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작이니 이제 마흔이네요. 런닝타임은 93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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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를 보곤 당연히 이 셋의 삼각 관계를 생각했는데요. 틀린 건 아니지만 그냥 셋이 다 주인공이란 의미였던...;)



 - 주인공 사만다의 16번째 생일입니다. 그것이 바로 원제 '16 candles'의 참된 의미! 하지만 식구들 모두 사만다의 생일엔 하나도 관심이 없어요. 하필이면 바로 다음 날이 이 집 장녀의 결혼식이거든요. 외가쪽 친가쪽 할매 할배들이 다 쳐들어 와서 집은 북적거리고, 언니는 맘이 싱숭생숭해서 한숨만 푹푹 쉬고, 인생 보탬 안 되는 징글징글 남동생이든 뭐든 암튼 격하게 정신 산란한 가운데 모두가 사만다의 생일을 까먹었습니다. 이런 망할.

 그리고 사만다의 고민은 또 있습니다. 이제 16세가 되었는데 본인의 기대만큼 자신의 몸이 섹시해지지가 않았구요. 자기가 좋아하는 남학생은 자기가 세상에 존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를 상황이구요. 그래서 투덜투덜거리다 친구가 부탁한 익명 성 관련 설문조사의 '섹스 하고 싶은 남자애' 란에다 좋아하는 남학생 이름을 적어 놓고 교실 바닥에 흘려 버립니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그 남학생이 줍겠죠. 이제 관건은 과연 이게 행운일까 불행일까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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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홀로 집에' 때문일까요. 전 존 휴즈 영화에서 이런 장면만 보면 크리스 콜럼버스가 떠오릅니다.)



 - 이게 전설이다 레전드다 이걸 안 보고서 미국 하이틴 로맨스를 논하는 건 의미가 없다 등등 참으로 어마어마한 풍문을 듣던 영화였습니다만. 이거 좀 어디에서 스트리밍 안 해주나? 하다가 결국 네이버에서 1200원 내고 봤어요. 이렇게 또 숙제 하나 해결!! 인데.

 보다 보니 뭐 다른 건 둘째치고 이게 후대 영화들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충분히 실감이 되더군요. 보다 보면 정말 어지간한 유명한 작품들은 거의 한 두 번씩 떠오르는 기분. ㅋㅋ 그리고 특히나 강력하게, 영화 내내 떠오른 영화는 '북스마트'였습니다. 전에 그 영화를 보고서 글을 적을 땐 '80년대 청춘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 겸 업데이트' 라고 적었는데. 이걸 이제사 보고 나니 좀 수정을 해야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냥 이 영화의 오마주 겸 업데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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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찬 클럽'에도 주인공급으로 나오셨으니 그야말로 80년대 청춘물의 원탑 아이콘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까요? ㅋㅋ)



 - 그러니까 대충 주인공의 생일 아침에 시작해서 다음 날 낮에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클라이막스의 배경은 시끌벅적 하우스 파티 현장이구요. 이 날을 계기로 삼아 화려한 인싸로 거듭나겠다는 야망을 품은 찐따들이 등장해서 파티장을 헤매구요. 주인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등장 인물들이 겉보기와 다른 (긍정적인) 내면을 갖고 있고 마지막엔 그게 다 잘 풀리며 '알고 보니 다 좋은 놈들이었어!'라는 식의 마무리를 맞아요. 로맨스보다 코미디가 좀 더 강한 느낌이면서 특히 막판으로 가면 대부분 인물들의 소망 성취 환타지 느낌으로 갑니다. 

 뭔가 이렇게 풀어서 설명해 놓으니 하나도 안 닮아 보이는데, 영화를 직접 보면 정말 비슷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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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정말 미국 영화 속 고딩들 파티 장면은 봐도 봐도 이해가 안 갑니다. 일단 대체 정리는 어떻게 하죠?)



 - 반면에 격하게 다른 면들도 많겠죠.

