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는 'The Fare'네요. '요금'이나 '승객'이라고 제목 붙이기 싫었던 건 이해하지만 지금 제목은 좀...; 장르는 뭐라 말하기 애매하고, 런닝타임은 88분에 스포일러는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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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포 영화일 것 같지롱!!!)



 - 영화가 시작되면 또 매우 전형적으로 보이는 미국 시골길, 이번엔 텀블위드 굴러다니는 드넓은 평원 버전이고 그것도 한밤중인 것인데요. 암튼 그 위에 난 길을 택시 한 대가 외롭게 달립니다. 근데 택시가 되게 옛날 택시네요? 핸들 빡세게 돌려서 창문 열고 무전기로 고객 연락 받고 미터기를 말 그대로 '꺾는' 택시에요. 운전자는 젊은 남성이구요.

 암튼 이 분이 이런저런 라디오 채널을 돌리며 손님을 태우러 가요. 동양계 젊은 여성을 태우고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데, 뭐라뭐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날씨가 나빠지고 차가 덜컹! 하는 순간에 음? 손님이 사라졌습니다. 당황해서 상황실에 연락하니 미터기나 원위치하고 일단 출발하라는데, 시키는대로 하니 금방 주인공 표정이 평온해지고. 날씨가 괜찮아지고. 라디오를 트니 아까 나왔던 그 방송이 다시 나옵니다. 그리고 상황실의 연락으로 태우러가는 손님은... 아까 그 사람이네요. 타임-루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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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 최초의 허허벌판 타임 루프물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 사실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시려면 정말 아무 정보도 없이 보셔야 합니다. 뭐라도 얘길 하려고 들면 영화 초반의 미스테리어스한 느낌이 많이 죽어요.

 그래서 일단 스포일러 없이 제 소감만 말씀드리자면... 아이디어 괜찮은데 좀 아쉬운 영홥니다. 보고 나서 찾아보니 다들 비슷한 얘길 하는데, 대략 50분짜리 환상특급 에피소드로 나왔을 때 최고의 재미를 줬을 이야기에요. 그걸 90분 가까운 런닝타임의 영화로 만들다 보니 중간에 좀 늘어지고 지루한 부분들이 있구요. 그에 비해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정말 예측 불가이고 참신하긴 한데 그렇게 막 '와! 깜짝 놀랐다!!'라기 보단 '음? 이건 좀 특이하네 ㅋㅋ' 정도의 반전이구요. 그 결말 부분의 감흥도 런닝타임을 줄였다면 훨씬 나아졌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뭐 재미 없는 영화까진 아니구요. 아이디어는 재밌고 괜찮지만 장편 영화로 만들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거. 뭐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아래에선 결말을 제외하고 사알짝 스포일러성 내용들이 들어간다는 거 감안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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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잔. 주인공님이십니다. 런닝타임 통틀어서 서 있는 모습을 거의 보기 힘든.)



 - 타임 루프 영화는 저엉말 많죠. 너무 많아서 뭐 이렇게까지 계속 만들어대나 싶을 정도. 그리고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올 것도 없지 않나 싶고 그래요. 그래서 요즘 타임 루프 영화들은 꼭 결말 말고 초중반쯤에 비틀기를 한 번씩 넣어줍니다. '이거 그렇게 뻔한 얘기 아니라구요!'하고 한 번 외쳐준 후에 그걸 바탕으로 남들과 살짝 차별화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러다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거죠.


 이 영화도 마찬가지의 길을 갑니다만. 

 일단 시작 부분에서 조금 독특한 점이라면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 본인은 타임 루프를 눈치채지 못한다는 겁니다. 한 회차를 끝내면 바로 기억이 지워져버리기 때문에 관객들은 알지만 본인은 몰라요. 그리고 계속해서 태우는 정체불명의 여인도 괜찮습니다. 처음에 동양 귀신 이야기 느낌 들게 훼이크 쳐주는 것도 괜찮고. 말 그대로 정체를 알 수가 없지만 대충 뉘앙스가 '얜 뭔가를 알고 있다'는 식이기 때문에 흥미를 동하게 하죠. 이 둘이 만남을 거듭하면서 조금씩 정드는 식의 전개도 뻔하지만 괜찮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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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수께끼의 여인이자 각본가이자 제작자님을 바라보는 주인공)



 그리고 드디어 주인공이 자신이 순환에 갇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의 전개도 살짝 특이해요. 보통의 타임루프 영화들은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알아내야해!'라고 결심하고 주인공이 반복해서 노오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근데 이 영화는 주인공이 '일상'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시골길을 달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무슨 방법 같은 걸 찾아낼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대신 영화가 시간을 들여서 한참을 보여주는 건 그 반복 속에서 정들어가는 남녀의 모습이에요. ㅋㅋ '아, 혹시 이렇게 하면 빠져 나갈 수 있을까?'라는 떡밥 같은 게 그냥 아예 없어요. ㅋㅋ 그냥 차에 나란히 앉아 달리면서 끊임 없이 대화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그러면서 서로 반하고 사랑하게 되고, 이런 모습들만 주구장창 보여줍니다.


