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엄마는 커피공룡이야

2014.05.12 16:40

Kaffesaurus 조회 수:4119

선물이의 말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이가 자폐아란 판정을 받은 데는 언어 발달 속도가 무척 느리다는 데 무게를 두었던 걸 생각하면 참 기쁨니다. 한떄는 이중언어를 가르치겠다고 했으나 언어 속도가 늦어지자 제가 한국어를 포기했지요. 이때만 해도 자폐아란 판정은 안받았어요. 그떄 옆에서 누가 계속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할 때, 난 어떤 언어든 상관없어요. 내 아이와 의사소통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요 라고 대답했던 게 기억납니다. 

가만히 보면 선물이의 언어는 처음에는 자기 언어, (아 이중언어를 하는 아이들이 자기 언어도 많이 만든다고 들었어요. 사람마다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열심히 엄마한테 자기 언어를 가르치려던 선물이. 

그러다가 좀 관심을 두고 말을 하기 시작한게 자동차 종류. 그리고 먹는 거, 하하. 그러다가 친구들 이름 색깔.

예전에는 이거 저거로 넘어가던 명사들 요즘에는 거의 다 말합니다. 

그런데 선물이의 언어에는 동사가 부족합니다. 간단히, 앉아요, 나가요, 내지 아이스크림 주세요 이렇게 중요한 (?) 말을 할떄는 동사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남들이 말을 하는 건 이해하지만 자신이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가 가지요, 만약에 동사로 '먹다' 만 한다면 뭘 먹고 싶은 지 누가 먹는 지 모르지요. 하지만 '선물이, 과자' 라고 말하면 선물이 과자 먹고 싶다, 과자 달라, 과자 먹는다. 다 이해가 되잖아요. 그래서 선물이는 이렇게 명사만 나열하면서도 선물이에 익숙한 사람들 사이에서 잘 지냅니다. 가끔 선물이를 모르는 사람들을 만날 떄 그때서야 아 우리 아이는 타인이랑 소통하기 힘들구나 싶지요.요즘에 꾸준히 선물이가 '선물이 장난감' 이런식으로 말하면, '응 선물이 장난감 가지고 놀아' 라고, 계속 동사를 집어 넣어 아이의 말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선물이 스스로 동사를 넣어 문장을 완성한게 많이 늘었습니다.

 지지난 주 노동절때 올가네 놀러 갔을 때,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선물아 우리 이제 집에 가자, 했더니 하는 말, 선물이 여기 머물거에요. 그리고는 방문을 닫더군요. 아이들은 확실히 자신이 사랑받는 장소를 아는 것 같습니다.  


선물이가 완성한 문장들에는 저를 묘사는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저를 보더니 '엄마 커피 끓여요' 라고 말하더군요.  이때 사실 커피는 끓이고 있지 않았는데요,..  제가 집에서 하는 일이 커피 마시는 일? 

그리고 또 ' 엄마 커피 마셔요.' .... 며칠전엔 목욕하더니 늘 파스타라고 부르던 장난감 냄비를 내밀면서 엄마 이건 커피야. 

그래 선물아 엄마는 커피 공룡이야. 


선물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아까울 정도로 빨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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