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년에 걸쳐 모인 단편들을 모은 앤솔로지 같은 거라 연도는 적기 애매하고. 편당 런닝타임도 4분부터 20남짓 사이로 제각각이에요. 다들 한 편짜리 단편... 이면 좋은데 그 중 '아담'은 에피소드 두 개가 올라와 있는데 그게 1편이 빠진 거라는 식으로, 것 참 말 길게 하는 시리즈네요. ㅋㅋ 암튼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만. 스포일러가 있을 수가 없기도 합니다. 이유는 아래에서.



 - 여러모로 특이한 컨텐츠입니다. 이것들은 완결된 작품들이 아니에요. 단편이라고 생각해도 제대로 된 이야기 구조를 갖춘 게 거의 없습니다. 21세기의 네임드 원 히트 원더 중 하나로 굳건히 자리잡은 닐 블롬캄프가 돈이 없는 와중에 그래도 작품 활동도 할 겸, 그리고 기왕 하는 거 멋지고 '짧게' 만들어서 공개한 후 '장편 보고 싶으신 분들 돈 좀 주세염' 하고 펀딩도 시도할 겸 해서 유튜브에 만들어 올린 '견본'품 성격의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보면 일단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시작부터 우다다다 달려요. 정상적인 작품이라면 지켜야할 이야기의 템포 조절에 관심이 없습니다. '대충 이런 설정에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서 이런 거 보여줄 이야기다'라는 걸 사람들에게 확인시켜 줘야 하니까요. 그리고 또 당연히도 죄다 이야기 (느낌상) 초반에 뚝. 하고 끊기면서 끝나 버립니다. 당연하겠죠. 견본인데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넷플릭스에 있는 모든 에피소드가 다 유튜브에 있어요. 굳이 넷플릭스로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걍 편하실대로. ㅋㅋㅋ



 - 대체로 '러브, 데스 + 로봇'을 떠올리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SF거든요. 결정적인 차이라면 앞서 말한 것처럼 '완결되는 온전한 작품들이 아니다'라는 거랑 애니메이션보다 실사 비중이 더 크다는 것 정도 되겠네요. 에피소드 갯수로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비중이 대충 비슷한데, 실사들이 훨씬 퀄이 높으면서 런닝타임도 길구요. 애니메이션들은 4~5분 정도에 퀄리티도 많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사실 퀄은 떨어져도 좋으니 '러브, 데스 + 로봇' 비슷한 게 또 나왔다는 데 의의를 두고 좋아해주고 싶은데. 뭐 이야기가 다 중간에 끊겨버리니;



 - 암튼 그래서 뭐 SF '액션' 좋아하시고 닐 블롬캄프에게 호감 있으신 분들은 심심풀이 땅콩으로 한 번 보실만도 해요. 에피소드 전부 다 봐도 두 시간이 안 걸리는데 그나마도 끊어서 볼 수 있으니 참 편하죠. 하지만 완결된 이야기가 '거의' 없다는 게 치명적이네요. 식당 가서 맛보기만 하고 오는 느낌이랄까요.



 - 덤으로 에피소드들 소감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1. 라카 


 (한글 자막 있습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버전과 같습니다.)


시고니 위버가 주인공입니다. 에일리언 속편 기획 때문에 블롬캄프랑 친해지신 모양. 암튼 20분짜리로 이 시리즈에선 긴 편이고 내용은 제가 별로 안 좋아하는 파충류 외계인의 지구 침공 스토리입니다. 때깔이 굉장히 좋아서 눈요기 거리는 되지만 그냥 20분짜리 티저 예고편이라는 게 문제.



 2. 파이어베이스 :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입니다만 역시나 20분짜리 티저 예고편... 베트남전에 나타나 미군을 학살하는 정체불명의 괴인을 쫓는 군인 이야기입니다만. 설정이 굉장히 독특하고 시각적으로도 '흔치 않은 볼거리'가 많습니다. 티저 예고편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이건 추천할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19금이라 로그인해야 보실 수 있습니다. 물론 한글 자막 있음.)



 3, 4, 6번은 생략합니다. 그냥 블롬캄프는 유머랑 안 맞는구나... 라는 생각만 들었네요. 특히 6번은 '이거 찍을 때 도대체 무슨 생각이셨어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였어요. 3번도 만만찮게 재미 없는데 그래도 의도는 알겠거든요. 4번은 의도도 알겠고 완전 쓰레기까진 아니지만 좀 많이 싱겁고 진부했구요.



 5. 자이고트 : 이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스토리가 완결(?)되는 단편입니다. 다코타 패닝이 맡은 노예 계급 인조인간이 눈 먼 군인 하나와 함께 상부상조하며 괴물이 날뛰는 북극 기지에서 탈출하는 이야기인데, 뭐 그냥 무난하게 봤습니다. 괴물 디자인이 개성 있어서 맘에 들었어요.



 (위 영상과 같습니다.)



 7, 8은 '애덤'이라는 단편 시리즈인데. 원래 3편까지 나와 있는 것을 1편을 제외하고 올려놨습니다. 아마 1편은 블롬캄프&오츠 스튜디오와 관계 없이 만들어진 작품이라 빼놓은 것 같은데. 유튜브에 있습니다. 한글 자막은 없지만 대사가 거의 없어서 자동 번역 기능으로 영어 자막만 띄워놔도 싹 다 이해할 수 있구요. 다만... 그렇게 해가며 챙겨볼만한 작품이 아니에요. ㅋㅋ gtx980 그래픽 카드와 인디 게임 제작사들 많이 쓰는 '유니티' 게임 엔진으로 '이 정도 기기로도 이 정도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뽐내기 위해 만든 테크 데모 같은 거라. 그나마도 에피소드 1, 2, 3을 다 합해도 대략 편당 50분짜리 에피소드 열개로 만들어야할 이야기의 맨 처음 15분만 보는 기분이라 허탈하구요.



 9. 그단스크 : ...도대체 이게 뭘까요. 어쩌자는 걸까요. ㅋㅋㅋㅋ 티저도 아니고 티저의 티저의 티저쯤 되는 느낌입니다.



 10. 캡처 : 군사 무기를 제작하는 미친 과학자 둘이서 매우 반인류적인 인체 실험을 하면서 아주 혐오스럽게 낄낄거리며 웃는다. 는 내용의 에피소드 두 개가 붙어 있는데... cg 애니메이션인데 그래픽도 많이 별로이고. 그 혐오스런 개그 센스도 풍자라기 보단 그냥 혐오스런 개그일 뿐이란 생각이 들어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 결론은 시리즈 전체를 그냥 스킵해버려도 손해볼 건 없다. 구요.

 SF 앤솔로지 팬이시라면 에피소드 2, 5 정도만 챙겨보셔도 충분. 둘 다 맘에 드시면 에피소드 1도 '입맛만 버리자!'는 맘으로 보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뭐랄까... 닐 블롬캄프가 가야할 길은 영화보다 게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러브, 데스 + 로봇'을 볼 땐 안 그랬는데. 이 시리즈는 왠지 하나하나 다 게임 컷씬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 시즌 2격으로 뭘 계속해서 만들어 올릴 생각인가 보던데. 나름 돈이 될만한 프로젝트 하날 맡아서 열심히 하다가 그게 캔슬되어버린 이후로 업데이트가 뜸해졌다... 는 얘기가 있네요. 



 ++ 유튜브 채널에 가보시면 넷플릭스에 없는 단편 두어개와 제작 비하인드씬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OatsStudios


 마지막 영상 업로드가 11개월 전이군요. 흠... 블롬캄프의 미래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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