 일단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10대 군상들 중에 '너드 여학생'은 없습니다. ㅋㅋ

 영화의 개그 코드가 대체로 그 시절스러운 섹스 코미디 쪽으로 많이 갑니다. 말인즉, 남자애들 취향 유머가 많다는 거죠.

 그리고 결정적인 게, 주인공이 여럿이에요. 사만다의 짝사랑과 성장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사만다를 따라다니는 찐따 후배의 소망 성취 스토리와 사만다가 짝사랑하는 킹카 제이크의 진정한 자기 마음 찾기 이야기도 그만큼 중요한 비중으로 다뤄지고 그냥 주인공이 셋이라는 느낌. 그런데 셋 중 둘이 남자네요.


 좀 당황스러운 건, 영화를 보다 보면 중반부터 클라이막스까지 사만다의 비중이 확 줄어든다는 겁니다. 단순하게 분량 자체로도 셋 중에 가장 적고, 또 극중에서 본인이 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그냥 파티장에서 좌절하고 집에 갔다가 뒤늦게 눈치 챈 아빠와 엄마에게 위로를 받고. 다음 날 짝사랑 남자애가 나타날 때까지 그냥 축 늘어져 있죠. 나머지 남자애 둘은 직접 바쁘게 나돌아다니면서 소원도 이루고 성장도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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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선 부모에게 위로 받고 상한 기분이나 푸는 게 활약의 전부인 사만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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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주인공 롤은 이 둘에게.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좌측의 앤서니 마이클 홀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 그러니까 애초에 제가 예상했던 거랑 많이 다른 영화였던 겁니다.


 정말로 그 셋이 모두 주인공이었던 게 맞구요. 사만다는 단독 주인공이 아니라 공동 주연 1인으로서 주로 도입부부터 중간까지 전개를 맡고. 그런 사만다가 자길 짝사랑하는 찐따 후배에게 긍정적인 영향 & 주인공 바톤을 넘겨 주면 그 찐따 후배가 또 사만다의 짝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주인공 바톤을 넘기고. 그러면 마지막으로 짝남이 다시 사만다에게 다가가서 선한 영향 릴레이 일순 완료! 이런 식으로 굴러가는 이야기였던 거죠. 전 시작시 주인공이 사만다인데다가 오랜 세월 미쿡 하이틴 소녀들의 바이블이었다길래 당연히 전체가 사만다의 이야기일 줄...


 그리고 로맨스를 중심에 깔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걍 10대 코미디물이에요. 코미디가 우선이고 사만다의 로맨스는 그 다음 순위로 밀립니다. 그렇잖아요. 정말 사만다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하다면 그 전설의 중국인 교환학생 '롱 덕 동'씨가 등장해서 그렇게 런닝 타임을 잡아 먹을 이유가 전혀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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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의 개그 코드로 달리는 영화일 거라곤 전혀 예상을 못 했습니다.)



 -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뭐, 명성대로 참 잘 만들어진 웃기고 즐겁고 훈훈한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골을 비우고 막 나가면서도 다들 순둥순둥하게 귀엽고 정이 가는 캐릭터들도 좋았고. 슬랩스틱이든 상황극이든 개그 아이디어는 충만하면서 지금 봐도 귀엽게 웃긴 게 많았어요. 주인공을 차례로 교차해가며 풀어 나가는 이야기 구조도 효과적으로 잘 쓰인 것 같았구요.


 그리고 이게 십대 소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대충 납득이 갑니다. 어쨌든 사만다의 캐릭터는 좋아요. 진짜로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소녀 같은 느낌으로 그 시절 평범한 고민거리들을 끌어 안고 평범하게 고민을 하니 감정 이입하기 좋겠고. 그러면서도 은근 솔직하고 할 것 다 하니 매력적이기도 하고. 또 어쨌든 마지막엔 16개의 초가 꽂힌 케이크로 근사하게 소망 성취도 하지 않겠습니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충분히 로맨틱하고 재미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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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남 몰래, 정말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80년대를 호령했던 존 쿠삭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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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쿠삭도 출연하구요? ㅋㅋㅋ)



 - 대충 결론은요.

