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작이고 런닝타임은 98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 적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결국 이 제목은 반어적으로 쓰였다고 봐야겠습니다. 영화의 메시지가 그래요.)



 - 이탈리아의 휴양지에서 시작합니다. 어린 딸 하나를 둔 덴마크 가족이 말 못하는 어린 아들 하나를 둔 네덜란드 가족을 만나요. 덴마크 가족의 아빠인 비외른은 본인의 답답한 일상과 인생에 살짝 질린 상태인데, 열정적이고 호탕한 느낌의 네덜란드 아빠 패트릭에게 살짝 선망 비슷한 호감을 갖게 되죠. 이들의 만남은 짧게 끝났으나, 이때 튼 연락처를 통해 패트릭이 비외른의 가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고요. 만남 당시의 기분을 기억한 비외른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내키지 않아하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차를 달려 패트릭의 집에 도착합니다만. 굉장히 기뻐하며 환대하는 패트릭과 가족들의 행동이... 뭔가 불편합니다? 당연하겠죠. 이건 호러 영화니까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주요 등장 인물 총집합! 짤입니다. 그냥 봐도 불편해 보이죠? 오만가지 상황으로 보는 사람 불편하게 만드는데 디테일들이 꽤 괜찮습니다.)



 - 익숙한 스타트입니다. 얌전하게 규칙대로 잘 살지만 마음 속으론 뭔가 불편함과 울분 같은 게 부글부글거리던 소심 아저씨가 화통한 터프 가이에게 끌리는 걸로 시작해서, 결국 그 터프 가이와 불협화음을 겪고, 또 결국엔 대립하게 되는 거죠. 마침 또 그 터프 가이가 사는 동네는 인적도 드문 시골 동네로군요. 도시 샌님 남자 vs 시골 터프 가이의 대결! 수많은 영화들이 떠오르는 가운데 특히 샘 페킨파 영화도 생각이 나고 그랬습니다만. 음. 결국 전혀 다른 이야기로 가더라구요. 근데 그 '전혀 다름'이 좀 재밌는데... 스포일러라 설명이 어려우니 일단은 '전혀 다른 전개로 비슷한 곳에 도착한다' 라고만 해두고 넘어가겠습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매너 좋고 올바르게 배우며 자란 현대 도시인들과)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뭐래? 라는 표정의 포식자님들 되겠습니다.)



 - 우리 비외른씨가 자신의 삶을 갑갑해하는 건... 구체적, 직접적인 설명은 끝까지 안 나옵니다만. 맥락으로 대충 짐작은 가능합니다.

 기본적으로 먹고 살 걱정은 없지만 그 반대 급부로 삶이 그다지 역동적이지 않은 복지 국가의 그냥저냥 서민 라이프 때문이기도 하고. 또 '페스코 베지테리언'(생선, 우유 정도는 먹는 채식주의자라는군요)에다가 당연히 모든 것에 환경과 사회 정의를 생각하는 '정치적으로 공정한' 아내에게 느끼는 피로감 때문이기도 해요. 뭔가 자기 삶에 맘에 안 드는 건 많은데 그걸 또 따지고 들기도 뭐한 거죠. 사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자신이 평생 쌓아 온 상식으로는 복지 국가의 삶이 나쁘다고 주장하기도, 아내의 PC한 삶의 방식이 갑갑하다고 짜증내기도 어려운 거죠. 그러면 결국 본인이 '나쁜 사람'이 되니까요. 그래서 그냥 참고 삽니다. 이게 영화의 주제(?)에 기여하는 부분이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비외른은 사실 패트릭의 자유분방함을 빙자한 무례함에 살짝 끌리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심지어 거의 마지막까지 그래요.)



 - 앞서 말 했듯이 도입부를 넘어가면서부터 패트릭 가족은 슬슬 깔짝깔짝 이 비외른씨의 신경을 긁기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비외른과 아내 루이즈 둘 모두를 긁어대는데, 그게 참 절묘해요. 처음엔 하하 웃으면서 악의 없이, 상대방이 정색하고 따지기 쉽지 않을 정도로만 긁습니다. 그러면서 비외른 가족은 패트릭 가족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그러다보니 나중엔 그쪽이 대놓고 선을 넘어도 어?? 하고 그냥 끌려가게 돼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랄까요.


