러가거든요. 이게 진짜로 '악! 다 꿈이었어!!'라고 끝나는 스토리란 얘기가 아니구요. 말하자면 '파프리카'의 랑만 귀염뽀짝 버전이랄까... 현실이 환상이고 환상이 현실이고 뭐 그런 식의 이야깁니다. 애초에 하룻밤 동안 봄여름가을겨울이 다 지나가는 이야기니까요. ㅋㅋ

 그래도 나름 전체적인 큰 그림은 있고 그래서 마지막엔 서두에 던져진 떡밥들이 모두 해결되면서 끝나긴 합니다. 난해하지도 않아요. 그냥 환상적인 이야기일 뿐 이해 하기 어려운 구석은 하나도 없이 쉬운 영화입니다. 약간 젊은 성인 버전 센과 치히로 같은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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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타지입니다. 짤 하나로 충분히 설명이 되겠죠. 내내 이런 분위기에요.)



 - 하려는 이야기는 되게 확실하고 분명합니다. 제목을 살짝 고쳐서 요약하자면 이래요. '젊음은 짧아. 즐겨 이 젊은 것들아.' 라는 거죠.


 와... 되게 꼰대 같다! 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 보니 이 작품의 원작 소설이 출간된 연도 기준 작가의 나이는 29세. 장난하나. ㅋㅋㅋㅋ 뭐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지만 원래 그렇죠. 나이 스물만 넘으면 '순수했던 어린 시절 그립' 드립을 치고 서른 가까워지면 '하루 또 멀어져간다~' 드립을 치고... 원래 다들 그러면서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히나 예술한다는 사람들 중엔 탁월한 애늙은이들이 많잖아요. 신해철이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를 쓰고 김동률이 '기억의 습작'을 쓰던 나이도 모두 20대 초반. 그냥 이야기의 완성도로 평가하면 될 일인데...

 그래도 좀 웃깁니다. 이야기 속에서 자꾸 아저씨, 노인들이 등장해서 '젊은 게 좋은 거여~'라는 메시지를 이리저리 빙빙 돌려 전달하거든요. 근데 저 노인의 탈 속에 29세 젊은이가 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이미 나이가 40대를 넘어 50을 향해 힘차게 쾌속 전진 중인 제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니가 젊어 이 양반아.


 암튼 그래서 이 이야기 속의 '밤'은 젊음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계속 넘치고 흐르는 술은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역시 그 젊음을 강조하구요. 그 술로 가득한 교토의 밤을 천진난만한 긍정과 에너지로 질주하는 청춘들의 모습을 귀엽고 친근하면서 아름답게 보여주는 거죠. 문자 그대로 젊음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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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고로 영상물 속 젊음이란 달려야 제 맛.)



 - 상당히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아마 이걸 재밌게 봤든 재미 없게 봤든 이미 본 사람들은 거의 다 인정할 수밖에 없을 거에요.

 흔한 일본 애니메이션들 그림체에 거부감 있는 분들도 편하게 볼 수 있을 법한 개성 있고 예쁜 그림체도 맘에 들고. 장면 연출도 현실성 따위 가볍게 내다 버리고 그냥 예쁘고 환상적인 분위기에만 전념하는 게 무슨 미술 작품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듭니다. 


 그리고 좋은 의미로 굉장히 일본적이에요. 일본의 전통 문화부터 현대 문화까지 참으로 다양하게 '일본적'인 것들이 계속해서 튀어나오는데, 하나 같이 거부감 안 들게, 참 다 예쁘고 보기 좋게 표현을 해놨습니다. 전부터 느끼던 거지만 일본 창작물들의 이런 모습은 부럽더라구요. 이렇게 문화적으로 쌓아 놓은 역량이 있으니 요즘 분위기 그렇게 안 좋아도 어떻게든 살아 남아서 좋은 작품 남기며 잘 먹고들 잘 살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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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풍경이 낯익다는 기분이 들 때마다 분한 느낌! ㅋㅋㅋ)



 - 사람에 따라 큰 단점일 수도 있고 전혀 아닐 수도 있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이것도 말하자면 되게 일본적인 부분인 것인데...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사상이 좀 구시대적입니다. 아, 무시무시하네요 '구시대'라니. ㅋㅋ