 그래서 좀 당혹스러웠죠. 아니 이거 왜 이러지. 제작비가 없어서 런닝타임 채우려고 이러나. 도대체 여기서 벗어나려는 생각은 언제쯤 하고 탈출 떡밥 및 힌트는 언제 줄 건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봤는데... 음.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전개로는 그게 맞습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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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 영화인 줄 아셨죠? 짜잔~)



 - 그 이유가 바로 (농담으로) 이 영화의 가장 거대한 반전인 것인데요.

 이거 로맨스 영화입니다. 그것도 멜로요. 지옥행 특급 뭐시기? 카테고리가 호러? 장난합니까. ㅋㅋㅋㅋㅋㅋ

 아니 뭐 초반엔 호러로 위장하기는 해요. 특히 처음 여성 승객이 사라지는 순간까지의 전개는 정말로 전형적인 동양쪽 유령 손님 괴담이잖아요. 근데 정말 딱 거기까지만 호러 흉내이고 이후부터는, 그리고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상까지 놓고 보면 이건 그냥 애틋한 멜로 영화입니다. 그러니 신나고 재미나는 타임 루프 탐험은 제껴놓고 영화가 열심히 관객들에게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보여주고 쌓아 올리는 데 집중하는 건 그냥 당연한 선택이죠.


 다만 문제는... '지옥행 특급 택시'라는 제목을 보고 누가 이런 걸 기대하겠습니까. 게다가 유료 vod인 것인데요. 호러인 줄 알았는데 호러가 아니고. 타임 루프물인 줄 알았는데 타임 루프물도 아니고. 제목과 공개된 시놉시스만 보고서 덤볐다간 화나기 딱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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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정직한 포스터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암튼 뭐...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저예산의 한계와 이야기 대비 긴 런닝타임입니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어두운 밤길 장면들은 그럭저럭 잘 커버했는데, 후반에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플래시백 부분은 거의 뭐 스마트폰 들고 찍으셨나? 라는 느낌으로 어설프고 구려요. 그리고 계속 말했듯이 이야기에 비해 런닝타임이 너무 깁니다. 그래서 중반은 좀 지루하구요.


 장점은 먼저 말했듯이 아이디어. 사건의 진상이 참 신선하면서 뭐랄까, 좀 여성취향으로 낭만적이라는 거? 이 장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분위기의 영화이긴 해요. 그리고 마지막에 진상을 알게된 후 '아, 그럼 앞부분의 그게 그거였...' 이런 재미가 꽤 좋은 이야기에요. 떡밥을 참 세세하게 잘 깔아줘서 '아 이건 떡밥이군' 했던 것도 떡밥이고 전혀 예상 못 했던 것들도 떡밥이고 뭐 그렇더라구요. 게다가 완벽한 소화를 위해선 어느 정도 교양 상식들까지 요구하는 떡밥들이라 괜히 좀 더 폼 나 보이는 것도 있구요. 물론 전 못 알아먹어서 검색으로 해결했죠. ㅋㅋㅋㅋ

 그리고 뭐... 그냥 이 정도네요.



 - 종합하자면.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인디 호러... 를 빙자한 로맨스물입니다. 제가 이런 영화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이 말도 이제 질리네요. ㅋㅋㅋ

 콕 찝어 말하자면 왜 좀 낭만적인 분위기의 옛날 환상특급 에피소드들 있잖습니까? 그런 것들 특별히 좋아하시던 분들이라면 볼만해요.

 다만 이게 네이버, 웨이브, iptv 여기저기 두루두루 다 있으면서 다 유료라는 걸 생각하면 추천하기가 좀 애매하네요. OTT의 시대에 '좀 재밌는 환상특급 에피소드 하나'를 따로 결제해서 보라고 권하기가... 하하. 암튼 네이버가 가장 쌉니다. 1200원이었나 1500원이었나 그랬네요.

 어쨌든 저는 괜찮게 봤습니다.




 + 이거 한국판 제목 정한 분은 뉘신지 모르겠고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싸대기는... 좀 심하고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센스가 탁월하게 구린 거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음... 이건 진짜. ㅋㅋㅋㅋㅋ



 ++ 막바지에 한국인들에게만 웃긴 장면이 하나 나옵니다. 그 장면 때문에 제작&각본&주연을 맡으신 분이 한국계 아니신가 했는데 그건 아니었구요. 중국계 미국인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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