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영화이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닙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46분.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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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부터 좀 특이합니다. 할매, 할배, 젊은 여성 셋이 버스 정류장에 서서 뭔가 모를 대화를 나눠요. 그러다 우체국 앞으로 걸어가서는... 갑자기 그 젊은 여자가 화려하고 절도 있는 동작으로 cctv를 피해 우체국으로 들어가더니... 알 수 없는 구멍으로 팔을 넣어 우편물을 훔칩니다. 그러고 나와서는 훔친 물건들을 분류하고 가격을 따지는 대화를 한참 해요. 그러곤 다시 어딘가로 걸어가는데 무슨 공사장 울타리 앞을 숙이고, 림보 자세를 취하면서 몰래 지나가구요. 그러다 어떤 사무실 같은 데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벽 꼭대기에서 분홍색 거품이 뭉개뭉개 피어나고. 세 사람은 양동이를 들고 와서 그걸 열심히 걷어냅니다. 그리고... 


 뭐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들은 가족입니다. 아빠, 엄마, 딸이구요. 근데 아빠랑 엄마가 정신 세계가 괴이한 사람들인 거죠. 온갖 음모론과 괴상한 정의감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고 보아하니 애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 상태였어요. 게다가 최악인 건 이 양반들이 자식에게 평범한 부모, 자식 관계를 맺지 않았다는 겁니다. 모두가 동지이고 모두가 동등하다! 면서 모든 걸 3등분하고 뭐 예뻐해주고 사랑해주는 말 한 마디도 안 해줬고 여러서부터 도둑질, 자잘한 사기 스킬 같은 것만 가르쳤구요. 그래서 엄마 아빠 둘은 그냥 괴상한 사람들이지만 그 딸은 뭔가가 단단히 '결핍'된 사람으로 자랐어요. 


 암튼... 이들의 생활이 큰 위기를 맞은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앞서 말했던 그 거품 올라오는 사무실이 이 사람들 월셋집이었는데, 석달치 1500달러가 밀렸고 며칠 안에 쫓겨날 판이에요. 그래서 단기간에 목돈을 만들기 위해 이상한 작전을 생각해내고, 그 작전의 수행 과정에서 쌩뚱맞게 끼어든 지나치게 사교성이 발달한 푸에르토리코 여인 때문에 주인공, 그러니까 딸래미의 삶이 변화를 겪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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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주인공님의 범상치 않은 포스를 보시라)



 - 이 영화를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딱 드는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음. 정말로 2020년대여성 감독이 만들 법한 인디 영화구나. 라는 느낌? 좋고 나쁘고의 판단을 떠나서 저 세 가지 요소에서 떠올릴 수 있는 특징들이 그냥 다 막 들어가 있어요. 루저 혹은 아웃사이더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이 만나고 관계 맺는 사람들도 다 사회적 약자들이구요. 처음엔 어디로 갈지 모르게 튀게 전개되다가 나중엔 결국 상실과 극복, 타인과의 관계 맺음 같은 이야기로 흘러가며 궁서체가 되구요. 당연히(?)도 주인공은 여성이고 중요한 역할들은 거의 다 여성들입니다. 등장 인물들 중에 비중 있는 남자라곤 아빠 밖에 없는데 내용상 아빠는 걍 엄마에게 패키지로 묶여 '부모'를 형성하는 정도 느낌이더라구요. 천역덕스럽게 슥 들이미는 비현실적 느낌의 장면들은 뭔가 감성 터지게 예쁘고 센스 있구요. 그리고 음... 스포일러를 빼고 말하자면 대략 이 정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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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다고 자랑이냐!!! 라고 적고 보니 전 젊었을 때도 저렇게 못 했네요)



 - 어쨌든 재밌습니다. 재밌어서 끝까지 다 봤어요. 재미 없어도 어지간한 건 다 보지만


 일단 초반엔 뭔가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려는 이야기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집중도 되고, 또 개그의 빈도도 높은 편이어서 좋았구요.

 이 괴짜 진상 가족의 찌질하면서 소소한(나중엔 좀 심각해집니다만) 사기 행각들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구요. 


 뭔가 좀 뻘~한 느낌의 개그들이 많은데 배우들이 다 참 잘 살려줘요. 개인적으론 영화에서 데브라 윙거를 본 게 정말 오랜만이라서 크레딧을 안 봤으면 몰라볼 뻔 했습니다만. 어쨌든 사실상 메인 빌런으로서 뻔뻔하고 파렴치한 악의 축 역할을 되게 잘 해줘서 좋았구요. 에반 레이첼 우드는 뭐랄까. 어찌보면 '오히려 쉽다'고 할 수도 있을 극단적으로 어색하고 괴상한 캐릭터를 맡아서 굉장히 열연을 해줬습니다. 특히 몸개그 장면들을 의외로 되게 잘 하더라구요. ㅋㅋ 

 

 그리고 좀 센스 있고 독특한 장면들이 몇 있습니다. 극초반의 우체국 털이나 거품 걷는 장면이 인상적이었고 중반 이후에 되게 중요하게 나오는 화장실 지진 장면 같은 것도 연출이 되게 좋았어요. 진짜로 주인공이 '새로운 세상'에 도착한 느낌이었달까요. 전 이렇게 기억에 남게 튀는 부분 몇 가지만 있으면 그냥 영화 전체를 좋게 평해버리는 사람인지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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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해내는지 ㅋㅋㅋ)



 - 단점이라면 뭐랄까... 뭔가 좀 아쉬운 것들이 있긴 했던 것인데요.