 그러니까 만약 이게 한국 작품이라고 생각을 해보면 딱 와닿는 게. 지금 이 시국에 '어른'들이 20대에게 '젊음은 짧아! 즐겨 이것들아!!' 같은 소릴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 (쿨럭;)

 이 작품엔 아주 당연한 듯이 실제 일본 청춘들의 현실 같은 건 그냥 1도 드러나지 않거든요. 시작부터 끝까지 감상과 낭만만 넘실거리죠. 그 감상과 낭만이 나쁜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뭐랄까요. 실제 젊은이들이 보고 감동받을 작품이라기 보단 그 젊은 시기를 다 지나쳐보낸 중장년 이상의 어르신들이 보면서 '아아 맞아 젊음이란 저런 것이지'라고 감동받을 이야기가 아닌가. 뭐 이런 생각이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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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의 초반을 끌어가는 젊음 3인조... 인 동시에 전혀 사람 냄새 안 나는 감성 & 낭만 덩어리 3인조.)


 

 그리고 또 전형적인 일본식 클리셰들이 가득한데... 여기서 좀 거부감 느끼시는 분들이 많을 거에요. 그냥 예를 들어 말하자면 주인공 '검은 머리 소녀' 같은 경우엔 중년 아저씨에게 성추행을 당해도 펀치 한 방 날린 후엔 바로 씩씩하게 웃으며 '그래도 좋은 말씀도 해주셨어요!' 라며 용서하는 그런 캐릭터구요. 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선배란 놈은 태생부터 스토커 기질이 농후하고. 또 자기가 첫눈에 반한 상대를 다시 만날 때까지 절대로 팬티를 갈아 입지 않는(...) 남자를 '바보 같지만 순수하고 낭만적'으로 그려내는 대범함(?) 같은 것도 사실 좀 껄쩍지근 하구요. 결정적으로 그나마 저 찌질한 남자애들은 살짝살짝 놀려대면서도 그래도 어떤 면으로든 공감할만한 구석이 있는 캐릭터로 그려내는데 반해서 우리의 주인공 '소녀'는 넘나 완벽하게 현실과 단절된 이상적인 캐릭터로만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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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예쁘고 웃고! 겁나게 긍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면 다 좋은 거라구욧!!)


 그러니 '아 애초에 일본 작품은 그런 거 다 감안하고 보는 거지 뭐!' 가 되는 분들은 괜찮을 것이고. 이런 부분이 싫으신 분들은 안 보시는 편을 추천하네요.



 - 솔직히 뭐라 평을 하기가 참 어려운 작품이어서 어떻게든 설명을 해보려고 낑낑거리다가 평소보다 되게 오래 글을 적고 있는데.

 그냥 포기하고 마무리합니다. ㅋㅋㅋㅋ


 그러니까 시각적으로 아주 훌륭한 퀄리티를 뽐내는 작품입니다. 예쁜 그림, 고퀄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시는 편을 추천하구요.

 막판에 '관념적'이네 뭐네 하고 투덜투덜 해놓긴 했지만 어쨌거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그 꿈과 환상의 분위기는 상당히 근사합니다. 

 그래서 적어 놓은 단점들에 모두 진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전 일단 만족스럽게 봤어요.

 감각적으로 충실한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라면 내용 좀 맘에 안 들어도 뭐... 이런 분들은 보세요. 솔직히 요즘 나오는 일본 애니메이션들 중에 이 정도로 퀄 좋은 작품이 얼마나 더 있을까 싶네요. 그냥 이 정도로만 얘기하겠습니다. ㅋㅋ




 +  어쨌든 그림은 예쁘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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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경이 교토에요. 그래서 이 작품 속 풍경들도 실제 교토의 풍경을 재현한 게 많다고들 하네요. 물론 전 전혀 몰랐습니다.



 +++ 이 역시 올레티비 vod로 봤어요. 목록 하나 만들어 놓고 빡세게 뽕을 뽑고 있네요. 일주일 째 거의 하루 한 편씩은 목록에서 지워버리는 중.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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