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찬양하는 사회를 비난함

2011.01.13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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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자연계의 구조 상,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의 구조상 필요악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또한 경쟁으로 인해 효율성이나 생산성이 증가할 수 있으며 구성원이 자신의 능력을 한계점까지 쥐어짜내도록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 또한 인정하는 바입니다. 경쟁이 가져오는 장점을 상세하게 이야기하고 그것을 찬양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경쟁 자체를 찬양하는건 못참겠습니다. 더 나아가 사회 구조 자체에 경쟁을 구석 구석에 심어 넣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정말 참을 수가 없습니다.

  

행복에 관한 과학적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불행해지는 가장 쉽고 빠르며 확실한 길은 '남과 나를 상대적으로 비교하기'라는 겁니다. 그리고 경쟁은 필연적으로 남과 나를 비교하게 만듭니다. 그 비교가 자신을 더 채찍질하는 것이 되면 좋겠지만, 보통의 의식수준을 가진 우리들에게 경쟁은 채찍질과 동기부여를 제공해주기도 하긴 하겠지만, 동시에 자학과 자부심 저하와 긴장, 초조, 적개심 등 각종 부정적인 감정의 증대, 신체의 피곤, 신체의 훼손(-_-), 기타 광범위한 스트레스를 동반합니다.  그 와중에 우리의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우울함과 짜증과 공격성(!)은 증대하며, 몸은 아프고 병들며, 총체적으로 더욱 더 불행해집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는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철저히 수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자본주의가 망하기 전까지, 자본주의 틀 안에서 사는 우리가 경쟁을 피하는게 불가능하다면, 선택 할 수 있는 것은 상황을 철저하게 수용하는 것 뿐입니다. (여기서 수용은 경쟁을 찬양하고 자본주의 만세를 외치는 우파가 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저 자신이 놓여있는 상황을 정확하게 보고 그 상황을 고통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방법을 배우지 못했지요.

 

음, 사실 관련 지식들은 있습니다. 백여년 전까지만 해도 고통스러운 상황을 철저히 수용하고 내적인 안식을 발견하는 것은 '소수의 선택된 제자들에게만 전해지는 은밀한 지식'이었을테지만,  이 책 저 책 이 강의 저 다큐멘터리에 이 것과 관련된 내용이 널리 널리 까발려지는게 요즘이지요. 하지만 그런 지금도 상황은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지식은 안다고 해서 되는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터득해야 하는 형태의 지식이거든요. 보통 몸으로 터득하는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몇몇 타고난 자들을 제외하면(혼자 도를 깨친 인간들이라거나, 그런 지식을 이미 습득해서 실천중인 부모를 만나 그들 아래서 자란 인류 최고의 행운아들이라거나-_-) 늘 지도자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지도자들을 만날 수 없어요. (요근래 이런 정보를 널리 알리는중인 심리학자들은 학자일 뿐, 실천가는 아니지요.) 그러면 아나 마나지요.

 

하여간 강도 높은 수준의 (전혀 필요 없는 경우에도) 경쟁이 존재하며,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는 그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점점 더 불행해집니다. 그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현실을 잊는' 것 정도입니다. 각종 오락이며 조금 수준을 높여 문학작품, 영화, 드라마의 세계 속으로 도피를 합니다. 물론 그 작품 속에서 현실을 다시금 돌아보며 더 높이 향상된 의식수준으로 현실에 돌아오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만, 현실속의 스트레스가 과해지면 과해질 수록 '안그래도 꿀꿀한 현실을 또 돌아보는 영화를 돈 내고 보려니 정말 가슴이 팍팍해서 견디기가힘들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하며 '더더욱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는' 오락거리만 찾게 되지요. 맘 편하게 낄낄거리며 웃고 즐기면서 쉬지 않으면 현실을 견디기 너무 힘들지않습니까.

 

혹은 쾌감을 주는 꺼리를 찾습니다. 유흥업이나 도박, 의식을 끊어서 현실에서 도망치게 만들어주는 알코올부터 각종 마약류 등은 몇 천년의 역사를 지닌 장구한 도피처, 오락처였거니와, 요근래들어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꺼리는 '쇼핑'입니다. 쇼핑을 할 때 자극되는 뇌의 부위가 도박을 할 때 자극되는 뇌의 부위와 흡사하다는 사실은 여러차례 보도된 바 있지요. (도파민 관련 부위겠죠 뭐-_-) 우리는 매일 쓸모없는 물건을 사며 소소한 쾌감을 얻습니다. 가끔 현실의 압박이 심해서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을 때 (물론 무의식적이지요. 의식적인 도피를 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음, 저는 의식적인 도피를 했던 케이스였습니다만-_-;;  그래서 상태가 더 안 좋았지요.) 한국인들은 신내림을 받아 지름신을 모시는 무당이 됩니다. 역시 샤머니즘 국가 답습니다. 

