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수작이다, 작품성있다 그런건 아닌데 그래도 추천해요.


사실은 그냥 난 우리나라 요즘 드라마들 왠만히 다 봐줄만하고

흥미있는 구석만 있으면 킬링 타임용으로라도 봐줄만하다는 분들께

모두 추천.


6부작이라서 지긋지긋한 재벌가의 출생의 비밀+복수+이혼+살인,,,,,

말도 안되게 질질 사건을 꼬고 시간 끄는 그런거 없이 스피드하고


무엇보다 주인공한테 오롯이 완전 감정이입해서 보면 매력있어요.


여기서 수지연기는 정말 훌륭하네요. 그렇다고 김희애급 소위 악소리가 나는

명품연기는 아니더라도, 절제되어 있는데 진정성이 있어서

마음이 어느덧 주인공에 푹 빠져서 보게 되요. 


리플리 증후군에게 진정성이라니?! 

얼마 전에는 연쇄살인범을 얘기하더니 범죄자한테

감정이입해서 드라마 보느냐고 하겠지만, 이 드라마는 정말

속는 셈치고 보시면 왜 매력있는지 느끼실거에요. 특히 주인공 역할의

수지한테만 집중하신다면요.


봤더니 이거 너무 뻔하디 뻔하다고 해도 할 말 없긴 하지만,



수지가 한 안나라는 인물도 그렇고 수지 연기도,

이런 장르에서는 이게 정말 제대로 설득력있는 연기라고 느껴지는게,

모든게 굉장히 일상연기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와요. 처음에 가짜대학생이 되는

과정부터 지금 정치인 워너비의 부인 역할까지, 


보통 엄청 과장스럽고 인위적인, 야심으로 입술을 꽉물고 있는 거 같은 연기가 아니에요.

힘은 안들어갔는데 순간순간 완전히 안나라는 인물에 빙의해 있네요.


스치듯 봤던 수애 주연의 드라마의 야심만만 캐릭터가 아니라는거죠.


-수애 좋아했는데 몇 장면 안보고도 딱 스토리가 다 보이는 스트레스가 치솟는 것같아

 확 꺼버리는 드라마들. 어쩌면 그런 드라마랑 외피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데


하여튼 개성있고 매력이 있어요. 단점이라면 주변 인물들은 좀 피상적이에요. 

평범한 대학선배 한 명 빼놓고는 다들 비호감에, 그렇고 그런 속물들이고

배우들도 수지 어머니빼고는 많이 약하죠.


그래서 더 이 어마어마한 사기극의 사기꾼인 안나가 자기 거짓말로 가장 불행해지고

피해자인 사람처럼 느껴지나봐요. 


주변 인물들도 아주 자연스럽게 속는게 내가 저 사람이라도 의심은 못하겠다 싶고

그만큼 우리가 타인을 만날 때 그다지 깊이없는 이방인으로 만나서 다른 사람들의 피상적인

인물평에 기대서 거짓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다는걸 다시 느꼈어요.


평소에 이런 병적인 거짓말장이들에게 그렇게 연민을 느끼냐고 물어본다면


병적인 거짓말장이를 살면서 한 명 만났어요. 몇 년이나 옆에서 봐왔고

저는 딱히 직접 피해자는 아니지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이게 "타고난 어떤 인격적 장애구나, 그냥 평범한

거짓말하고는 완전 다른거다" 싶었거든요. 


나중에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해줘도 잘 믿지를 않더군요.

"어떤 대학에 다니네, 외국으로 유학을 간다 어쩌구" 다 거짓말인줄 알면서도 옆에서

별 감정없이 또또 저러네,하면서 봤었네요.


그 친구와 안나와의 차이는 매력과 지능적인 거짓말 솜씨의 수준차이일텐데,


하여튼, "리플리 증후군"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왔어요.


- 결국 이런 작품의 원형이자 가장 작품성이 뛰어난 "리플리"(멧 데이먼 주연)를 다시 보네요.

  "리플리" 초반만 봐도 역시!!!! 이 영화정도는 되야 싶긴 하네요.


- 종합적으로는 작품성이 많이~~~아쉽긴 해요. 다른 인물들도 입체적이고

  사건도 스냅샷처럼 지나가는게 아니라 심도있게 다룬다면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겠죠.

  인간성 좋아서 수지를 신뢰한 남편이라는 설정이라면

  더 긴장감도 있고 다양한 관점에서 이 드라마를 볼텐데 남편이 너무 비호감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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