 이 영화가 가장 훌륭하게 해내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21세기적 상식과 교양으로 무장한 우리 예의바르고 똑똑한 가족이 속을 알 수 없는 불한당들 페이스에 말려서 점점 순응하게 되는 과정을 상당히 설득력 있게 보여줘요. 하지만 우리 관객이야 안전한 곳에서 구경하는 제 3자의 입장이니 그게 참 속이 타고 갑갑하죠. 그런 식으로 스릴을 만들어내는 영화입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정말 심플하게 말하자면 '아니다 싶은 상황에선 일단 확실하게 따지고 필요하다면 싸워라' 라는 당연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그렇게 대략 한 시간 동안을 갑갑과 짜증과 당혹이 이어지는 줄타기를 구경하고 나면 이제 '나는 본격 장르물이다!' 라면서 패트릭 가족의 비밀이 밝혀지고, '일상 스릴러'에서 장르 호러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상황이 좀 황당해지고 과격해지는데... 사실 이 파트에 밝혀지는 내용들 자체는 참 별 거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장르물 이야기 속에서 특별할 게 없는 이야기이고 또 좀 비현실적인 이야기인데. 그동안 잘 쌓아 놓은 캐릭터와 관계 설정 때문에 그 비현실적인 전개를 납득하게 되구요. 그래서 점점 숨 쉬기가 난감한 기분으로 초조하게 영화를 보게 됩니다. 정말 이 부분의 스트레스가 상당해요. 충격적인 장면도 좀 나오고. 


 다만 뭐랄까, 그렇게 관객의 숨통을 쥐고 끌고 가는 능력 자체는 참 훌륭한데... 그 고통 속에서 보게 되는 이야기가 좀 문제입니다. 허접하거나 허술한 건 아니구요. 사실 영화 시작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그 전개로 가는 것 뿐인데 그걸 보는 기분이 되게 불쾌하거든요.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만, '불쾌함'에 약하신 분들은 이 영화는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제 경우엔 다 짐작하고 봤는데도 기분이... 그랬어요.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알고 보니 깊은 뜻이 있었던 호러씬.)



 - 결말 스포일러가 안 되는 선에서만 얘기하자면, 결국 이 영화는 주인공 비외른 부부가 보여주는 서구 유럽인들의 상식에 기반한 '매너 좋은 사람'들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내용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에서 저는 동아시아의 흔한 동네 아저씨로서 살짝 난감해지는데요. 그러니까 이 영화의 비외른 부부가 저쪽 동네에선 얼마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캐릭터인 건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대략 요즘식 서구 지식인 사회의 상식과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사는 사람들이 그 상식 바깥의 존재들에게 얼마나 대책 없이 무력해지고 찌질해지는가... 이런 걸 계속 보여주는데 그쪽 동네 분위기를 모르니 이게 어디까지 얼마나 진심인지 판단이 잘 안 서던. ㅋㅋㅋ


 근데 뭐 그런 것까지 몰라도 대충 넘겨 짚기로 최소한의 보편적 메시지는 도출 가능하긴 합니다. 매너도 좋고 상식도 좋지만 그걸 넘어서는 상황을 마주친다면 일단 단호하고 강하게 막아서야 한다는 거죠. Be Evil! 이라고나 할까요. 영화의 클라이막스 즈음에 주인공들이 패트릭 가족에게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겁니까?' 라고 물을 때 상대방의 대답이 이래요. "니들이 그러도록 냅뒀으니까." 대놓고 노린 주제 전달 대사 같았습니다. 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

 (영화에서 '다 니 잘못' 역할을 맡고 계신 비외른씨. 연기 좋습니다. 두 부부 배우들 연기가 다 좋아요. 알고보면 덴마크와 네덜란드의 유명 배우들이지 않을지?)



 - 어쨌든 잘 만든 스릴러/호러 무비입니다.

 앞서 말 했듯이 스멀스멀 주인공들을 간 보듯 시작해서 점차 대놓고 조롱해대는 전개가 꽤 설득력 있게 짜여져서 보는 내내 압박감을 심어주고요. 가끔씩 튀어나오는 호러 장면들도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어요. 여기에 또 그쪽 유럽 나라들 컨텐츠 특유의 거칠고 황량한 느낌이랄까... 그런 게 가미되어서 분위기를 적절하게 살려주고요. 폭력적인 장면은 엔딩 즈음에만 잠깐 나오고 거의 영화 내내 분위기로 승부하는 영화인데 그게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클라이막스-결말 부분이 좀 문제입니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굉장한 불쾌감을 유발하거든요. 제가 아무리 호러 영화를 좋아해도 이렇게 리얼한 분위기로 불쾌감을 유발하는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 내내 감독 의도대로 반응하며 즐겁게(?) 보고도 엔드 크레딧과 함께 처음 떠오른 생각은 '아 두 번 보긴 싫어'였습니다. ㅋㅋㅋ 그래서 추천은 좀. 대충 각자 판단해서 현명하게 결정하시길.


 끝입니다.