 

휴식을 빙자한 이런저런 도피와 현실외면 와중에, 우리는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고 그리고 점점 더 빨리 불행해지고 괴팍해져갑니다. 그리고 종종 망가지기도 하지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겁니다. 사원 하나가 망가지면, 혹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해 도태되거나 정체되면, 다른 사원으로 대체하면 그만입니다. '취직만 시켜주면 뭐든지 다 하겠다'는 의지를 팔팔 불태우는 젊은 아해들이 하나 둘이던가요. 스펙들은 좀 좋아요. 대체물은 넘쳤어요. 기업 자체로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쟁 와중에 승리자가 되지 못한 채 결국 망가져서 인생을 제대로 살아볼 능력도 상실해 버린 채 찌그러져있는 개인의 인생들은요. 그들은 누가 구제하나요.  결국 우리 인생의 목표는 행복인데, 경쟁을 하느라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는 인생을 거치며 행복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다가, 결국 망가진 채 꿈도 낙도 잃고 자식들 니들만이 희망이라며 교육이다 뭐다 해서 들들 볶다가 별 성과도 내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가는 우리의 인생은요. 그리고 점점 더 불행해지는 나라가 과연 좋은 나라일까요. 돈은 왜 버나요. 권력은 왜 얻고요. 행복해지려는거 아닌가요. 그런데 경쟁은 그것 자체의 속성상 행복과 가장 거리가 멀다고요. 경쟁 자체에 몰입해서 그 속에서 zone을 발견하거나 하는 수준이 아닌 한은 말이죠.

 

그리고 경쟁에 강한 성격이 있고, 경쟁에 극히 취약한 성격이 있습니다. 이 것 또한 타고나는 것이죠. 유전자가 구리고, 이건 거의 '업보' 수준 (사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업보와 물려받은 유전자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잘 맞춰보면 대강 아귀가 들어맞긴 합니다. 선천적으로 심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에게 '니가 지금 장애자인 것은 전생에 쓰레기같은 죄를 지어서 그렇다. 벌받는 중임 ㅇㅇ' 하고 대놓고 말할 자신만 있다면요.) 에 해당하는 페널티인데, 하여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경쟁에 취약한 기질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은 쉽게 도태됩니다. 이들 중에는 좀 더 개인적인 공간을 보장해주고, 자존감을 훨씬 더 깊이 채워주는 조력자가 있으며, 주변의 잡스럽고 쓸데없는 인간들의 압박을 어느 정도 스크리닝만 해줬더라면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했을 사람들도 굉장히 많지요. 단지 현재 시대가 요구하는 뻔뻔함, 적당한 무심함, 감정적으로 적절하게 둔함(눈치가 빠른 것은 전혀 상관 없지만, 무의식중에 남의 감정변화를 캐치하고 깊이 영향받는 수준의 민감함은 아니어야 함..), 외부 자극에 덜 민감하게 반응해야 함 (이런 사람일 수록 외향적이 될 확률이 높다더군요. 내향적인 사람은 사람과 있는 상황의 자극이 너무 과도해서 그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고통이 되기 때문에 사람과 만나는걸 별로 안 좋아하게 된다고..) 등등의 자질을 타고 나지 못한 것 뿐이죠.

 

하긴 사람은 늘 시대를 잘 만나야 하는 거죠.

 

뭐 그렇습니다. 제가 경쟁을 찬양하는 사회를 비난하는 이유도, 제가 경쟁에 적합한 성격과 체질을 타고난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경쟁에서 승리한 적이 없냐? 있어요. 아주 중요한 경쟁이었죠. 그런데, 이겼는데도 그 후유증은 오래 가더군요. 그 후 일어서기 까지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행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깊이 절감했습니다. 성취감과, 승리감과, 강도 높은 근자감과 외부의 찬사에서 오는 기쁨을 얻기는 했습니다만, 그건 행복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더라고요. 저는 정말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살아 있는 순간 순간이 너무 생생하고 행복해서 신의 은총과 같은...그런 행복을 언젠가는 경험하고 싶습니다. 이게 헛된 꿈이어도 좋아요. 긴긴 인생길에 이런 꿈 정도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다짐하게 되는건데...저는 필수적인 경쟁은 기꺼히 받아들이겠지만 (제가 하는 일에 핵심적인 능력을 겨루는 경쟁,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노력하면 제 능력도 향상되고 사회 전반적으로도 플러스가 되는 경쟁....) , 이런 것 까지 남과 비교하며 살아야 하나..싶은 쓸모없는 경쟁은 최대한 차단하는 환경을 제 주위에 만들고 싶습니다. 전 주변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거든요. 환경이 어떠하든 나는 내 갈길을 갈 수 있다!!는 자부심은 애초에 없었을뿐더러 (환경에 민감함-_-) 사회심리학 강의등을 들으면서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환겨으이 지배를 강렬하게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디자인된게 인간이니 어쩔 수 없겠죠..) 그런데 타인보다 더 환경에 영향을 쉽게 받는 저는 오죽하겠어요. 그러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환경을 최대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 쓸모없는 경쟁과, 과도한 경쟁을 내 능력이 되는 한도 까지 줄이는 방향- 만드는 것입니다. 뭔가 선택할 순간이 올 때 마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겠지요. 결혼, 출산, 직업 선택, 기타...

 

 그 다음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혹여 환경 변화가 완전히 불가능하다면,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득한 환경 속에서도, 어디에도 영향 받지 않는, 홀로 떨어져 스스로 고요하고 평온한 섬과 같은 내면의 휴식처를 가꾸어, 거친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제 내면 속에 만드는 일일겁니다.  그런데  점점 알아보면서 느끼는건데, 이 일은 거의 '종교'의 영역이더라고요.  처음에만 해도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이나 자기계발서에 이런 내용이 있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가면 갈 수록 종교에 관심이 많아지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밑에 경쟁을 찬양하는 랩을 하셨다는 뭔 삐리리 정치인인지 뭔지의 기사에 빡쳐서 헛소리를 길게 했습니다만...결론은 '난 명상이 필요해' 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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