 꽤 좋은 로맨스 파트가 첨가된 잘 만든 10대 코미디 소동극이었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하지만 '북스마트' 같은 영화로 21세기 스타일로 업데이트 하고파하는 사람이 충분히 있음 직한, 딱 그 시절다운 이야기였구요.

 그냥 순수하게 로맨스물로서 명작이길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좀 숙고(?)를 해보시는 게 낫겠지만,

 저처럼 이걸 안 보고 '북스마트'만 좋게 보신 분이라면 꼭 한 번 보시라고 추천해드립니다. 감독이 이 이야기를 다시 만들고 싶었던 이유도, 하지만 잔뜩 뜯어 고쳐서 업데이트 하고 싶었던 이유도 다 충분히 납득하며 즐거운 시간 보내실 수 있을 거에요. ㅋㅋ



 + 아. 그리고 전설의 롱 덕 동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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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캐릭터를 보며 '내가 사랑하는 모든 남자들에게'를 재평가하게 되었습니다. 꼭 그 영화가 이 캐릭터에 대한 아시안들의 복수 같아요. ㅋㅋㅋ

 심지어 그 영화 속에 이 영화 장면도 나오고 그랬었죠?


 그런데 이건 대체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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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 뭐 스포일러랄 게 있겠습니까만 그냥 영화 볼 생각 없는 분들을 위해 결말을 간단히 적어 보겠습니다.


 사만다 등하교 길의 스쿨버스 찌질 후배남은 사만다를 좋아하고 사만다는 훈남 선배 제이크를 좋아합니다. 제이크에겐 학교에서 가장 예쁘고 섹시한 여자 친구가 있는데 사실 제이크는 그 여자 친구의 화려함과 공허함(?)이 맘에 안 들어서 헤어질 궁리 중이고 맘 속으론 전부터 사만다를 생각하고 있었죠.


 어찌저찌 하다가 사만다는 학교 댄스 파티장에서 제이크에게 들이대 보려다가 실패, 포기하고 집에 가서 뻗습니다. 이게 런닝타임 42분에 일어나는 일이고 이후로는 부모에게 위로 받고, 엔딩 직전의 언니 결혼식까지 하는 일 제로. 하지만 그 직전에 자신에게 지겹도록 추근거리던 후배남과 얼떨결에 나눈 대화로 '그래, 이 놈도 좋은 놈이었어'라는 결론을 내리고 흔쾌히 후배남을 위해 팬티를 벗어 준 덕에(...) 나중에 본인도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게 됩니다.


 우리 후배남은 그 팬티를 인당 1달러에 구경 시켜주는 장사로 돈을 모아 자신의 찌질 패밀리들과 함께 제이크의 집에서 벌어지는 파티에 참석하구요. 파티에서 얻은 수확은 아무 것도 없었지만 그냥 거기에서 뻗어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에 집주인 제이크를 만나 '사만다는 너를 진짜로 좋아해'라는 고급 정보를 전해주고 그 댓가로 술에 뻗은 제이크의 원래 여친을 롤스로이스에 태워 집으로 데려다 주는 찬스를 얻습니다. 그러는 길에 찐따 친구들에게 자랑도 좀 하고. 마지막에 보면 차에서 섹스도 하고 마음도 얻은 것 같군요. 허허.


 암튼 제이크는 사만다 언니의 결혼식장 앞에서 사만다를 기다리고. 들러리 차림으로 예쁘게 차려 입고 나온 사만다를 데리고 라랄랄라... 입니다.


 덤: 제가 계속 '찌질남', '후배남' 이라고 이름을 적은 안소니 마이클 홀의 캐릭터는 무려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없어요. imdb에도 그냥 'Geek'라고만 적혀 있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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