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의 Moview] “‘남쪽으로 튀어’ 재미없어요. 근데 꼭 보세요”


“지랄하네, 뭔 놈의 애국심이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와?”

식당에서 밥을 먹던 해갑(김윤석)이 월드컵 응원에 한창이던 한 무리 손님들에게 한 말이다. 할 말은 하고, 못마땅한 건 하지 않는 진정한 이시대의 갑, 최해갑 식대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영화 재미없다. 하지만 꼭 한 번 볼 필요는 있는 영화다”

‘남쪽으로 튀어’는 121분의 러닝타임 어느 순간에도 화려한 액션이나 소장 욕구를 불태우는 노출신이 없다. 그 흔한 키스신 한 번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나 카타르시스도 없다. 그래서 영화는 재미없다. 좀 순화시키자면 잔잔하다.

그런데 왜 이 영화를 추천 하냐고 묻는다면 힐링이다. 도시 생활에 찌든 우리 모두에게는 이 영화가 주는 가슴이 꽉 채워질 것 같은 따뜻함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월드컵 때만 스포츠에 반추한 애국심을 호소하는 눈꼴사나운 모양새, 매달 삥 뜯기는 기분인 TV수신료, 국민연금 의무 가입…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한 해갑은 서울을 떠나 남쪽으로 간다. 남쪽의 섬마을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그와 가족들을 보면서 121분 내내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동시에 ‘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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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향해 거칠 것 없이 큰 소리를 치는 해갑은 사실 세상에 졌다. 아름다운 영화적 결말을 위해 마치 지중해풍 푸른 빛깔이 도는 섬에서 마저 자유로워지는 해갑과 그의 아내 봉희(오연수)를 그렸지만 그의 독특한 원칙은 사실 세상살이를 하는데 있어서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할 뿐이었다. 해갑은 세상에 불만을 품은 모두를 대변하는 것 같지만사실상 그런 현실을 일깨워준다. 오히려 학급 친구의 돈을 빼앗는 중학생 형들에게 과감히 다가가 아빠가 알려준 방법대로 싸워서 이기고자 하는 해갑의 아들 상우(백승환)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청량감마저 준다. 자기보다 키도 크고 나이도 많고 숫자도 많은 불량배들에게 맞서는 당당함이라니…

모든 작품이 다 그러겠지만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관람이 더 필요한 영화다. 그리고 가능하면 엄마 아빠, 아들과 딸이 모두 손잡고 영화관을 찾기 바란다. 튀어 나온 못 같은 존재의 남편 혹은 아빠를 인정하는 가족 구성원의 신뢰를 배워보기 바란다.

좀처럼 입에 발린 말을 하지 않는 부류가 영화 기자다. 영화가 끝난 후 배우들과 만난 한 기자는 “어떻게 봤는지, ‘베를린’보다 잘 봤는지가 고민”이라던 김윤석에게 이렇게 말했다. “개인적으로 ‘베를린’보다 좋게 봤다”고. 이 의견에 한 표 얹는다.

아, 영화를 보자면 만덕의 집이 위치한 남쪽의 섬이 어딘지 미치도록 궁금해 질 것이다. ‘한국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이 섬은 황인준 미술감독이 남해안 일대에 있는 모든 섬을 뒤져서 찾아낸 대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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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많이 하고 있어서 예전에 예고편도 듀게에 퍼왔었는데
시사회 보고, 기사 내용이 공감되어 퍼옵니다ㅋ
기사 제목이 좀 저돌적이긴 한데, 코드가 맞는 분들은 상당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왜 2006년 소설을 이런 때에 영화화 했을까."

소설의 주요 사건이 영화로 옮겨오면서, 그 목적이 확연히 보입니다.
정치적으로 지향점이 뚜렷한 영화고, 단점도 확실한 영화라
작정하고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주위 캐릭터와의 앙상블 보다는 '주인공이 다음엔 어떤 일을 벌일까'에 초점이 맞춰진 영화.
(솔직히 왜 있는지 모를 캐릭터도 있고, 전반적으로 투박한 부분들이 좀 보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영화.
단점이 많은 영화지만 장점도 뚜렷하기에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특히 극중에서 운동권 선배로 나오는 넥타이잽이(...)의 세력과는 거리를 두는 면은 운동권의 현재.
현재 정치판에서 갈라진 진보 중에서 감독이 어느 쪽을 지향하는지 보이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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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에 올라온 임감독님 인터뷰를 보니 궁금증이나 불만이 있었던 부분이 설명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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