 + 그래서 어차피 안 보실 분들을 위한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이 영화의 웃기는 점이, 거의 엔딩 직전까지 패트릭 가족은 주인공 가족을 가두거나 특별히 막질 않습니다. 그래서 비외른 가족은 두 번의 아주 프리한 탈출 시도를 하는데요. 처음엔 패트릭의 선 넘는 행동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와이프의 주장으로 새벽에 몰래 짐을 싸서 튀지만, 딸래미가 애지중지하는 토끼 인형을 두고 왔다고 징징거리는 바람에 인형 가지러 돌아갔다가 이미 일어나 있던 패트릭 가족을 마주쳐 버리죠. 그래서 처음으로 그간 겪었던 불편함에 대해 호소하는 기회를 갖지만, '그럼 진작에 그때 그때 말하지 왜 가만 있다가 우릴 나쁜 사람 만들어?'라는 반박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고. '이제부터 잘 할 테니 그냥 남지? 오늘 일정이 최고로 재밌을 거야. 보장한다규?' 라는 말에 그냥 눌러 앉게 됩니다.


 그러고 몇 시간은 정말 즐겁게 잘 지냅니다만. 그러다 갑자기 또 돌변해서 모두 앞에서 본인 자식을 학대하는 패트릭의 만행에 얼어 붙고. 오늘 밤만 대충 지내고 (원래 일정이 그랬습니다) 당장 튀자... 라고 다짐하며 잠에 듭니다만. 새벽에 안 꺼진 티비 소리에 잠이 깬 비외른이 집을 둘러보다 괴상한 방을 발견하죠. 벽 한 면에 가득 패트릭 부부의 여행 사진이 붙어 있는데, 모두 다 자식 하나 딸린 다른 가족과 찍은 사진들이고. 결정적으로 사진 속 패트릭 부부의 자식이 계속해서 달라지는 겁니다. 이게 뭐꼬!! 하던 비외른이 창 밖에 불이 켜진 별채를 보고 부들부들 떨며 들어가 보니 거기엔 패트릭 부부의 아들이 욕조에 둥둥 뜬 채로 죽어 있구요.


 바로 방으로 와서 아내와 딸을 깨우고 급한 마음에 상황 설명도 없이 도주하는 비외른. 아주 불길하게 연료 경고등이 뜹니다만 그건 훼이크였고 아주 편안하게 주유를 마치고 계속 달려요. 그런데 자꾸만 뒤에서 나타나 추월하는 차들을 보며 긴장하다가 그만 차를 몰고 황야로 돌진해버리고, 차는 구덩이에 끼어 멈춰 버립니다. 혼자서 차에서 내려 다시 또 부들부들 떨며 주변을 돌며 도움을 찾아 보지만 사람이 없구요. 결국 차에 돌아와 보니... 그새 아내가 패트릭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 요청을 해버렸네요. 아니 그러니까 설명을 좀 하지... ㅠㅜ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면서 말만 상냥한 패트릭은 '전화 잘 했어. 조용히 걍 차에 타고 우리가 하자는대로 하렴. 그럼 괜찮을 거야.' 라고 하구요. 비외른은 공포에 질려 덜덜 떨며 눈물 콧물까지 흘리면서도 결국 반항을 포기하고 차에 탑니다. 그러고 패트릭은 아주 멀리로, 한참을 차를 달리고. 어두컴컴한 길 한 가운데에서 만난 누군가에게 비외른의 딸을 넘겨 버려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가위로 딸의 혀를 잘라 버립니다. (패트릭이 데리고 있던 '아들'이 말을 못 하는 아이였죠. 패트릭은 그게 선천적 장애라고 설명하지만 중간에 비외른이 그 아들과 단 둘이 있게 된 순간에 아들이 입을 쩍 벌려서 혀가 '잘린' 모습을 보여줘요. 그땐 그냥 호러구나! 하고 넘겼는데 알고 보니 상냥한 아이였던...) 


 그리고 계속해서 차를 달려 패트릭 부부는 주인공 부부를 커다란 구덩이 옆에 내려 놓고, 순순히 말 들으면 별 일 없다. 옷 벗어라. 구덩이로 내려가라. 라고 지시하고 비외른 부부는 걍 시키는대로 하구요. 둘이 부둥켜 안고 엉엉 우는 가운데 구덩이 위에서 날아온 커다란 돌덩이에 맞아 먼저 아내가, 그리고 비외른이 쓰러집니다. 계속해서 날아오는 돌덩이에 둘은 아주 확실하게 사망하고. 패트릭 부부는 크게 기쁘지도 않은, 그냥 뭔가 안도하는 느낌의 표정을 지으며 우리 호구님들을 바라보시네요.


 그리고 뭐... 다들 예상하시다시피, 또 다른 휴양지의 모습이 보이고. 차를 타고 달리는 패트릭 부부의 차가 보이고, 그 뒷자석엔 비외른의 딸이 그 망할 놈의 토끼 인형을 꼭 껴안고 앉아 있습니다. 끝.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