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대로 1989년에 나왔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3분입니다. 설마 이 영화 결말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 싶어 스포일러 무시하고 막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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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아무리 유명세가 다르다곤 해도 주연 배우 둘은 아예 빼놓고 이덕화, 최수지라니... ㅋㅋ)



 - 어떻게 증명할 방법은 없지만 전 분명히 '믿거나 말거나'에 한국이 언급되는 걸 본 기억이 있어요. 정식 꼭지는 아니었고 꼭지와 꼭지 사이에 짧게 들어가던 걸로 나왔는데. 교복 입은 학생들 50~60명이 바글거리는 교실 풍경을 보여주며 성우 아저씨가 대략 이렇게 말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시아의 한국이란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아침 일곱시에 등교해서 밤 열시까지 함께 생활한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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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아닌 다른 여자분은 뉘신지 모르겠네요. 저렇게 눈에 띄게 예쁜 학생 캐릭터 없었는데...)



 - 요즘 학생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지만 성적, 대입에 완전히 인생을 건다!!! 뭐 이런 느낌은 확실히 그 시절이 강했던 것 같아요. '성적 비관 자살'이라는 용어가 뭐 거의 일상 수준으로 와닿을 정도로 성적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학생들이 많았고 뉴스에도 자주 나왔었죠. 저 살던 아파트 앞동에 살던 고등학생이 투신해서 구급차랑 경찰 출동해 있는 걸 하교 길(밤 11시쯤...;)에 목격했던 기억도 있고. 제 누나가 다녔던 학교에선 3년 연속으로 자살한 학생이 나왔다든가 하는 흉흉한 기억도 있고 그렇습니다. 정작 저는 그 당시에도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살아서 별로 스트레스 같은 거 안 받고 지냈지만 어쨌든 참 끔찍했던 세월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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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녹색 물건은 아마도 당시에 유행했던 케일 녹즙이 아니었나 싶구요. 저도 좀 마셔봤습니다. ㅋㅋㅋ 진짜 맛 없었...)



 - 그렇게 생각할 때 이 영화는 참으로 시의 적절한 사회 비판극인 동시에 정말로 정확하게 만들어진 기획 영화이기도 합니다. 당시는 티비 드라마 같은 데서 사회 비판 같은 거 안/못하던 시절이잖아요. 티비 속 학생들은 그냥 다 착하고, 공부 열심히 하고, 그래서 좋은 대학 가고 출세해서 부모님과 하하 호호 행복해지고. 당연히 선생, 부모들도 다 선량했구요. '호랑이 선생님'이나 기타 등등 그 시절 제가 열심히 봤던 청소년 드라마들 속에 좋은 대학 못 가면 니 인생은 끝장이다!! 라는 압박을 받으며 학교에서 매일 두들겨 맞던 학생들 이야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설사 있었어도 거의 다 결말은 둥글둥글 훈훈했죠. 그런데 그런 소재를 이렇게 직설적으로, 이렇게 비극적으로 다루는 영화가 뙇! 하고 나왔으니 당시 젊은이들이 우루루 극장으로 몰려가는 건 당연지사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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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깐족깐족 얄밉고 재수 없는 선생 역으로 최주봉씨가 참으로 적절하게 등장하십니다.)



 - 그래서 영화 얘기를 하자면...

 일단 주인공이 여럿인 것에 가까운(?) 구성입니다. 공부엔 별 관심 없고 대체로 '명랑 청춘물' 주인공에 가까운 허석의 짝사랑 이야기. 미모의 보건 교사에게 꽂힌 전교 꼴등 안천재(...)군의 대책 없는 들이대기 에피소드. 환경 미화원 부모를 둔(아 이것도 나름 그 시절 클리셰 ㅋㅋ) 가난한 권투 꿈나무 김민종이 부잣집 애한테 놀림 받다 사고 치는 이야기. 마지막으로 공부로 대성한 집안의 상대적 열등생(물론 학교에선 우등생)으로 청춘을 공부에 다 바치지만 따라주지 않는 결과에 절망하는 이미연의 비극적 이야기. 대략 이렇게 네 가지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가운데 중간중간 당시 학교의 풍경들이 들어가며 이야기들을 연결해 줍니다.


 그리고 이 네 가지 이야기가 의외로 꽤 많이 독립적이에요. 특히 안천재와 김민종 이야기는 그냥 별개의 이야기라고 봐도 문제가 없을 정도. 그래서 기억보다 허석-이미연이 함께하는 에피소드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좀 의외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론 그게 괜찮더라구요. 애초에 만든 사람들의 의도도 그렇게 다양한 측면을 다뤄 보자는 거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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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랑 나는 선생과 학생이 아니라 남자 대 남자다앗!!! 때려! 왜 못 때려!!!! 크흑...)



