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도 적어 놓았듯이 영화입니다. 드라마 아니구요. 스포일러가 없긴 한데 이게 스포일러가 없다고 말하기도 좀 애매하고... 일단 저는 없다고 생각하고 씁니다.



 - 남매가 주인공입니다. 이 남매는 어린 시절에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는데 그 내용인 즉 멀쩡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버려서 어머니를 학대하다가 살해했고 급기야는 자신들까지 해치려고 덤비는 걸 남동생이 총으로 쏴 버린 거죠. 이후로 동생은 '거울이 그랬어요 거울이!!' 같은 소릴 하다가 정신병원 같은 데서 갇혀 살게 되어 누나와 생이별을 했지만 십여년만에 가까스로 정상 판정을 받고 풀려납니다. 그런 동생을 기다렸던 누나는 '내가 경매 직원이 돼서 그 거울을 구했는데 말야...' 라며 접근해서 둘이 함께 그 저주받은 거울의 정체를 밝혀내서 부모님의 명예를 회복하고 복수하자고 제안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정신병원에서의 철저한 교육(?)으로 그거 다 착각이자 정신승리임!!! 이라는 논리를 주입받은 동생은 그 제안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도 하나 뿐인 혈육의 부탁을 이기지 못 하고 옛날 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문제의 그 집과 그 거울로 돌아가는데...



 - '힐하우스의 유령'을 감명 깊게 본 후로 그 시리즈의 제작자 마이클 플래나간의 작품들은 그냥 다 믿고 보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고른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이구요. 그런데 이 영화는 뭐랄까... 단편으로 개작된 '힐하우스의 유령'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굉장히 닮았어요. 나온 순서를 생각한다면 '힐하우스의 유령'이 이 '오큘러스'를 드라마 한 시즌 분량으로 개작한 거라고 말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이렇거나 저렇거나 닮았다는 거.

 

 저주받은 물건을 만나 단란하고 행복했던 한 가정이 파멸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깔고 그걸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서 보여주며 마지막에선 과거의 클라이막스와 현재의 클라이막스가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 현재 파트의 생존자들 중 과거의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와 부정하는 자와의 대립. 직접적인 물리력 행사 없이 희생자들의 마음 속 약점을 환각을 도구 삼아 공격하는 사악한 존재. 이렇게 대략적인 큰 틀이 그대로이고 또 구차하게 이것저것 따져보면 캐릭터들도 닮은 구석이 있구요. '힐하우스의 유령'을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그것과 이것을 비교해보는 재미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 '힐하우스의 유령'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의 장점도 드라마입니다. 한 시간 사십분 정도의 짧은 이야기이지만 '힐하우스의 유령'에서 보여줬던 공감가는 캐릭터 만들기 신공이 그대로 녹아 있어요. 그리고 그렇게 형성되는 캐릭터에 대한 공감과 연민이 클라이막스에서의 호러와 긴장감을 강화시켜 주고요. 그냥 멀쩡한 가족이 파괴되는 모습만 보여줘도 뭐라할 사람 아무도 없을 텐데 그 짧은 시간 동안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면서도 흘러가는 대사 하나, 장면 하나에 자연스럽게 떡밥을 녹여 넣고 나중에 그걸 균열 삼아 거울이 공격하게 하는 식의 전개는 참 티 안 나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호러 효과도 좋습니다. 유튜브에 거처하는 인디 호러 단편들마냥 툭툭 짧게 던져주는 깜짝 장면들. 그리고 일부러 천천히 느릿느릿 보여줘서 보는 사람을 질리게 하는 가벼운 (수위는 가볍지만 보는 기분은 전혀 가볍지 않은) 고어 장면들을 섞어 쓰는데 둘 다 리듬감도 좋고 자극도 충분해서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힐하우스의 유령'보다 '오큘러스'가 확실히 나은 점이 있다면 이거였네요. 호러 장면들이 정말 무섭게 느껴지는 걸로는 오큘러스가 한참 위입니다. 사실 힐하우스를 엄청 재밌게 봤지만 무섭지는 않았거든요 전.



 - 초반에 누나가 동생을 안심 시킨다고 방 안에 잔뜩 준비해 놓은 안전 장치들을 설명하는 장면이 재밌었어요. 갑자기 미쓰버스터 느낌이 나기도 하고 또 그 안전 장치들이 정말로 설득력이 있었거든요. 다만 문제는 누나가 그 거울의 능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 또 한 가지 이 영화의 각본이 괜찮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누나의 동기였습니다. 사실 이 캐릭터의 행동은 어지간한 영화에서는 걍 흔한 진상 캐릭터로 취급받기 딱 좋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누나의 그런 행동에 설득력 충분한 동기를 심어줍니다. 중반 이후 '이쯤에서 어찌저찌 해버리는 게 현명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도 누나가 그럴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 보여주고요. 전통적인 호러 영화임에도 이렇게 인물들의 행동을 다 납득시켜주는 면에서 감독이 정말 시나리오와 드라마 구성에 공을 들이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 스포일러 피해가며 글을 적자니 할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어서 이 쯤에서 마무리하자면,

 저주 받은 물건이 등장하는 되게 전통적인 호러 영화입니다. 그런데 드라마가 탄탄하고 호러 효과도 성실하며 나름 참신한 아이디어들까지 있어요.

 어지간한 호러 팬들이라면 다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딱히 호러팬이 아니어도 호러를 못 보는 분이 아니라면 한 번 볼만한 작품이었네요.

 특히 '힐하우스의 유령'을 좋아하시면서 이 영화를 아직 안 본 분이라면 꼭 보시길.




 - 마이크 플래너건의 작품들... 그러니까 '힐하우스'에도 나오고 '위자: 저주의 시작', '제럴드의 게임'에도 얼굴을 비치며 '허쉬'의 단독 주인공이기도 한 케이트 시걸이 유령 역할로 나오는 것도 '힐하우스'를 봤기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재미였겠죠. 대충 검색해보니 둘이 함께 작업한 게 이게 첫 작품인 것 같은데 이 영화 찍다가 사랑에 빠졌나... 라는 생각을 하며 유령이 튀어나올 때마다 피식피식 웃고 있었습니다. ㅋㅋㅋ



 - 이참에 검색을 해보니 넷플릭스에 마이크 플래너건의 작품이 하나 더 있네요. '썸니아(Before I wake)'라는데 오늘은 이거나 볼까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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