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니와 준하>, 좋네요.

2012.06.29 06:40

티포투 조회 수:4088



 다시 태어난다면, 그림쟁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

 조금 어렸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을 정도로, 상상력을 종이 위에 실체화 시킨다는 것이 좋죠.


 <와니와 준하>는 개봉 쯤에 봤던 것 같아요. 

 그 땐 별 감흥이 없이 그저 예쁘기만 한 영화였다고 좀 삐죽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영화에 대해 별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이제는 헤어져버린 친구에게, 극중 와니 캐릭터와 제가 닮았다는 말을 지겹도록 자주 들어서 더 싫었죠.

 

 음, 저는 제가 참 솔직하고, 남들도 제 기분을 잘 알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더군요.

 말수도 적고,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속마음 다 털어놓지 않고, 그래서 가까운 이들도 저에 대해 잘 모르는, 그런 사람인가봐요.

 

 아무튼 문득 <와니와 준하>를 다시 보고 싶어져서 봤어요.

 결과적으로는 많이 슬프더군요. (와니 캐릭터가 그래도 저보다는 좀 더 애교가 있었습니다!)


 김희선 씨 인터뷰를 보니, 영화 찍을 때 많이 노력했던 것 같네요. 누드집 파문이랑 비천무 흥행 실패 시기와 맞물리기도 해서

이 영화에 열정을 많이 쏟았었나봐요. 본인 표현으로는 평상시에 와니 입장이 되서, 말 열 마디 할 것을 한 마디 하는 습관(!)을 가졌다는데 ^^;

 평소 발랄한 김희선 씨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해요, 저에게는 이 캐릭터가 너무 일상적이고 편한 모습이었지만.


 스토리는 여전히 맘에 안드는 부분도 있었지만, 제 기억 속의 <와니와 준하>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직장 내부에 자연스럽게 장애인이라던지, 게이 커플도 넣어놓은 게 좋았어요. 고심해서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감독의 이후 필모그래피는 개인적으로는 색깔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서 조금 씁쓸했어요.

 뭐 많은 감독들이 그렇긴 하지만...

 


 * 그건 그렇고, 극 중에 김희선 씨 뿐만 아니라 배우들 하나같이 잘 생겼고 예쁘더군요.

 전에는 사람들을 잘 안봐서(랄까, 인간애가 크게 없어서, 일상적으로도 사람들 얼굴 하나도 눈여겨보질 않았던 것 같아요.)

 누구 연예인 예쁘다, 좋다 하는 거 전혀 무감했는데, 얼마나 잘생겼고 예쁜지 이 영화를 보면서 새삼 느꼈어요.

 심지어 후라이팬 위의 버터 조각처럼 보이던 조승우 씨 얼굴(팬분들께는 죄송하지만...)도, 옆에서 비추는 렌즈로 보니 코가 매우 오똑하고 잘 뻗었더군요.


 김희선 씨, 손 좀 보세요. 얼굴도 이목구비가 매우 뚜렷해서 신기해요.



 

 그런데 김희선 씨는 아역배우로 시작해서 인생 자체가 공주같았을텐데,

 와니를 연기한 것만도 큰 노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연기 지적도 꽤 보이던데, 만약 김희선 씨가 나이를 속이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당시 배우 나이로 만 24세 작품이거든요.

 그리 보니 달리 보이는 게, 만 24세로 김희선 씨가 이런 연기를 했다는 게 쉽진 않았을 것 같았어요.

 배우가 달리 배우냐 하면 답이 궁색하지만, 역시 나이에 따라 경험이나 인생의 스펙트럼도 제한이 있을테니까요.


 영화 리뷰라고 하기에는, 잡설에 가까운 이야기기에 메인 게시판에 얹어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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