 - 이렇게 옛날 영화를, 그것도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풍경을 보여주며 그걸로 이야기를 끌어 나가는 데 중점을 둔 영화를 무려 34년만에 보니 그냥 그것만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당시 학생들 사는 모습 같은 게 학교에서, 가정에서, 또 놀러 나간 시내에서 다방면으로 꽤 디테일하게 나오는데 여기 주인공들보단 어렸지만 그래도 비슷한 시절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추억이 방울방울 이런 재미도 있었구요. 

 또 이게 의외로 각본이 괜찮습니다. 앞서 말한 그런 디테일들을 계속 이야기 전개에 활용하고 개그 소재로 삼고 그래요. 제가 한동안 너무 사회적 맥락의 허공과 진공 속을 헤매는 류의 영화들을 연달아 봐 와서 더 좋게 느낀 걸 수도 있겠지만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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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직원 회의 장면으로 당시 학교들 문제점을 보여주는데, 의외로 멀쩡한 교사도 있긴 해서 소수 의견도 내고 그러더군요.)



 - 당연히 한계 같은 건 있습니다. 안천재군의 짝사랑 이야기는 웃기고 재밌지만 그리고 최수지가 예쁨 사실 전체적인 이야기와 완전히 따로 놀구요. (아마 그냥 웃기고 재밌는 장면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만들어 넣었겠죠) 김민종의 빈부 격차 설움 이야기는 막판에 너무 쉽게 풀려서 좀 당황스럽구요. 결정적으로 어쨌거나 영화의 주인공 캐릭터인 허석군이 가만... 히 생각해보면 참 하는 일이 없습니다. ㅋㅋㅋ 대략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어요. 그러니까 관객들이 감정 이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주 평범하고 흔한 당시 고등학생'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고 그 방향으론 잘 먹힙니다만. 안천재, 김민종, 이미연의 이야기가 완전히 따로 노는 가운데 허석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이미연 스토리 종속이다 보니 뭔가 좀 밸런스가 안 맞는다 싶은 기분이 종종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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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진짜로 '평범한 학생'이라기엔 지나치게 행동력이 강하고 코믹하긴 합니다.)



 - 근데 의외로 맘에 들었던 게 또 영화 속에 단 한 번 나오는 허석과 이미연의 데이트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허석은 이미연을 막 좋아해서 계속 들이댔던 건데, 이미연 입장에선 그냥 너무 힘들고 갑갑해서 환기가 필요했던 거죠. 멜로를 극대화 하겠다고 둘의 관계를 서로 뜨겁게 사랑하는 사이 같은 식으로 만드는 무리수를 던지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데이트 내내 둘 다 즐겁지만 허석의 즐거움과 이미연의 즐거움이 사실 다른 감정이라는 게 관객들에게 전달이 되구요. 그래서 그 장면이 보는 내내 정말로 애틋하고 짠하고 그렇습니다. 이 시절의 김성홍 아저씨는 꽤 유능한 작가였구나... 라는 생각을 했네요. 이후 작품들 중엔 제가 좋아했던 게 거의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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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에 비주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최수지씨. 확인해보니 은퇴한지 이미 20년이군요.)



 - 그리고 어쨌거나 캐릭터들이 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렇습니다. 그 시절 영화 치고는, 그리고 어쨌거나 남자애들이 주인공인 (사실 이미연 캐릭터는 살짝, 요즘 말로 '타자화' 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야기인데도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리다'는 식으로 느낄만한 장면이 거의 없어요. 그냥 편하게 보면서 '아이고 이 자식들 ㅋㅋ' 하고 정을 줄 수 있구요.


 참으로 풋풋하기 그지 없던 시절의 허석, 김민종, 이미연의 모습들도 좋고. 또 셋 다 딱히 빼어난 연기 같은 건 보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다들 캐릭터에 잘 어울려서 거슬리는 느낌도 없습니다. 전형적인 '정 많은 호랑이 선생' 캐릭터를 맡은 이덕화나 그저 젊고 많이 예쁘기만 하면 되는 역할(...)을 맡은 최수지나. 얄밉고 재수 없고 소심 쪼잔한 선생 역의 최주봉씨나 정말 캐스팅이 다 좋아요. 그래서 옛날 영화인데도 그냥 편하게, 재밌구나~ 하면서 한 번에 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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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에게는 참 집요하게 흰 옷을 입힙니다. 뭐 다 의도한 거였겠죠.)



