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와의 카톡 15 (허튼소리)

2021.10.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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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어 누나. 글리세롤glycerol과 글리세린 glycerin, glycerine 중 어느 어감이 더 좋아?
나: 글리세린이지.
막내: 왜?"
나: 글리세롤은 기름덩어리가 롤빵처럼 말려 있는 느낌이잖아.
막내: 글리세린은?
나: 그건 크림처럼 부드러운 느낌이고.
 
막내: 이룩하다는 말과 거룩하다는 말은 관련성이 있는 거 같지 않아?
나: 어떻게?
막내: 룩이라는 어근이 뭔가 숭고한 점에서 같잖아.
나: 왜 그런 생각을 하지? 그럼 불룩하다거나 더부룩하다도 그렇게 느껴?
막내: 응, 그런 거야.
나: 왜?
막내: 뭔가 튀어나오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관계있잖아.
나: 납득 안되는데...

막내: 되새김질하는 건 소 같은 반추동물의 특징인데 굉장하지 않아?
나 : 뭐가?
막내: 사조가 바뀔 때마다 되새김질은 모던해졌다가 포스트모던해지잖아.
나: 어떻게?"
막내: 소화가 안돼서 다시 음미하는 것은 반성이 아니라 사유라는 뉘앙스잖아.

나:  씹었던 것과 지금 씹고 있는 게 두 개의 레이어처럼 겹쳐진다고?
막내: 응. 말하자면.
나:  왜 그렇게 기이한 방식으로 은유를 파고드는 거지?
막내: 잘 씹지도 않고 꿀꺽 삼겨버리는 인간들의 소화력이 굉장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지.
막내: 며칠 핫한 남자배우 스캔들을 접하노라니 그래.

나: 대체  이 청정한 시간에 왜 이런 카톡을 왜 주고받아야 하는 거지?
막내: 발광하고 싶어지는 부끄러운 옛기억이 떠올라서 그래.
나: 어째 로또 당첨됐다는 자랑으로 들리는데?
막내: 누나 보면 나도 여자가 되고 싶다.
나: 못 잔데다 알콜까지 작용하고 있나보구먼. 아가 지금이라도 자라.  빠빠이~ 

뻘덧: 자기가 정한 대로 '머저리'로 표기해야 하는데 순화된 '막내'로 바꾸노라니 맛이 안 사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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