 주인공이 너무 운이 좋습니다. 아 물론 정말 천인공노할 부모들(개그톤으로 순화되어 표현되긴 하지만 그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ㄷㄷ)을 만나서 그 나이까지 평생을 남다르게 꼬인 삶을 살았기는 합니다만. 영화에서 직접 비춰주는 부분만 보면 정말 너무 운이 좋아요. 어떻게 그 상황에서 그런 사람을 그렇게 만나서 그런 식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답니까. ㅋㅋ


 같은 맥락의 이야기인데, 그 구원자 캐릭터님도 좀 그래요. 너무 편리하고 만능이십니다. 뭐 어차피 현실성 크게 신경 안 쓰는 코미디 영화라는 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역시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어요. 그냥 대놓고 '나는 주인공을 구원해주기 위해 이 세상에 나타난 작가님의 아바타'라고 등판에 적어 놓고 행동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자주 들더라구요.


 또... 아무래도 후반부는 진지 모드로 들어가면서 전반부에 비해 유머가 좀 떨어집니다. 그때 주인공의 드라마에 깊이 몰입이 되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전 위에 적은 것과 같은 이유로 몰입이 덜 됐죠. 재미가 없는 것까진 아닌데 그냥 살짝 흥미가 덜해졌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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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치게 대놓고 수호천사님)



 - 대충 종합하자면...

 독특한 설정과 튀는 캐릭터를 내세워 꽤 잘 웃겨주다가 진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 영화입니다.

 이야기만 튀는 게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연출면으로도 나름 튀는 구석들이 있어서 감독의 미래가 조금은 촉망되지 않나... 싶었구요.

 웃기는 것도 좋고 진지한 부분도 나쁘지 않고 다 좋았는데. 다만 후반부의 전개가 너무 나이브한, 혹은 작가 편할 대로라는 느낌이었던 건 아쉽네요.

 뭐 어차피 넷플릭스에 올라온 영화니까요. 인디 영화 좋아하시고 여성 작가들의 여성 중심 이야기 좋아하면 보세요. 

 단점이라고 투덜투덜 적어 놓았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좋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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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원래 예쁜 영화 좋아합니다. 진짜입니다!)



 

 + 아. 글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어 놓고 설명을 안했군요.

 영어 제목은 Kajillionaire입니다. 한국말로 치면 대략 '우주갑부'쯤 되는 표현인가 봐요. 근데 철자를 보면 아시겠지만 대충 한쿡식 발음으로 '카질리어네어' 정도 되어야할 제목인데 이게 별로 맘에 안 들었는지 쌩뚱맞게 '카조니어'라고 줄여 버린 거죠. 이러면 이건 그냥 아무 뜻도 없는 말이 되잖아요.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 에반 레이첼 우드가 연기하는 주인공 캐릭터 때문에 보면서 계속 헷갈렸습니다. 배우를 생각하면 나이가 30대여야 하는데 그 정돈 아닌 것 같고. 극중에서 캐릭터가 보여지는 모습을 보면 거의 10대에 가까운 것 같은데... 게다가 주인공 이름을 계속 안 불러줘서 영화 보는 중에 imdb를 찾아봤는데 캐릭터 이름이 괴상해서 또 헷갈렸어요. 음? 얘가 아닌가? 나중에 세월 흐른 후가 또 나오고 그러나? 이렇게요.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중반에 나오는 개그씬 하나의 스포일러 같은 거라서 제가 언급은 안 할래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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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 이미지와 격차를 생각하면 에반 레이첼 우드도 상당하지만 데브라 윙거가... ㄷㄷ)



 +++ 사실 주인공 부모들 캐릭터가 너무 괴상해서 다 보고 나서도 '어쩌라는 이야기인 것인가'라는 생각을 한참 했는데요. 음. 뭐 결국 가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네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그 나이까지 쭉 그렇게 살아서 폭력을 폭력이라 인지 못 하고 그냥 그대로 적응해서 살아온 젊은이가 구원 찾아 광명 세상으로 가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 그래서 '구원자' 역할을 지나 로드리게즈. 어디서 분명히 봤다 싶었는데 '서던 리치'에서 봤던 그 분이군요. 잘 몰랐는데 경력도 훌륭하구요.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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