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14 11:43
요새 새로운 업무를 맡고 있는데요. 정말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홈페이지를 어떻게 이렇게 개떡같이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이제 증오가 치밀어오릅니다. 가끔씩 홈페이지 문의가 전화로 들어오면 그걸 답변을 해줘야하는데 저도 그 홈페이지나 어떤 문서작성 진행 과정에는 문외한입니다. (아주 당연하게도 오류도 아주 잘 납니다) 옆 직원한테 물어물어서 이건 이거구나 하고 답을 해주고 나면 허탈감이 쫙 밀려옵니다. 이용자들이 뭐가 뭐고 어느 페이지에서 뭘 할 수 있는지는 좀 알게끔 디자인을 해야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제가 봐도 엄청 헷갈리게 되어있습니다. 이를테면 뭔가 신청한 결과를 어떻게 조회하는지 문의가 엄청 들어오는데, 이게 결과 조회하기 페이지가 따로 없습니다. 그 항목을 홈페이지 메인에서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러면 저희 같은 사람들은 인터넷 짬밥이 있으니까 마이페이지에서 확인해볼 수 있겠다 하고 마이페이지로 가겠죠? 짜잔!! 마이페이지에서도 결과 조회가 안됩니다. 정답은 신청했던 신청 페이지 란에 다시 가야합니다. 그런데 뭐 배너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다른 배너가 따로 있지도 않습니다.
공공기관이라면 전 국민이 잠재적 이용자이니까 약삭빠른 사기업들의 홈페이지보다도 훨씬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아주 많은 사기업 홈페이지들은 고객민원으로 가는 경로가 숨겨져있습니다) 특히나 나이가 있으신 분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한번 보고 더듬거리고 헤매면서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끔 홈페이지를 디자인해야합니다. 그런데 그런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중장년층 분들이 컴퓨터로 자기가 필요한 서류 제출을 진행하다가 쩔쩔매는 걸 생각만 하면 진짜 화딱지가 납니다. 이런 디지털 세계에서 길을 잃는 건 엄청난 자괴감을 주니까요. 저한테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다 머쓱하게 '제가 나이가 많아서...'. '제가 콤퓨타를 잘 안써봐서...' 라며 굽신거리는데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화가 납니다. 모두에게 같은 난이도일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시간은 걸리더라도 혼자 원하는 바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해야죠. 세상은 변해가는데 그 변하는 세상에 발도 못들이게끔 세상이 기획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부모님께 온라인 주문 요청을 받으실 겁니다. 어느 사이트나 홈쇼핑에서 물건을 싸게 파는 것 같던데 부모님은 그걸 사는 방법을 모르겠으니 대신 주문을 해달라는 거죠. 이미 부모님 세대는 스마트폰에서 꽤나 멀어졌고, 그 스마트폰의 여러 어플들에서도 당연히 멀어져있는 상태입니다. 이쯤 되면 정부가 시니어계층을 대상으로 재사회화 교육을 진행을 해야하는 게 아닌지요. 이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면 각종 혜택부터 기본적인 이용까지 불가해지는 세상이 이미 도래했습니다. 택시 어플을 깔 줄 몰라서 새벽에 계속 빈 택시를 기다리는 노인들을 봤다는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지금 중요한 건 메타버스 따위의 신기술이 아니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를 쉽게 통행하는 평등의 원칙이 아닐까 합니다. 어플을 개발할 때 이 어플을 쓰는 사람들의 98%는 고릴라라고 가정을 하는 그 기본적인 마인드가 더 잘 반영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2023.02.14 22:07
2023.02.15 08:25
2023.02.15 11:42
요번에 대법원 등기소(웹)에서 이것 저것 뽑을 것이 있어서 뽑는데, 설치의 가시밭길이더군요. 그나마 되는게 감사하긴 하지만, 정말 농담 안하고 프로세스 하나당 프로그램을 6개 이상은 깔았습니다. 웹 페이지 열기, 로그인, 신청하기, 파일을 문서 형태로 열기, 결제하기. 다 하면 40 - 50개 정도 깔았고, 특히 결제는 까는 도중에 되돌아가면 진행되던 결제를 취소할 수 없어서 한참 꼬이기도 하고.
온라인 창구라는게, 담당자 없이 이용자가 모든 정보를 집어넣고 결과를 받아드는 상태로 만들어지다 보니 더욱 곤욕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보통 홈페이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담당자와 개발자가 열심히 분석하고 디자인해야 하는데 그렇게 잘 되지 않죠. 담당자는 개발을, 개발자는 현 업무를 몰라서 보통 그런 반쪽 짜리 상황이 되는듯 싶습니다. (거기에 진행되는 문제는 실무자가 덤터기..) 원하시는 대답은 아니겠지만, 수정 사항 잘 정리해서 고칠 수 있을 때 던져보시길 바랍니다 ㅋㅋ.
시니어 계층을 위한 휴대폰 교육 같은건 실제로 있는 사업이긴 한데, 일상 생활에 녹아들기에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건승하십시오 ㅠㅜ.
2023.02.15 13:41
보기만 해도 토가 나오네요 ㅋㅋㅋ 저도 가끔 정부 홈페이지 이용하면 무슨무슨 설치가 와다다다 뜨는데 정말 환장 직전까지 몰리더군요. 오죽하면 "깔고 아저씨" 영상이 나왔겠어요.
개발자와 담당자의 퓨전이 잘 이뤄지는 현장들이라면 얼마나 좋을지요 ㅠ 참고로 저는 해당 페이지에 대한 아무 권한도 없어서 그냥 관망만 하고 있습니다...
휴대폰 교육 좀 크게 하면 정말 좋을텐데요. 예전에 코세글자 피시알 검사하러 보건소 갔을 때 신분증명을 큐알코드로 하라고 하던데 시니어 계층들은 전부 그걸 모르니 접수를 받는 사람들도 고생이더라구요.
조금 다른 얘기인 것 같지만 제가 최근에 공적 기관 사이트 들어가서 무슨 정보를 얻어 뭘 신청해야할 일이 있었는데요.
그냥 보기 좋은 척만 하는 공식 사이트엔 참고할만한 게 아무 것도 없었고.
결국 ARS로 전화 걸어 한참 대기한 후에 통화한 상담사 역시 신청시 필요한 서류 목록만 읊어주고선 그걸로 이해가 잘 안 돼서 추가한 질문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니 알아서 하라 그러고.
결국 셀프도 이박 삼일간 틈틈이 계속해서 검색한 결과 걍 일반인의 블로그 포스트 하나에서 대부분의 답을 얻었습니다. ㅋㅋㅋ
기술소외도 심각한 문제지만 제가 겪은 건 그거랑은 결이 다른 것 같고.
그냥 모든 일을 온라인으로 돌리게 하면서 정작 그 온라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의 편의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더라구요. 어차피 그걸로 돈 벌 것도 아닌 공공 기관이라 그런 거겠거니... 하고 생각하니 더 짜증이 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