 - 마지막으로 의외였던 게 결말 부분이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결국 이미연은 떨어진 성적에 좌절해서, 방문 앞에서 지키고 있는 엄마가 무서워 방에서 부들부들 떨다가 화장실도 못 가서 그 자리에서 오줌까지 흘리고. 결국엔 남몰래 옥상에 올라가서 투신 자살을 하죠. 이 장면에서 이미연이 요즘 감성으로는 좀 부담스러운 나레이션(유서 내용인 듯 합니다)을 한참 동안 읊고. 그 나레이션이 이후의 학교 풍경들과 겹쳐지고. 마지막으로 학교를 찾은 운구차를 허석이 막아서서 함께 묻어 달라며 선물을 전달하고. 그걸 본 이미연의 부모가 때늦은 후회로 통곡을 하고... 대충 이런 전개인데요.


 ...아니 이게 왜 이렇게 슬플까요. ㅠㅜ 뭐 그 시절 분위기 같은 게 떠올라서 더 그런 것도 있었겠지만 그냥 기본적으로 마지막에 그런 감정이 복받쳐 오르도록 이야기가 잘 짜여졌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하자면 알고도 당하는 잘 만든 K-신파의 사례랄까. 저도 모르게 감정 이입이 되어 있더라구요. 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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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의 마지막 나레이션이 적혀 있길래 주워 온 짤이구요. 보시다시피 OST에는 김창완이 참여했습니다.)



 - 대충 정리하자면 뭐...

 이미연이 정말 예쁜 영화입니다.(???)

 요즘 스타일의 세련됨 같은 건 당연히 절대 기대하면 안 되구요. 사실 강우석이 이후에 내놓은 히트작, 수작 영화들도 그렇게 막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으니 이 영화는 더하겠죠. 

 하지만 그 시절답게 적당히 투박한 가운데 꽤 효율적으로 짜여진 이야기들과 가볍고 전형적이지만 잘 짜여진 캐릭터들로 상당한 재미를 줘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시절에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의 존재 가치를 폄하하기란 참 힘든 일이 아닐까 싶구요. 

 어쨌든 기대 이상으로 재밌게 잘 봤습니다. 강우석씨, 능력자는 능력자였네요.





 + 설마 청춘 스타 허석씨 모르는 분은 없으시겠죠? ㅋㅋㅋ



 ++ 그런데 놀랍게도, 현시점에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습니다. 제가 뭐 다 찾아본 건 아니지만 네이버, 유튜브에도 없고 OTT 서비스들에도 없고 제가 쓰는 올레티비에도 없어요. 아니 이럴수가!! 하고 폭풍검색을 하다 유튜브에 아주 허접한 화질로 그냥 일반 유저가 통으로 올려 놓은 걸 발견하고 그걸로 봤습니다만. 이렇게 푸대접을 받을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했네요.



 +++ 이제야 알았는데, 허석과 김민종의 담당 캐릭터가 바뀌었던 거라네요. 원래 김민종이 주인공이고 허석이 가난한 권투 지망생이었는데, 감독이 문득 둘 불러다 대사 좀 시켜 보고 역할을 바꿔 버렸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좀 허술하고 웃겨야 하는데 김민종에겐 안 어울렸다나요. 근데 뭐 정확하고 현명한 결정이었죠. 김민종도 오히려 그래서 더 잘 된 것 같기도 하구요. 바뀐 캐릭터가 훨씬 어울려요.



 ++++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미연이 정말 너무 예쁩니다. ㅋㅋㅋㅋㅋ 내내 맥아리 없는 발성과 '얌전하게 예뻐'라는 표정으로 일관하긴 하지만 그게 또 캐릭터랑 딱 맞아서 하나도 안 거슬리구요. 그리고 너무 예쁩니다. ㅋㅋ 새삼 감탄하면서 봤는데. 찾아보니 굉장히 오래 활동을 쉬고 계시네요. 왜죠.



 +++++ 이게 히트를 쳐서 캐스팅과 스토리를 대충 재활용해서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라는 속편 아닌 속편이 나왔었죠. 지금 확인해보니 이 영화에선 각본만 썼던 김성홍이 각본, 감독을 맡았구요. 이제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저 제목이 요 영화 초반에 대사로 튀어나옵니다. 이덕화 선생이 애들 체육 시키다가 하는 말이에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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