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를 거쳐 헬싱키에서 며칠 논 다음, 산타가 사는 로바니에미에 왔어요.

모스크바에선 러시아가 대국은 대국이구나를 뼈저리게 느꼈다면, 헬싱키에선 핀란드가 부국은 부국이구나를 느꼈어요.

러시아는 예상보다 위험하지 않고 안전했어요. 범죄율이 가장 높다는 이루크츠크에서도 별 다른 위험을 느끼지 못했죠. 대신 그만큼 경찰도 못봤지만요. 모스크바오니 경찰이 곳곳에 널렸고, 자국민대상으로만 검문을 많이 하더라고요. 횡단열차에서 읽은 책에보니 요새는 외국인 상대로 삥을 뜯거나 바가지를 씌우지않고 외려 잘해주며,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엄청 친절하다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러시아 여행다녀온 사람들의 우려와달리 검문 한 번 안받고, 잘 다녔어요. 다만 아쉬운 건 모스크바 865주년 행사로 인해 크램린 주변을 미로처럼 막아 붉은 광장을 비롯해 크램린을 제대로 구경 못했어요. 아예 못본 건 아니지만 정말 아쉬워요. 특히 미라로 만든 레닌시체를 구경해야는데! 아오! 푸간지야 내가 부마국 시민이다. 문 좀 열어다오! 외쳤지만...뭐...그런거죠..세상이라는 게..

기어코 붉은 광장 안에 있던 게 성과라면 성과일까요. ㅎㅎ 다시 모스크바 오게 될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그 땐 꼭 레닌을 보고 싶어요. ㅎㅎ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사박오일을 탔는데 의외로 지루하지 않았어요. 같은 풍경만 바라바도 좋았다 이런 건 아니지만 전자책을 아주 많이 사가서 지루하면 책을 읽으면 된다는 안전장치가 있어서 그런지 순간순간 즐거웠어요. 물론 다른 소소한 재미도 있었고요. 대륙의 열차답게 중요거점역에선 짧게는 이십분 길게는 사십분씩 쉬어서 그 시간 맞춰서 역밖으로 나가 음식 사오는 재미도 쏠쏠했고 역마다 음식만들어와서 파는 분들 음식 사먹는 재미도 컸어요. 다음역에선 뭘 사먹을까 하는 기대도 계속됐고요. 하루이틀 지나니 같은 방 쓰는 러시아인들과 말도 트면서 더 재밌어요. 영어 레벨차로 많은 말들은 못나눴지만요. ㅎㅎ 러시아인들도 영어 쓰는 사람들은 너무 잘해요. ㅠㅠ
한 명은 브리야트인이었는데 러시아와서 먹은 음식 얘기하다 바이칼 호수 보면서 먹은 사슬릭을 말하니 모르는 거예요. 그 땐 그 분이 브리야트인인줄 모르고 브리야트 전통음식이라고 소개해줬는데 ㅋㅋㅋ 너무 고개를 갸웃하더라니...한참뒤에 내가 브리야트인이다 라고 ㅋㅋㅋㅋ참 뻘줌했네요 ㅎ
고려인 친구가 있다며 한국혁명을 말해서 놀랐어요. 뭐지 했는데 우리가 한국전쟁이라 배우는 걸 혁명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한국에서 학습된 교육이 시각에 의해서 다를 수 있다는 걸 학습으로 알았지만 직면하고나니 또 놀랍더라고요. 한 쪽에선 실패한 혁명으로 볼 수 있겠다 싶어요.
목적지에 내릴 때 손 흔드는 저를 꼭 안아주며 행복한 여행이 되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순간 행복한 여해을 하고 있다는 실감을 할 수 있었어요 ㅎㅎ
러시아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디서 왔냐 물으면 한국이라고 대답하면 북쪽인지 남쪽인지 물어요. 알혼섬에서 만난 동독인들도 묻더군요. 한국을 아는 사람들인가봐요. 동독인들은 참 재밌는 게 ㅎㅎ 알혼섬 투어라는 옷까지 맞춰입고 왔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숙소에서 술 마시고 놀고 저녁먹고 또 술 마시라 가요. ㅋ알혼섬도 투어하려면 할 게 많은데...ㅋㅋ대체 왜 옷까지 맞춘건지 ㅋㅋ밤마다 반야하고, 아저씨들은 하여튼 ㅋ그분들 왔을 때 전 이미 알혼섬에 오래 있어서 다른 거 뭐 할 게 없나했는데 티까지 맞춰입으셨길래 정보 좀 공유할까해서 계획 물으니까 없다고 파티하러 갈꺼라고 해서 어기서 하냐니까 모른다고 너무 해맑게 웃으셨어요 ㅋㅋㅋ저랑 같이 있던 삼박 사일동안 외출하는 걸 못봤는데 투어는 하셨는지 궁금해요. ㅎㅎ 어디서 왔냐니까 이스트 독일이래서 독일에 왜 동이 붙지하고 한참 생각했었는데 ㅎㅎ 통일된 지 오래되었어도 어느쪽인지는 밝히는 게 관습화된건지 마음 속 통일은 이뤄지지않은 건지 궁금했지만...ㅎㅎ

암튼 러시아 삼주의 여행을 마치고나니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게 정말 없다는 걸 알았어요. 찬찬히 생각해보니 미국이나 영국 등지 외에 나라에 대해서 참 많이 무지하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 다양하게 배웠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쉬어요.

