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국카스텐이라는 밴드가 고 신해철님과 인연이 있다는건 어떻게 좀 알긴했는데, 어디서 알게됐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다만, 저는 음악도시 팬이고 넥스트 팬이고 마왕의 팬은 아닌지라, 마왕일 당시에 뭔활동을 하고 다녔는지는 모릅니다.

죽고나서 여기저기 들려오는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냥 좀 갑자기 어려운 처지가 되거나 궁지에 몰린사람에게는 일부러라도 연락해서 힘을 주고

응원했다는 점이나.. 계속 음악적인 시도를 하면서 보냈다는 점..


전 원래 해철님의 보컬이 그리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꽤 괜찮았을 때는 솔로로 재즈카페나 안녕 내마음깊은 곳의 너를 부를 때 정도일까요?

아무래도 저음이 좋은 사람이다 보니 특유의 나래이션같은 소리가 좋았고, 그냥 사람이 좋아서 노래도 좋아했지만

늘 노래에는 아쉬운 점이 많이 있었습니다. 고음의 가성이라던지..라이브가 불안정하던 점이라던지..


그래도 넥스트 라젠카 앨범은 저도 엄청나게 좋아한 앨범이고, 하필 넥스트를 제대로 좋아하게 된게 그 앨범이라

좋아하자마자 해체라는 큰 아픔을 겪었고..

제가 해철님 덕분에 에쵸티라는 아이돌을 버리고 마이너하게 빠져버리는 바람에,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제가 그렇게 마이너해지면서 친구들까지 마이너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하여간 그덕분에 가볍게 살았을지도 모르는 제 인생을 고민의 늪으로 끌고왔던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해철님을 감사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참 늘 조금씩은 맘에 걸립니다만, 좋아하게 된걸 어쩌겠어요.


저는 우선 복면가왕 음악대장에게 너무 고맙습니다

그분이 복가를 출연하게 된 것 자체가 일부러라도 신해철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라는 마음이 느껴져서

애정이 느껴져서, 그리고 그걸 사실은 해철님보다 더 잘불러줘서 고맙습니다.


처음에 민물장어의 꿈과 라젠카 이 세곡만 잘 부르고 가는게 목표였다고 하는걸 보니 정말 찡하네요.

그리고 그 곡으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것도 꽤 찡하게 느껴지는 부분인가봅니다.

저도 생전에 칭찬을 많이 했던 신해철이 이장면을 봤다면 정말 흐뭇했을것 같아요.


자기보다 더 나은 후배를 키우고 갔으니 이 얼마나 큰 업적입니까..

임재범도 박완규도 김경호도 고맙다고 할정도인데요.

그 고맙다는 말도 너무 공감이 갑니다.

이렇게 락이라는게 촌스러운 음악으로 뒤로 빠져있는 이시기에, 그래도 가요계에서 조금이라도 그 자리를 이어나가려고 하고

그와중에 이렇게 실력있는 사람이 그런 명곡들을 대중의 입맛에 맞게 소개하고 있으니..

그리고 그걸 길러내고 간 사람이 신해철인거 같아서 더 고맙습니다.


그사람 참 잘살았다 싶고 그래요.


예전 몰카에서 소속사 옮기려는 밴드 쿨하게 보내주는거 보고 정말 저인간은 일관성있구나 그랬는데..


맨처음 음악대장 무대를 두어개 봤을 때 그 패기나 당당함이나 유머같은것들도 신해철이 떠올랐어요.

스타일은 다르지만 나오면서 저를 사랑해 주세요가 아니라

잘봐 내가 보여줄테니까


라는게 느껴져서 정말 무대를 씹어 먹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는데,

하여가를 보고서는 정말 입을 다물수가 없었어요.

신해철파(?) 이기에 서태지와는 나름 당시 대립각을 혼자 세우고 있었는데

이노래는 전 그냥 음악대장의 편곡이 더 재미있어요.


뭐 그냥 야 늬들 봐라 내가 좀 보여줄께 어떠냐?


가 느껴져서 패기며 무대매너며 다 좋고 무엇보다도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을 가지고 풀어나가는게

관객들에게 락이라는 장르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주는거 같아서 좋더라구요.


제가 선배들이라면 진짜 매일 불러다가 밥사주고 술사맥이고 할거 같아요...


저는 근데 다른 노래보다도 백만송이 장미를 듣고 찾아 듣기 시작했는데요..

다른사람들은 이노래를 내려놓는 노래냐 힘드냐 그러는데

저는 이노래가 너무 매력적이예요.

본인말대로 이런노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좋고, 이제까지 이노래를 부른 남자중 제일 감성적이예요.


그리고 그냥 제 기준에서 김경호 + 신해철 + 이적 짬뽕인데 그사람들의 조금 아쉬운 부분을 다 보완해놓은거 같은 보컬이랄까요.

원래 이상은 같이 청량하고 맑은 진성을 좋아하는데, 고음도 진성이고 흔들림이 없는데다가 무엇보다 발성이 너무 좋아서..

가사전달력이 정확한게 반대로 발음자체로 듣기가 엄청 좋으네요.


제가 너무 극찬을 해서 반감이 들겠어요.

근데 너무 고맙네요.

일상으로의 초대까지 해서 신해철이라는 사람을 또 이렇게 상기시켜주니, 그냥 마냥 너무 고맙습니다.


어제의 우울함을 씻어줘서 참 고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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