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드라마이고 넷플릭스&BBC 공동 제작이라네요. 편당 50분 정도 에피소드 8개로 끝납니다. 스포일러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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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 악마! 유혹자!! 여러가지 의미로 다 적절한 별명이자 제목이네요.)



 - '알랭'이라는 남자의 훼이크 인터뷰로 시작합니다. 진짜로 1997년에 찍은 인터뷰 클립인 척 하지만 거기 나온 아저씨가 잠시 후 주인공으로 나오니 뭐. ㅋㅋ 암튼 '그래서 니가 죽였니 안 죽였니?'라고 묻는데 대충 뭉개고 넘어가며 씨익 웃으며 인터뷰는 마무리. 진짜 이야기의 시작 배경은 1975년 태국, 방콕입니다. 어떤 맨션에서 흥청망청 파티가 벌어지고 '알랭'이라는 남자와 아제이라는 인도인, 드니스라는 백인 여성이 나와요. 이들이 그 집 주인이자 파티 호스트인 것 같고. 잠시 후 그들은 수상한 약을 뭉개서 우유에 탄 후 아프다고 끙끙대며 널부러져 있는 사람에게 먹입니다. 그리고나선 가방을 털고. 그 남자의 여권을 꺼내다 위조를 하네요. 그리고 뭐... 생각해보니 이런 식의 소개는 의미가 없어서 그냥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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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대세 배우라는 타하르 라힘씨.)



 - 실제 연쇄 살인범의 범죄 행각을 다룬 드라마입니다. 앞서 말한 세 명이 그 중 주범들이구요. 본격 히피 시대를 맞아 오리엔탈리즘에 빠져 아시아로 우루루 몰려들던 젊은 여행객들을 꼬셔서 자기 집으로 끌어들이고. 약을 먹여서 죽인 후에 재산을 다 털어 먹는 수법으로 범죄를 저질러요. '더 서펀트'라는 별명은 이렇게 독을 쓰는 것 & 피해자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함정과 화술 때문에 주범 '알랭'에게 붙은 별명이구요. 보아하니 원래는 '비키니 킬러'라는 별명이 더 유명해서 널리 쓰이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드라마 덕에 역전된 듯 합니다. 근데 이 제목을 잘 고른 것 같아요. 어째서 '비키니 킬러'가 더 인기였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정작 비키니 입고 죽은 사람은 둘 뿐이고 양성을 평등하게 마구 죽인 사람이니 그 별명은 좀 그렇죠. 이 분 범행 수법이나 캐릭터를 생각하면 '독사' 쪽이 훨씬 정확하고 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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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야말로 지옥행 특급 택시!)



 - 이야기는 이 '알랭'이라고 주장하는 '샤를 소블라쥬'의 과거와 현재를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이들의 범죄를 처음으로 인지하고 집요하게 그 뒤를 쫓았던 네덜란드 외교관 (당시 기준) 젊은이 크니펜베르흐의 이야기가 병행으로 전개됩니다. 둘 다 주인공인데 드라마의 드라마(이게 뭔 소리...;)는 외교관 젊은이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진행되는 편이에요. 시청자들의 몰입을 위해 추적자 쪽을 진짜 주인공으로 삼은 건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실제 자료들을 보고 확인해 본 결과 이 크니펜베르흐... 라는 양반에겐 당연히 조미료가 무척 많이 들어가 있긴 해요. 실제로도 큰 일 하신 분인 건 맞는데 많이 과장이 됐죠. 하지만 어쨌거나 이 '드라마' 속의 크니펜베르흐는 상당히 좋은 주인공입니다. 투박하고 어설프지만 강한 정의감과 의지를 갖춘 젊은이구요. 여기까진 사실 좀 뻔한데 여기에 아내 캐릭터가 합세하는 모양새가 좋아요. 당차고 똘똘하며 결단력 있는 역할, 그리고 뭣보다도 정의 바보 남편의 민폐를 받아내주는 역할을 맡아서 크니펜베르흐가 지나치게 뻔하고 식상한 영웅 캐릭터로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 주더라구요. 


