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영화에요. 런닝타임은 97분. 장르는 일단 스릴러의 하부 장르쯤 되는데... 장르명 자체가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ㅋㅋ 디테일하게 적진 않겠지만 결말의 대략이 노출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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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굿 우먼 이즈 하드 투 파인드'가 나을까요 '굿 우먼'이 나을까요.)



 - 시작하자마자 온 몸에 피를 뒤집어 쓰고 넋나간 표정의 여성이 보입니다. 잠시 멍하게 있다가 샤워하며 피를 씻어내는 장면에서 컷.

 장면이 바뀌면 그 여자분의 '며칠 전' 상태로 시작해요.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웁니다. 수입이 끊겨서 마트에서 쩔쩔 매는 모습이 보이구요. 그나마 큰 아들은 아빠의 죽음 이후로 말을 안 하네요. 아빠가 살해당했는데 그 현장에 있었거든요. 근방에 사는 엄마도 있지만 엄마는 애초에 이 결혼에 반대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죽은 남편에 대해 험담을 해대서 들어가 살거나 지원을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만 암튼 돈이 없네요.


 그렇게 힘들게 빡세게 살아가던 어느 날, 대낮에 괴한이 집에 침입을 해요. 동네 범죄왕 아저씨의 마약을 털어서 도망치다 숨으려고 들어온 건데. 들어온 김에 주인공의 집을 훔친 마약 창고로 활용합니다. ㅋㅋㅋ 그렇게 자꾸 들락거리던 이 놈은 어느새 주인공에게 흑심까지 품고서 찝쩍거리고. 해꼬지가 무서워서 참고 참던 주인공은 어느 날 불운한 사고로 인해 그만 그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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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랬던 우리 불쌍한 주인공이)



 - 그러니까 그 '장르명 자체가 스포일러'라는 장르명이 뭐냐면, 수난 여성 복수극입니다. 결말 스포일러 맞죠. ㅋㅋㅋㅋ

 다만 거기에 변형이 좀 들어갔어요. 보통 이런 장르에서 주인공이 당하는 수난이란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이잖아요. 뭐 이 영화에도 그와 비슷한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멸시하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 + 그 원인을 제공한 범죄자들의 위협이에요. 그리고 뭣보다 '내 새끼들은 내가 지킨다!!!'는 주인공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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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수 없이 이런 놈과 엮였다가)



 - 그래서 보통 이런 장르 영화들에 비해 이 영화엔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성적인 착취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대신에 주인공의 서러운 처지를 계속 보여주죠. 작은 동네라서 사람들이 주인공과 남편의 처지를 다 알아요. 그래서 어딜 가도 무시 당하고 멸시 당하며 심지어 경찰들에게도 아예 직설적으로 맥락 없이 쌩뚱맞게 경멸조의 취급을 당합니다. 생활비는 정말 미치도록 부족하구요. 거의 런닝 타임의 절반 정도가 이런 장면들이에요. 해외 리뷰를 읽다보니 '켄 로치 스타일 여성 복수극' 이라는 표현이 보여서 웃었습니다. ㅋㅋㅋㅋ


 그 와중에 갑자기 어디서 범죄자 한 놈이 툭 튀어나와 자길 위협하고 겁주며 들이대기까지 하니 환장하겠죠. 그래도 어쨌든 애들은 지켜야 하니 버티고 버티고 버텨보지만 장르 특성상 이 분의 인생은 점점 더 격하게 꼬여만 가고. 그리고 그 꼬임이 이제 더 이상 견디지도, 도망가지도 못할 레벨에 이르렀을 때 우리의 '굿 우먼'께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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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놈들까지 우루루 몰려와서 괴롭히는 통에)



 - 그런데 그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시점이 영화 끝나기 대략 십여분 전의 일입니다. 고로 그 전까진 그냥 여성 수난극이구요. 막 길고 화끈하게 복수하며 다 쳐부수는 유쾌 통쾌 상쾌한 액션 영화 같은 건 기대하면 안 되시겠습니다.

 그리고 막판에 주인공의 복수 표적이 되는 범죄자들의 묘사는 뭐랄까... 좀 비현실적입니다. 갑자기 막 '레옹'의 스탠 반장 같은 폼을 잡으면서 장광설을 쏟아 붇고 그러는 매우매우 장르 영화적인 악당이 나오는데, 이게 주인공이 내내 당하는 현실적인 수난 분위기랑 잘 안 어울려요. 상대적으로 너무 가벼운 느낌.

 마지막 복수 장면과 그 후일담도 굳이 따지고 든다면 비현실적이면서 나이브하다... 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뭔가 전체적으로 볼 때 여기저기 좀 덜컹거리고 군더더기도 있고 좀 부족한 부분도 있고. 그런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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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되고 또)



 - 하지만 최종 감상을 '그래도 재밌게 봤음'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주인공 캐릭터와 배우 덕입니다. 특히 배우요.