참, 러시아에서도 자리양보가 흔해요. 정거장에 서면 젊은이들은 일단 일어나서 빈자리를 만들더라고요. 노인 뿐 아니라 짐이 많은 사람에게도 양보하고요. 누가 자리양보가 한국에만 있는 진풍경이라 한 건가요...그리고 참 원칙을 잘 지켜요 ㅎㅎ

아, 놀라웠던 게 모스크바에서 티브이를 트니 북한방송이 짧게 나오더라고요. 그것도 며칠 전꺼가요. 음..놀랍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하고 묘했어요. 아 또 모스크바에서 제가 묵은 호텔 진짜 쌌어요. 하룻밤에 룸 한 개당 사만원! 별 세개짜리였고 시설 짱 좋았는데 ㅎㅎ 감마호텔이라고 혹시 가실 뿐 참고하세요. 역에서 나오면 바로 호텔이 있고 엄청 큰 재래기념품 시장이랑 한 시간 내내 줄기차게 걸았는데도 끝이 안보이던 숲같던 큰 공원이 있어요. ㅎㅎ 전 시장에서 쌍안경사서 완전 신나게 보고 다녀요 ㅋㅋㅋ

러시아에서 할 줄 몰라 거주지등록을 못했는데 이거 안하면 벌금 엄청 물고 잡혀간대서 국경에서 엄청 떨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에게 엄청 관대하다더니 제대로 보지도 않고 보내주더군요. ㅎㅎ대신 생각도 못한 핀란드 경찰?에게 잡혀서 ㅠㅠ 돌아가는 티켓없이 입국하려니깐 불법체류 의심을 받아서 ㅠㅠ 제가 그럴 의도가 없던 건 아닙니다만, 한국가서 된장찌개 먹고 싶어서 돌아갈거라고요 ㅠㅠ

제가 아저씨 입맛이라 음식을 지나치게 한식만 선호해서 약간 힘들어요. ㅎㅎ 그렇다고 막 지금 한국음식 생각나서 미칠 정도는 아니어서 괜찮지만요 ㅎㅎ

암튼 그리하여 지금은 핀란드예요 개미님이 헬싱키 정보를 워낙 잘 주셔서 재밌게 잘 다녔어요. 그런데 인포메이션의 헬싱키 책자에 잘못써진 정보들과 핸드폰 이상으로 시간을 잘 몰라 (제 핸폰이 뭐가문제인지 와이파이 안테나가 초록색으로 떠야는데 흰색으로 뜨고 그래서 날짜가 이천칠년 일월일일로 떠서 어플 사용도 카드결제도 안돼요. 제 핸폰은 시간을 제가 바꾸는 메뉴가 없어요 ㅠㅠ 엘지에 문의해도 해결을 못해주고 엉뚱한 소리만 하는데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ㅜㅜ 모바일 결제를 못해서 예약할 때마다 인타넷 카페가는데 여기서도 잘 안되서 날리는 시간과 돈이 어마어마해요 ㅠㅠ)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못갔어요. ㅠㅠ 또 쪠까 머문 요일들이 어쩜 그리 다들 쉬는지 ㅠㅠ 제대로 알아보지않고 도착해서 정보를 찾은 제 탓이 큽니다만...
헬싱키는 작다작다 하더니 정말 작더라고요. 좀만 걸으니 도시를 다 돌았어..덕분에 길찾기 능력 제로인 저도 걱정없이 마구 돌아다녔어요 ㅎㅎ
두 개의 도서관에 가봤는데 한 곳은 만화 에마에서 원피스까지 한 면을 채우고 또 한 쪽은 각종 음아깃디, 디브이디들...로 채웠더라고요. 만화책이 즐비한 도서관이라니 ㅎㅎ
핀란드는 대중문화도 도서관에서 충분히 즐길 수 있겠더라고요. 오늘은 로바니에미 도서관갔는데 이 곳도 마찬가지예요. 음악씨디는 한 층을 다 차지했어요. 디자인도 어찌나 특이하고 예쁜지 도사관에서 살고 싶더라고요.

핀란드는 주변을 해치지않는 단정하지만 개성있는 디자인이 주를 이루더라고요. ㅎㅎ구경하기도 돌아다니기도 좋아요.

근데...제가 쇼핑몰에 가봤어요. 의외로 옷이 안비싸다라고요? 근데 여름옷을 폭탄 세일하더라고요. 막 삼유료 오유로 이래요. 한국돈으로 사오천원 칠팔천원인 거죠. 물론 완전 예뻐요!!!

저 어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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