 시작부터 거의 끝까지 추적에 도움을 주는 '폴' 이라는 다른 대사관 캐릭터도 좋았어요. 주인공에게 부족한 연륜과 인맥을 담당해주셔서 주인공의 탐정 놀이(수사관이 아니잖아요)에 설득력을 부여해주기도 하고. 아내와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모자람을 적절하게 보여주는 역할도 합니다. 사실... 정의의 편이어서 그렇지 우리 외교관님이 좀 여러모로 진상이긴 하거든요. ㅋㅋㅋ 그 진상질을 드라마가 그냥 '정의를 위해!'라는 대의로 덮어 버리면 보면서 좀 짜증이 나게 되는데 이 아저씨가 진상 부리는 주인공을 구박하고 놀려준 덕택에 짜증이 거의 없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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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진짜 주인공이라구요!)



 - 연쇄 살인범을 다룬 드라마인데도 놀랍도록 폭력 묘사를 자제하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살인 장면이 안 나와요. 놀랍지 않습니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직접적인 살인 장면은 거의 안 나옵니다. 실제 사건이다 보니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생각해서 그런 장면 묘사는 자제하는 게 상식이긴 한데, 자제를 넘어서 그냥 안 나오는 수준의 작품은 또 처음이었네요.


 하지만 보고 있으면 정말 끔찍해요. 왜냐면 피해자들이 죽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당히 공들여서 보여주거든요. 어떻게 이 사악한 패거리들을 만나게 되고, 어떻게 현혹되어서 어떻게 죽음에 이르게 되는가... 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데다가 피해자 한 명 한 명의 캐릭터를 역시 공들여서 세세하게 표현합니다. 그래서 살해당한 사람들이 그저 '피해자 1번' 같은 게 아니라 다 자기 인생이 있고 캐릭터가 있는 인간이었다는 걸 자연스럽게 느끼게 하니 굳이 끔찍한 폭력 묘사 같은 게 없어도 한 명 한 명 죽어나갈 때마다 정말로 참담한 기분이 듭니다.


 살인자의 특성에 맞춰서 되게 잘 연구한 각본 같기도 해요. 애초에 이 살인자놈이 단순하게 누굴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약 먹이고 죽이는 게 아니라 일단 가까워지고, 자기를 완전히 믿게 만들면서 상대방을 최대한 파악하고, 각자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뽑아 먹을 걸 다 뽑아 먹은 후에, 그것도 다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죽일지 그냥 사기를 칠지를 파악하는. 그러니까 희생양을 되게 느릿느릿하게 조여들어가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이런 식의 연출이 가능했던 거고 그게 또 적절했던 거고... 그렇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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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어가 엄청 나오는 드라마에 출연해서 참 수고하고 고생하신 제나 콜먼씨)



 - 태국, 네팔, 프랑스, 인도 등을 바쁘게 오가는 관광 영화이기도 하... 긴 한데요. 음. 드라마 특성상 그 모든 장소가 음험하고 위험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관광 드라마로 즐기기는 좀 무리가 있구요. ㅋㅋ 그래도 어쨌거나 다양한 장소의 이국적인 풍광들이 보이니 보기 좋은 드라마이긴 해요. 주연급 배우들은 또 하나 같이 예쁘거나 잘 생기거나 귀엽거나.... 하게 뽑아놨는데 다들 연기도 좋으니 배우 보는 재미도 있구요. 타이틀 롤을 맡은, 그것도 아주 강렬한 캐릭터를 맡은 타하르 라힘이나 제나 콜먼에게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냥 전체적으로 배우들 연기 질이 높다고 느꼈습니다.

 전체적인 큰 그림도 잘 그렸지만 그걸 쌓아 올리는 벽돌들도 다 튼튼하고 보기 좋은 드라마에요.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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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니와 클라이드 흉내냐? ㅋㅋㅋ 했는데. 잠시 후에 진짜로 그게 언급돼서 웃었습니다.)



 - 다만 뭐랄까... 아무래도 태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본편' 느낌이다 보니 주무대가 옮겨지는 5화 이후로는 사알짝 긴장감이 떨어지고 좀 산만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범죄 행각은 멈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후일담 아닌 후일담 느낌인데 그게 좀 길게 느껴졌던. 하지만 실화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었겠죠. 그리고 그 앞까지의 밀도가 워낙 높고 긴장감이 쩔어서 그렇지 끝부분도 특별히 늘어지고 그런 건 아니에요. 게다가 다 보고 나면 마지막에 정말 기가 막힌 결말도 기다리고 있구요.


