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베프'(1996) 봤습니다.

2023.02.02 21:02

thoma 조회 수: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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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시라고 사진을 크게 올립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눈이라니 고양이인가 사람인가. 선명한 검은 눈동자 테두리를 보십시오.

시리즈를 보고나서 영화를 못 봐 아쉽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개봉해 주네요. 

시리즈를 먼저 보고 영화를 보니 영화는 그야말로 압축본 같습니다. 8회 짜리 시리즈에 나온 중심 내용들이 영화에 거의 담겨 있었어요. 이걸 보면 두 시간 안팎 상영 시간인 한 편의 영화(이 영화는 98분입니다)에서 한 컷 한 컷이 얼마나 소중하게 걸러지고 이어진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이 두 작품만 두고 볼 때 문학에 빗대자면 시와 산문의 느낌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래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어요. 



두 작품에서 유의미한 중요한 차이점은 주인공 이마베프를 맡은 배우입니다. 최근 시리즈물에선 유럽 출신의 알리샤 비칸데르가 주인공인데 오리지널 영화에선 홍콩 배우 장만옥입니다. '이마베프'는 장만옥으로 인해 만들어진다고 르네 비달 감독을 연기하는 장 피에르 레오가 극중에서 말합니다.(이 대목에서 '헤어질 결심'이 탕웨이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었다던 것이 생각났어요) 극중 감독은 장만옥의 우아함만이 1915년 작 '뱀파이어'의 주인공인 무시도라에 필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 전체에서 보자면 장만옥의 필요는 그보다 훨씬 중요하게 보입니다. 장만옥이 어시스트도 없이 파리에 막 도착해서 들어서는 이 영화의 촬영장은 뭔가 혼란스럽습니다. 감독은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촬영장은 영화의 목표나 계획에 확신이 없는 사람들로 체계없이 굴러가는 듯합니다. 그럭저럭 말많은 스텦들과 신경질적인 감독 하에서 촬영은 진행되어 갑니다만 결국 자신의 촬영분에 불만을 못 이기고 감독이 이탈을 해버립니다. 다른 감독이 투입되는데 이 사람은 장만옥에 불만입니다. 프랑스 정신이며 민중 그 자체인 무시도라 역을 왜 중국인에게 맡긴 것이냐는 겁니다. 

영화 속 르네 비달 감독은 예술로서의 영화를 추구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신경쇠약증상을 보이고 장만옥을 취재 온 기자는 프랑스 영화계의 이런 경향에 욕을 퍼붓네요. 정부지원금으로 자기 밑만 내려다 보며 파는 영화만 만들고 있다고요. 이 기자는 장만옥에게 오우삼과 작업해 봤냐고 묻더니 오우삼의 영화에서 액션은 최고이며 예술 그 자체라며 이 시대의 진정한 영화는 그런 것이라고 합니다. 프랑스 영화계는 썩었고 이런 영화는 쓰레기라고 하면서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이 영화에서 자국 영화의 쇠락과 인정해 주지도 지지해 주지도 않는 업계 내외의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온 낯선 인물(장만옥)을 통해 자신들이 만드는 영화가 온당함을 확인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만옥은 영화 속의 아름다운 히로인이면서 동시에 이 영화 바깥에서도 프랑스 영화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모으게 하는 히로인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그러니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나)

미국 영화는 미국 영화고 오우삼 영화는 오우삼 영화고 프랑스 영화는 프랑스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장만옥도 이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장 피에르 레오가 출연한 '400번의 구타'도 개봉이 되었어요. 그 소년과 늙은 감독으로 나오는 이 영화를 이어서 본다면 마음이 아주 싱숭생숭할 것도 같은데 저는 그 기회를 놓쳤네요. '400번의 구타'는 오래 전에 보아서 극장에서 할 때 놓치지 않고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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