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이 26일. 오늘이 14일. 등록전에 끝낸다는 합의가 이행된다면 남은 시간은 고작 열흘남짓.

 

일사불란 지휘체계하에 있는 군부대나 전제군주의 보좌그룹도 아니고 갖은 동상이몽을 하는 온갖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서 어떻게 모든 말을 틀어 막나요. 그게 되는게 더 이상하지.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떡을 먹어보겠다고 눈에 핏줄이 선 사람들이 모인 집단이고 집단들인데 무슨 저녁 가족드라마처럼 마냥 행복하고 부드러운 일들만 가득하고 입에서는 향기만 날까요.

 

열흘 남겨놓고 중단했다길래 도대체 뭣땜이냐 하고 찾아봤더니...

 

저는 "문재인 후보, '안철수 집권하면 대한민국에 재앙'발언 파문 " "문 캠프 인사, 안 캠프 인사에 '안철수 양보 안하면 다쳐' 협박문자 폭로" 뭐 이정도 사건이라도 터진 줄 알았네요.

 

솔직히 한쪽의 일방적인 구애와 비굴할 정도의 빌빌댐이 어느정도는 이해는 갑니다. 그렇잖아요. 항상 연애 실패하고 에이 모르겠다 사귀어주면 '그래 걸려들었어 이미 물고기는 내꺼'라면서 돌아이로 돌변한 전력도 있고, 구애받는 쪽이 인기짱에 아쉬울것도 없고 안사귀고 나 관둘래 해도 잃을것도 없는 쪽이니까 칼을 쥐고있는거고.

 

그래도 이건 아니죠. 너무 유치합니다. 열흘 남겨놓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해버리는데 이번에도 명분이 모호합니다. 맨날 이런식이에요. 구태정치 타령하는데, 구태정치에서 제일 환멸을 느끼게 하는 말인지 막걸리인지 모를 모호한 이야기들 주 무기였잖아요 그동안.

 

양보론이요? 아니 양보론 자체는 인기많은 연하남 입장에선 불쾌하기 짝이 없는게 당연합니다. 당연히 그렇잖아요 사귀어줄까 말까 고민하는 판인데 '통크게 내품으로 들어와'라니. 뺨 맞을 소리죠. 근데 연애하는 당사자가 얘기했나요? 문이 자기가 직접 (안이 늘 그렇게 하듯) 어디 강연같은데 가서 발언한거라면 모를까. 양보론 자체는 나올수밖에 없어요. 왜냐면 서울시장때 본게 있잖습니까. 후보는 우리가 꼭 내야겠는데 그래, 그때 양보한적 있잖아. 이번에도 해주면 안돼?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고 달콤한 꿈이죠. 근데 그걸 당사자가 직접 떠들거나 대놓고 요구하면 무례이고 일단 생각할 시간좀 갖자고 할 수 있어요. 근데 무슨 '캠프에서 솔솔' '캠프인사가 라디오에서' '어머 페이스북에 이런 짓을'이라니...

 

시시콜콜 상대방의 주변까지 매의 눈으로 노려보면서 뭐 하나 책잡히기만 해봐라, 가만 있을줄 아냐 내가 하는 식으로 구는거, 진짜 유치하다구요.

 

자기야 이제 우리 거의 다 온것같아. 난 준비가 돼있어 우리 이제 미래를..

어머 자기 식구들이 그런 말을 하고 다닌단말야? 실망이야. 우리 다시 생각해보는게 좋겠어.

 

진짜 잘삐지고 예민하기 짝이없는 애랑 연애하는거 같아요. 감동을 주는 단일화는 개뿔. 염증을 넘어서 이제 진절머리가 납니다. 속내가 뭔지 꿍 하고 어장관리 미소만 지으면서 시간만 질질 끌때부터 그랬어요. 말좀 하라 하라 해도 안하고 뜸들이다가 한마디 하고, '넌 마음에 안드니까 좀 변해줬으면 좋겠어 그때 얘기해'라니까 '도대체 어떻게 변해야 하는데'라고 물으면 '그걸 니가알지 내가아나'라고 뒷짐지고 구경할때도 그랬고요. 이젠 얘기할것처럼 굴더니 또 관두재요. 와, 밀당 쩔어요.

 

대통령 하고 싶은거잖아요. 정말 대통령 내가 못하면 내년 해를 못볼거같다 이런 욕망이 폭발할거 같은거잖아요. 세명 다 마찬가지 아닌가요?

 

근데 단일화 안하고 대통령 할 수 있어요? 셋이 나란히 투표용지에 이름 올리면 박근혜한테 무조건 지고 대통령이고 나발이고 물거품이잖아요. 그래서 단일화하라고 지랄지랄 하는거 아닙니까.

 

속으로 삐질수 있어요. 끝끝내 마음에 안들고 자꾸 뒤로 기분나쁜 얘기가 솔솔 들려오고 완전 심통날 수 있죠. 근데 속으로 곪아 터지고 캠프 인사끼리 주먹다짐이 오가도 언론에다 대고는 감동의 단일화 쇼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아예 협상 중단 선언요?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선언이고 언플인가요? 박근혜 지지자들만 신났죠. 여기저기 인터넷 돌아다니면서 자기 트위터에서 이간질하느라 신났더군요. 문재인 쪽에 붙어서 '정말 치졸하다 저런 세력이랑 무슨 단일화냐'라고 짖어대고 안철수쪽에 붙어서 '문재인이 양보하면 민주당은 당도 아니다 그런 당에 표 죽을때까지 안준다' 웃음 간신히 참으면서 부추기고. 대놓고 '나 삐졌음 흥'하고 다 표내고 동네방네 떠들면 그게 누굴 위한걸까요?

 

아 진짜 모르겠어요. 거듭 하는 얘기지만 너무 유치합니다. 솔직히 캠프 사람들이야 아예 눈 멀고 몸에서 열이 끓어서 이성을 잃을 수 있다쳐도 저같은 장삼이사들은 이미 안믿어요. 안이 박원순한테처럼 쿨하게 양보해주리라는 생각 안들어요. 대통령 하고싶은거잖아요. 양보 안해도 됩니다. 겉으로라도 쿨하고 간지나게 '우리 이야기 잘 하고 있다' 멋있는척 하다가 뭔 방법으로든 하나로 합치면 되죠. 그런 쇼를 기획할 머리도 없나요 그 캠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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