 이거 말곤 딱히 단점이라고 지적할만한 건 생각이 안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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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지널은 이러합니다.)



 - 종합하자면.

 '실제 연쇄 살인범'이란 게 사실 되게 위험하고 어려운 소재 아니겠습니까. 재미를 추구하자니 현실의 피해자들 문제가 걸리고. 범인을 얄팍하게 그냥 악마로 그리자면 작품 격이 떨어지는데 또 그 내면이나 동기 같은 걸 파고들다 보면 면죄부 준단 소리 듣기 딱 좋고. 하지만 애초에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드라마로 만드는 이상엔 당연히 재미도 추구해야만 하는 것인데요.

 그런 위험하고도 난해한 외줄타기를 아주 훌륭하게 해낸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근래 몇 년간 본 영화, 드라마 중에 탑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긴장감도 쩔고 재밌는데도 소재를 선정적으로 활용했단 생각이 거의 안 들었으니까요.

 그래서 스릴러 좋아하는 분, 실제 범죄 소재 이야기 좋아하는 분들에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참 재밌게 봤어요.




 + 일단 이 드라마를 보실 생각이 있는 분이라면 실제 사건에 대해서 검색은 해보지 않으시는 편을 권합니다. 결말이 워낙 드라마틱한 사건이라서 모르고 보는 게 훨씬 재밌을 거에요. 만들어 놓은 모양새를 보면 제작진도 모르고 보는 사람들을 주 관객으로 설정해 놓은 것 같구요.


 그리고 실제 사건을 검색해보면 뭐 정리해 놓은 사람들마다 제각각 내용이 조금씩 다 달라요. 그래서 그나마 조금은 더 믿을만하지 않을까 싶은 영문 위키에서 전체적인 타임라인을 훑어봤는데... 위에서도 말했듯이 외교관 젊은이에게 버프를 좀 몰아준 게 눈에 띄긴 합니다. ㅋㅋ 근데 뭐 드라마인데 그 정도야.

 살인마 아저씨의 범죄 행각도 역시 드라마에 맞게 상당히 많은 부분이 수정되었습니다만. 구체적인 사건 하나하나들은 정말로 거의 정확하게 재현한 것 같습니다. 



 ++ 사건 관계자들이 인터뷰로 자꾸 이 범인을 천재로 몰아가던데. 몇몇 사례들은 확실히 머리가 좋긴 좋구나... 싶었지만 글쎄요. 애초에 70년대, 그것도 치안이 형편 없던 나라들 위주로 활동했던 양반이라. cctv와 블랙박스로 도배된,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21세기 대한민국에 태어나 봤어야... ㅋㅋ 그래도 눈치와 융통성은 엄청났던 게 사실인 것 같으니 요즘 시절에 태어났으면 살인자까진 아니고 초대형 사기꾼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님 정치인이라든가(...)



 +++ 전체적으로 긴장감이 강한 드라마이지만 특히 옆집 부부들이 나올 때마다 정말 너무 긴장돼서 보기 힘들 정도였어요. ㅋㅋ 그 양반들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살아야한다!!!! 살아야한다고!!! 이러면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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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야한다!!!)



 ++++ 제가 호감을 갖고 있는 여배우 둘이 나와서 진작부터 '언젠간 꼭 봐야지' 하고 있었던 작품이기도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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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님포매니악'에서 주인공 젊은 시절을 연기했던 스테이시 마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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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그녀의 이름은 난노'의 난노찡... 이 나오셨습니다만.


 둘 다 비중은 크지 않았습니다만. 일단 스테이시 마틴이 맡은 인물은 실제 인물에 비해 가장 크게 개작된 캐릭터라는 거.

 그리고 난노찡이 이렇게 정상적인 미인으로 나오니 되게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예쁘시더라는 거... ㅋㅋ 시즌 3을 주세요 넷플릭스. ㅠㅜ



 +++++ 그리고보니 히피를 '나쁘지 않게' 그린 영상물이 은근히 오랜만이라는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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