 일단 초중반까지 주인공이 세상 사람들에게 당하는 수난과 모욕들은 상당히 와닿게 묘사가 되는 편이에요. 그리고 그 와중에 계속해서 약해지고, 겁에 질리고, 그래서 정신이 절반쯤 육신에서 빠져 나간 듯한 상태로 헤롱거리며 압박을 피해 도망치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가족을 지키려 몸부림치는 우리의 주인공님을 주연 배우님께서 아주 설득력 있게 잘 그려 주십니다.

 이 분이 (아무도 기억 못 하시겠지만 ㅋㅋ) 며칠 전에 글 올렸던 '모스 다이어리즈'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셨던 분이었거든요. 예쁘신 데다가 연기도 인상적이어서 출연작을 훑다 보니 이 영화가 걸렸는데. 그 영화에서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십니다. 뭐 막 어디서 상을 탈 정도의 화려함 같은 건 없습니다만. 건실하고 믿음직 했어요. 덕택에 좀 덜컹거리는 이야기의 이 영화에 중심이 잡히고 개연성이 생기고... 뭐 그랬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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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렇게 되는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겠읍니다.)



 - 마지막으로 이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복수'는요. 다행히도 쓸 데 없이 현실적으로 타협하거나 그런 것 없이 화끈하게 다 해치웁니다. ㅋㅋㅋ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애초에 이 장르가 환타지 없이 성립될 수가 있겠습니까. 그 와중에 이 정도면 특별한 과장 없이 적절하게 잘 풀었구요. 센스 있게도 걍 범죄자들에게만 복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마지막에 후일담 같은 식으로 초중반에 자길 괴롭히던 평범한 시민 A씨에게도 상당히 통쾌하게 한 방 날려줘요. 덕택에 90여분 중 70분이 넘도록 이어졌던 스트레스들을 시원하게 날리고 흐뭇한 기분으로 감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복수극이면 이래야죠. 어중간한 거 너무 싫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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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나이 갓 서른 넘으셨던데. 창창한 앞날 걸으시길.)



 - 그래서 결론은요.

 여성 캐릭터, 여배우 착취를 최소화하면서 주인공의 처지에 이입하게 잘 만들어진 여성 복수극이었습니다.

 뭔가 사회 고발물스러운 초반 분위기도 그런 감정 이입에 꽤 도움이 되게 잘 쓰였구요. 결국엔 장르 공식대로 허랑방탕 비현실적인 영역으로 날아가 버리지만 애초에 그런 걸 기대하고 본 제 입장에서야 아쉬울 게 없었죠. 극사실주의로 간다고 복수 시도하다 주인공이 총 맞아 죽어 버리면 그딴 걸 누가 좋아하는데요. ㅋㅋ

 암튼 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을 하기엔 좀 애매한 완성도의 영화입니다만. 그냥 저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그리고 배우님 좀 더 잘 나가고 유명한 분 되시라고 살짜쿵 응원해봐요. 끝입니다.




 + 영국 & 벨기에 합작 영화이고 작중 배경은 아일랜드입니다. 벨기에에서 찍은 장면도 있다는데 뭐 제가 그걸 구분할 수 있겠습니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칙칙한 변두리 소도시인데요. 뭘 굳이 아일랜드와 벨기에를 오가며 찍었나... 싶지만 뭐 사정이 있었겠죠.



 ++ 엔드 크레딧을 멍하니 보다가 마지막에 '삽입곡' 나오는 부분에서 좀 당황했네요. 'Makeup & Vanity Set'이라는 팀의 곡이 나왔다는데 곡 제목이 'Train to Busan'... ㅋㅋㅋㅋ 혹시 '부산행' OST로 들어간 수록곡이었나? 했지만 앨범 정보를 찾아보니 걍 자기들 좋아하는 호러 영화들 보면서 영감 얻어 만든 앨범인 것 같아요. 수록곡 제목들이 죄다 호러 영화 제목이더라구요.



 대충 이런 곡입니다.


 

 +++ 제작자 이름으로 '장준영'이란 사람 이름이 떠서 또 당황. 확인해보니 한국인 영화 제작자이고 대표작으로는 이 영화 + co-producer로 참여한 '괴물'(네 봉준호 그거요)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있어요. 대충 찾아 보니 한국 국적도 가진 영국인이신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 원래 제목인 'A good woman is hard to find'는 성경의 잠언에서 가져왔나봐요. 그 구절의 한국어 버전은 이렇습니다. '누가 현숙한 여인을 찾아 얻겠느냐 그 값은 진주보다 더 하니라'. 그럼 한국 번역제는 '현숙한 여인'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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